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글을 쓰려고 창을 열면 하얗다. 그림을 그리려고 드로잉북을 펼쳐도 하얗다. 하얀 종이가 주는 막막함과 두려움은 그리지도 쓰지도 못하게 만든다. 글에 숫자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그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의식의 흐름 글쓰기를 숫자로 표현해냈달까. 잘하려고 하다가 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제는 그냥 계속하기로 했다. 나이키의 “Just do it”과 작가 오스틴 클레온의 “Keep going”을 번갈아 외치면서 시작하고, 계속한다. 자꾸 하다보면 늘겠지. 완성된 형태로 세상에 등장하고 싶은 건 나의 욕심이다. 쉽게 하고, 작게 하자. 성취를 쌓아서 조금씩 나아지자고 되뇌인다. < @jjin_travel / @jjin_create >
[용인신문] 명감독, 명배우를 간략하게 소개하는 코너를 신설했다. 이 코너는 고전영화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명감독과 명배우를 소개하여 독자의 문화생활을 돕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감독과 배우의 소개는 시대순이 아니라 무작위로 소개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 무성영화부터 활약 러 대표 감독 ‘전함 포템킨’ 몽타주 기법 선보여 <세르게이 예이젠시테인>은 무성영화 시대부터 활약한 러시아를 대표하는 감독이자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은 필히 공부해야 하는 세계적인 감독이다. 1925년 감독이 발표한 <전함 포템킨>은 몽타주 기법을 최초로 선보인 무성영화다. 몽타주 기법은 따로 촬영한 필름을 이어붙이는 것으로 프랑스어로 ‘조립(組立)’이라는 뜻이다. 감독은 유명한 오데사 계단에서 유모차가 구르는 장면을 몽타주 기법으로 편집하여 영화사의 신기원을 개척했다. 예이젠시테인 감독의 대표작은 알렉산드르 넵스키(1938)와 이반 뇌제(1944)가 있다. 이반 뇌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촬영했는데 2부는 스탈린을 풍자한 내용이 포함되어 감독과 스탈린이 모두 사망한 뒤인 1958년에 발표되었다. 춘사(春史) 나운규 감독·배
[용인신문] 인구 통계, 물가지수, 국민소득,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정당 지지도, 주식 시세…등등. 세상은 온통 통계로 표시되고 집계된다. 하루에도 몇십 개의 통계수치가 발표된다. 그러면 통계는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믿을 수 있는 통계와 새겨서 봐야 하는 것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구 통계는 신뢰도 100%의 지표로 봐도 무방하다. 2022년도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 9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 1500명(-4.4%) 감소했다. 사망자 수는 37만 2800명으로 전년 대비 5만 5100명(17.4%)이 증가했다. 이 통계를 보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증가를 멈추고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발표한 세계 각국의 2022년 GDP(국내총생산)를 보면 (2022년)현재 1969조 원으로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3814만 원이다. 통계를 보면 2인 가족은 7628만 원, 4인 가족이면 1억 5256만 원의 소득을 올려야 평균이다. 여기에 통계의 함정이 있다. 국민 개개인의 소득과 직결된 가계소득은 GDP의 약 43%에 불과하다. 이것을 1인당 소득 평균으로 환산하면
[용인신문] 나는 공책을 만들어 쓴다. 내가 좋아하는 공책의 모양은 A4 용지를 반으로 접은, A5 크기다. 180도로 펼쳐져서 어떤 바닥에서도 평평하게 필기할 수 있고, 줄이 없는 공책이다. 용도를 정해두지 않고 공책을 쓴다. 어떤 날은 필사 노트로, 어떤 날은 드로잉북으로 변신한다. 용도를 정해두고 나면 그 용도에 부합하는 내용만 써내려가야 만 할 것 같아 잘 사용하지 못한다. 이런 나의 공책 취향은 내 성격과도 비슷하다. 마음이 시시각각 변하고 관심사도 자주 옮겨 다닌다. 장점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거침이 없다는 점이고, 단점은 때로는 거침뿐만 아니라 대책도 없다는 점이다. 거침이 없을 때는 대개 신이 나지만 대책이 없을 때는 진땀이 난다. 그 사이를 자주 오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용인신문] 현대는 목적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을 존경하는 시대이다. 어른들은 목표가 없는 아이들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살피기도 한다. 현대인은 바쁘다. 너무 바쁘다. 우리 주변은 정보로 넘쳐나고 있다. 『피로사회』의 저자로 알려진 한병철은 그러한 사회 속에서 시간은 절대로 향기가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너무 바쁘게 사는 사람들은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만들지 못한 채 정보와 정보 사이를 떠도는 무중력의 삶을 산다고 말한다. 과거에 인간은 믿을만한 가치관에 의해 생의 과정을 누리며 살았는데 근대 이후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에 대한 의미가 사라지면 누구든 영속성 있는 존재로 굳건히 자리하지 못해 불안과 공포가 발생한다. 결국, 무가치한 존재가 되고 어떤 우연이 닥쳤을 때 금세 무너져버릴까 전전긍긍하며 살게 된다는 말이다. 시간의 향기를 회복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다시 말해 뭔가 되기에 빠져 바쁘게 사는 삶으로부터 한 걸음 물러설 때 진정한 생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에 향기가 있다면 그것은 의미를 회복한 시간을 말한다. 『시간의 향기』는 서두르지 않고 한 땀 한 땀 시간을 회복하기 위한 벽돌을 쌓아 올린다. 2017년
[용인신문] 정부는 시장원리에 따른 교육개혁(안)을 내세워 입시제도의 개편을 모색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고교학점제는 교육부의 명문고 육성정책과 맞물려 있다. 정부 수립 이후 대학입시를 골간으로 하는 교육제도는 누더기가 될 만큼 개악(改惡)을 거듭해왔다. 역대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교육제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미국과 일본은 경쟁 원리에 따라 대학과 고등학교의 서열을 인정하는 방향의 입시제도를 채택했다. 문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임기 말인 유신시절에 고교평준화 정책이 실시되면서 입시제도도 그에 맞게 개편되었는데 어느 것도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뜯어고치기를 거듭해왔다. 미국은 사교육을 육성하기 위해 공교육을 철저하게 희생시킨 나라다. 공교육의 골간인 중등교육제도를 보면 공립학교가 사립학교에 맥을 추지 못하고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시장원리에 따라 교육을 산업(産業)으로 분류하는 나라다. 영국은 수 세기 전부터 엘리트 교육을 지향하여 대학을 대폭 늘리기보다 명문 학교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미국은 대학의 수를 크게 늘리면서도 엘리트 교육에 중점을 둔 사립학교의 지원과 육성에 주력했다. 한국은
[용인신문]
[용인신문] 국군은 병력을 50만 명으로 감축하고, 사병 수는 30만 명으로 하기로 했다. 50만의 병력도 사실 너무 많은 숫자다. 일본 자위대는 20여만, 영국은 23만이다. 군을 현대화하면서 병력의 수를 크게 감축한 결과다. 국군의 적정 규모는 25만~30만 정도다. 그런데도 군부(軍府)에서 50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30만 정규군 체제를 유지하면 장성(將星)의 숫자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대장(大將) 직책도 현재의 여덟 자리에서 4~5개로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방대한 병력을 고집해온 군부는 ‘북한의 병력이 113만 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논거로 대규모 병력 감축을 반대해왔다. 북한의 군대는 절반 이상이 건설사업 등에 동원되는 공병대의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설 현장에도 군대가 동원되고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군대의 몫이다. 병력 30만을 모병제로 전환하여 일본의 자위대같이 부사관 이상으로 편제하면 유사시 동원예비군을 사병으로 배치하고 현역군인은 부사관 이상 지휘자로 활용할 수 있다. 30만 병력에 1회 복무기간을 5년으로 하고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한다면 군대에 지원할 청년은 넘칠 것이다. 여성 지원자에게도 일정 비율을 할당하면 행정
월하정인月下情人 - 어느 사내의 독백 안영선 저 달이 완전히 사라지면 좋겠어 당신 눈에 흐르는 내 눈물 감출 수 있으니까 당신 손을 꼭 쥐면 내 심장도 떨리겠지 순라군*이 오기까지 이 황홀한 떨림을 즐길 거야 저 달이 희미해질 때까지 당신 손 꼭 쥐고 있을 거야 오늘 밤은 당신과 함께 춤을 춰야지 오직 당신을 위한 나를 위한 춤을 출 거야 저 달이 희미해질 때까지 당신과 함께 춤을 출 거야 당신 체온은 내 몸으로 뜨겁게 뜨겁게 스며드는데 이 밤 당신과의 언약을 지킬 수 없을까 봐 두려워 차라리 저 달이 완전히 사라지면 정말 좋겠어 이런, 달이 자꾸 커지고 있어 초저녁에 뜬 둥근 달처럼 * 조선시대 도둑이나 화재 등을 경계하기 위하여 밤에 궁중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군인. 경기도 이천 출생. 2013년 《문학의 오늘》 등단. 시집 『춘몽은 더 독한 계절이다』
[용인신문] 용인시 처인구에 반도체 산단 두 곳이나 생깁니다. 원삼면에 조성 중인 하이닉스와 이동‧남사읍에 들어서는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입니다. 신규 반도체 산단이 모두 처인구에 있지만 정작 처인구 도심에서 연결되는 도로는 오솔길 같은 수준입니다. 처인구 중앙동과 역북동 등 도심에서 반도체 산단이 들어서는 지역으로 연결되는 도로는 57번 국지도 와 321번 그리고 318번 도로입니다. 그리고 이들 도로의 확장 및 정비 계획은 모두 오는 2035년까지로 돼 있습니다. 당장 반도체 산단이 오는 2025년과 2026년에 들어서는 것으로 추진 중인 상황에서 2035년 까지 도로 확장 등 정비가 미뤄진다면, 처인구는 다시 한번 소외 받을것 입니다. 처인구는 그동안 철도와 도로 등 교통 인프라 부분에서 오랫동안 소외 받아 왔습니다. 조속한 도로교통 인프라 확장으로 처인구 도심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도록 57번, 321번, 318번 도로 확장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용인신문]
[용인신문] 할머니는, 내게 역사였다. 내가 역사를 공부하게 된 것의 8할은 할머니 때문이다. 할머니는 지나간 것들을 구구절절 읊조렸다. 그녀는 음유시인이었고, 때론 판소리 명창이었다. 손자가 유일한 관객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지만, 조각처럼 떠오를 뿐이다. 징용으로 끌려갔던 할아버지와 동학농민운동으로 풍비박산 난 친정. 6.25전쟁때 비행기의 오폭으로 오른팔을 잃은 이야기. 오래전 그 시절부터였던 모양이다. 할머니의 못다 한 이야기들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연지시살지(然至是殺之), 시년이십육(時年二十六). 조선 성종 때 고령에서 태어나 연산군 때 죽은 박은에 대한 기록이다. 지난 며칠간 박은의 붓과 기록자의 붓을 이해하고자 마음을 쏟았다. 고작 열 글자로 남겨진 박은의 졸기(卒記)가 서러웠기 때문이다. 죽음은 모두 덧없기 짝이 없지만, 잔인한 죽음도 있는 법이다. 박은의 붓은 붓으로서 꼿꼿하다. 이 명쾌한 단순성이 그가 지닌 붓의 무서움이었다. 그의 생애가 처절한 아픔으로 다가온 이유를, 이제 겨우 조금 알 것 같다. 기록자의 붓끝이 짧아서가 아니다. 혼탁한 시류 속에 살기를 바라지 않았던 박은에 대해 최고의 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