[용인신문] 하지가 다가오면서 후텁지근한 장마가 시작되는 계절이다. 녹음이 최고에 이르면 야산이나 공원 등에서 곱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자귀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자귀나무는 여름에 가장 독특하면서도 화려한 꽃을 피운다. 짧은 진분홍색 비단실을 부챗살 모양으로 펼쳐 놓은 모양이 공작새 수컷의 화려한 꼬리를 펼친 듯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특이한 모양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수꽃의 수술이다. 우산 모양으로 모여서 피는 꽃은 제일 높은 곳에서 20개 정도 피는데 수꽃의 꽃잎에 3cm쯤 되는 수술이 술잔 모양의 꽃받침에 싸여있다. 꽃만큼이나 잎의 모양도 독특하다. 줄기에 잎이 하나씩 달리지 않고 초승달 모양의 작은 잎들이 모여 하나의 잎을 만들고 이들이 다시 줄기에 달리는 깃꼴겹잎이다. 아까시나무가 개개의 작은 잎이 서로 마주보며 달리고 가지 끝에 홀로 달리는데 비해 자귀나무는 홀로 남는 잎이 없이 완벽하게 짝을 맞춘다. 낮에는 활짝 펴져 있던 잎이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면 서로 마주보며 접히는데 이 모양을 보고 부부의 금슬을 뜻하는 합환목, 합혼수, 야합수 등 이름이 붙었다. 집안에 심으면 부부간 애정이 두터워진다 해서 결혼 기념수로 집안에 심기도 했다
형용욱 국민연금공단 용인지사장 [용인신문] 지난달 종합민원실에서 목격한 내용이다. 국민연금(노령연금) 신청을 위해 방문한 고객의 손에 청량음료로 추정되는 음료수 한 박스가 담긴 반투명 비닐봉투가 보였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민원실에서는 오랜만에 볼 수 있는 광경이라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신청을 마친 고객은 음료수를 창구 직원에게 쑥스럽게 건네며 친절한 상담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창구 직원은 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정중하게 사양했고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했더니 상황을 알아차린 고객은 미소를 머금은 채 돌아섰고 나 또한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인사했던 기억이 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벌써 6년이다. 당시 “통제가 과하다”, “커피 한잔도 안돼?” 등 논란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반부패·청렴 문화가 차츰 정착했다. 대국민 홍보 및 교육, 관련 제도 정비 등을 통해 우리사회 전반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맑은 물이 흐를 수 있는 기반이 상당 부분 조성됐다.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가 100점 만점에 62점으로 상승 추세
[용인신문] 한반도 중앙에 위치한 용인특례시는 면적이 591.33㎢로 백운산(567m)·광교산(582m)·석성산(472m)·향수산(457m)·부아산(404m)·법화산(385m)·함봉산(306m) 등 산들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수목의 수령이 41년 이상 된 수목들이 존재하는 임상도 5영급 이상의 산림들이 많아 환경 생태학적으로도 주목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마을 입구에 마을숲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사례가 많아 역사지리학과 환경사회학 관점으로도 살펴볼 가치를 넉넉히 지니고 있다. 양지면 주북리 주북천, 모현읍 일산리 내개일, 남사읍 진목리 순지, 모현읍 추부리 상부곡, 이동읍 서리 상반곡 등에 마을숲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마을숲들이 용인특례시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파괴되어 사라져 가고 있다. 마을숲의 보존 및 복원과 더불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어린이 숲이다. 도이칠란트의 교육학자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아우구스트 프뢰벨(Friedrich Wilhelm August Fröbel, 1782년~1852년)은 “어린이들이 숫자나 글자가 아닌 자연에서 뛰어놀게 하라”로 요약되는 교육사상의 주창자이다. 1993년 도이칠란트에서 프뢰벨의 교육사상에 따라
[용인신문] 우리나라 자치단체 관계자들의 해외연수 단골 프로그램 중 하나가 재개발도시 방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도시가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서 8km 떨어진 라데팡스(La Défense)다. 라데팡스는 프랑스 대통령 미테랑과 파리 당국 등 자치단체로 구성된 ‘라데팡스 개발위원회’가 1958년부터 30여 년에 걸친 장기 개발구상을 통해 만들어졌다. 1990년 초 공사가 마무리됐고, 기자가 방문했던 2000년 초엔 이미 세계적인 관광도시가 됐다. 미래형 신도시를 표방한 라데팡스는 약 150만㎡(46만 평)의 땅 위에 건설됐다. 50개의 빌딩이 모여 있는 이 도시의 랜드마크는 단연 현대식 개선문 아치로 파리의 도심과 지하철로 직결된다. 35층짜리 사무실 빌딩으로 높이가 110m에 달하고, 건축 자재는 유리와 화강암, 그리고 백색 카라라 대리석이다. 게다가 지름 100m 넓이의 광장에 건축물이 세워진 것도 눈에 띄었다. 이 도시에는 첨단업무, 상업, 판매, 주거시설 등이 고층과 고밀도로 들어섰다, 반면 주요 교통망인 고속도로, 지하철, 일반도로는 지하로 배치해 도심 혼잡을 없앴다. 그런데 되돌아보니 우리나라 지방자치 연수자들에게 라데팡스가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궁금
[용인신문] 저는 신갈동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저는 둘째 아이를 낳을 무렵에 성남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용인은 공원 등 녹지와 놀이터가 많아서 아이들 키우기가 참 좋은 환경인 것 같습니다. 특히 거주지 인근의 만골근린공원은 아이들과 자주 산책을 가는 곳입니다. 공원에서 뛰어놀다 기흥도서관에 가서 시원하게 책 읽고 오는데 정말 이사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현재 만골공원 바닥분수를 비롯한 폭포 등에 수경 시설은 가동하지 않는 점은 참 아쉽습니다. 인근 다른 도시들은 코로나 방역정책 완화에 따라 어린이 물놀장 등을 오픈하기 시작했습니다. 만골공원의 바닥분수와 벽 분수를 조속히 재가동시키고, 물놀이 시설을 리모델링해 물놀이장을 만들어 주시길 청원합니다. 만골공원은 주차장과 화장실 등 물놀이 시설에 필요한 기반이 완비돼 있어, 리모델링을 하면 훨씬 더 재미있고 유익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
빨래 기다리며 ‘티와 디저트’ 호강 [용인신문] 가끔 셀프 빨래방을 이용할 때 기다리면서 차와 케이크를 즐기며 편안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용인에 그런 카페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습니다. 상호는 ‘어반런드렛 더 테라스’. 위치는 용인서부경찰서 맞은편, 차 타고 지나면서 볼 때는 모델하우스 느낌이 나는 건물입니다. 주차는 건물 앞, 뒤로 여유 있게 가능하구요, 본관과 별관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공원 뷰인 가든 테라스라고 이름 붙은 별관이 인기가 더 많더라구요. 필자는 화이트 톤에 층고가 높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본관도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중앙에 작은 정원도 인상적이었고, 한쪽 바닥에는 잔잔히 물이 흐르고 뒤쪽의 전면 스크린에서는 멋진 자연 풍광을 보여주는데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커피보다는 티 전문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동에서 공급받는 프리미엄 티가 종류별로 준비되어 있는데 자주 가서 모두 맛보고 싶어졌어요. 디저트들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스콘도 훌륭했고, 체코에서보다도 더 맛있게 먹은 체코 전통 디저트 말렌카 월넛 케이크도 자꾸 생각이 나네요. 아쉽게도 보정동
[용인신문] 올여름 들어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섭씨 40도가 넘는 불볕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북미와 유럽의 이상 고온과 중국엔 폭우와 극심한 가뭄이 공존하고, 만성 전력난에 시달리는 일본도 더위를 참지 말고 에어컨을 틀라는 소방청의 지시가 있을 정도라 한다. 우리나라는 봄 가뭄이 지나니 폭우가 오고, 보름이나 일찍 찾아온 열대야 덕분에 벌써부터 올여름 전력난을 걱정해야 한다. 지구를 식힐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이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생활 속 작은 실천이 지구에게는 에어컨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황윤미: 본지 객원 사진기자>
소설과 철학의 기원 송경동 광화문 촛불 집회 때 백만이 넘어가자 유명한 철학자 한 분께서 무대에 서겠다고 자꾸 마이크를 달라 했다 가르쳐주고 싶은 게 많은가보았다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 집회가 거대해졌을 땐 한 저명한 소설가께서 허둥지둥 현장을 휘젓다가 방송 카메라가 보이자 저돌적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가보았다 그뒤로 나는 그 철학자와 소설가의 책은 안 본다 굳이 그 깊이와 복선을 읽지 않아도 될 그들의 진면목을 보았기 때문이다 송경동은 1967년 전남 벌교에서 태어났다. 2001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그는 현실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투사형 시인이다. 「소설과 철학의 기원」은 시위현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현장 시다. 이중인격적인 행태를 보이는 철학자와 소설가를 모티브로 삼았지만 우리 모두는 그 철학자와 소설가인 셈이다. <창비> 간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제나라 위왕의 아들 제선왕은 즉위한 다음 해에 제나라 임치에 있는 직하궁 학생들의 수준을 높일 요량으로 맹자를 초빙해 장장 7년을 머물게 한다. 제선왕은 족보로 따진다면 맹상군의 큰아버지쯤 되고 그의 아버지 제위왕은 병법가 손빈을 전략가로 모셔와 위나라 양혜왕에게 마릉대첩 전쟁에서 패배를 안겨준 인물이기도 하다. 직하궁은 제나라 위왕 때 그저 그러려니 정도의 학사로 운영되다가 그의 아들 제선왕 때에는 학생이 천명에 이르렀고, 그의 아들 제민왕 때에 이르러는 학생이 만여 명에 이른 명실상부한 제나라 최고의 국립대학인 셈이다. 하루는 제선왕이 선대의 군주인 제환공과 진나라 문공의 입지전적 통치술의 이야기를 듣고자 물으니 맹자는 “공자님의 제자들은 제환공과 진문공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라며 즉답을 피한다. 이를 동중서는 이렇게 주석을 단다. “오척 동자라도 춘추오패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였다. 왜냐, 저들은 패도정치로 거짓과 힘만 앞세워 인과 의를 뒤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왕은 패도가 아닌 왕도로서 백성들을 걱정 없이 잘살게 해야 한다.” 그러자 제나라 선왕이 또 묻는다. “어떻게 하는 것이 왕도정치입니까?” 맹자는 답한다. “백성
[용인신문]
[용인신문] 크리스퍼(CRISPR)는 세균의 유전체에서 발견되는 염기서열을 뜻하는 말이니 ‘크리스퍼 드래곤 레시피’라는 제목은 유전자를 이용한 용을 만드는 방법 쯤으로 이해하면 된다. 용을 만들겠다니 이런 이상한 선언이 어디 있을까? 용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흥미롭다. 필자는 용과 신체 특징이 인접한 동물들의 유전체를 탐구한다. 이야기 속의 용은 계략을 쓰니까 머리도 좋아야 한다. 그러니 뇌에 관한 연구는 필수다. 불을 뿜기 위해 화학반응을 연구한다. 무거운 용이 자유롭게 날기 위해서는 생물의 신체 구조를 해박하게 알아야 하며, 항공 분야의 지식도 동원된다. 물론 실험 중에 용이 불을 뿜어서 언제든 목숨을 잃을 각오도 필요하다. 세계 역사에서 용의 등장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신화와 문화를 아우른다. 물론 한국의 용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용이 나와서 아쉬운 감이 있다. 그러나 저자가 미국 사람이고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과학자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흠은 눈감아 줘도 될 법 하다.(책 날개에 저자를 2013년 줄기세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선정되었다고 소개한다.) 오래전 토머스 트웨이츠의 <염소가 된 인간>이라는 책이 이그노벨상을 탄 바
잣나무 [용인신문]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우리나라의 모든 산야가 짙은 녹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잣나무는 늘 푸름에 변함이 없어 소나무와 더불어 고고한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나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로 영어로 코리안 파인(Korean Pine)이라고 불리며 학명에도 한국 나무라고 분명히 표기돼 있다. 잣나무는 소나무과로 상록침엽교목이고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서만 자란다. 추운 곳을 좋아하는 한대수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과 개마고원에 주로 분포한다. 강원도 오대산과 설악산 등 남부에서는 표고 1000미터 이상 되는 고산지대에서 자생한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수탈과 6·25 전쟁을 겪으면서 벌거숭이가 된 산에 주로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산림녹화 사업이 시작됐다. 잣나무는 리기다소나무, 낙엽송에 이어 세 번째로 조림을 시작한 수종으로 중부이북지방에 많이 식재됐으며 용인에서도 짙푸른 잣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잣나무는 30m 높이까지 1m 직경을 유지하며 곧게 자라고 그 위로 가지가 돋아나며 고르게 뻗쳐 긴 삼각형 축을 이루는 늠름한 모습이다. 나무껍질은 흑갈색이고 바늘 모양의 짧은 가지를 가졌다. 가지 끝에는 소나무에 솔방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