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아주 오래전인 414년. 장수왕은 아버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비석을 세웠다. 6.39m 높이에 37t의 거대한 비석은 고구려 역사의 결정체이다. 광개토대왕은 영토확장뿐만 아니라 나라를 평안하게 다스렸다. 비문에 나와있는 내용의 일부이다. “대왕의 은혜와 혜택이 하늘에까지 이르고, 대왕의 위력은 사해에 떨치셨다. 또한 적들을 쓸어 없애셨으니 백성들은 평안히 자기 직업에 종사했고, 나라가 부강하니 백성이 편안했으며 오곡마저도 풍성하게 익었다.” 고구려인의 평가를 고려하더라도 광개토대왕이 얼마나 백성들에게 사랑받은 임금이었는가를 알 수 있지 않은가.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누군가에게 맞는 말이고, 누군가에게는 관심도 없는 말이다. 광개토대왕을 알고 있는 국민은 민족을 아는 국민이다. 그렇다고 민족이 국가를 세운 것은 아니다. 역사 속의 우리는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상상의 공동체인 민족을 들먹였다. 다수의 국민은 기꺼이 국가와 민족을 일체 시키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역사를 모르는 것’과 별개로 병역의 의무에 대해서도 국민 대다수는 충실하게 부역한다. 베네딕트 앤더슨의 <민족주의 기원과 전파>에서 “근대 민족
달팽이 최지안 내 껍데기는 아직 더 써도 될 듯하여 조금 더 입고 있기로 했다 가벼운 영혼은 어디에 버릴까 궁리하다가 당신 가슴에 슬쩍 던져두고 왔다 상추를 씻다가 본 빈 달팽이 껍데기 그가 아삭하게 파먹었을 푸른 상추 같은 세상 그 또한 무엇엔가 속을 파 먹힌 집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바삭하게 부서질 투명한 집의 내부를 들여다본다 영혼이 들어앉은 텅 빈 집 고요란 이런 것이다 입이 꼬리를 물고 꼬리는 다시 투명해진다 나는 달팽이처럼 투명해진다 제4회 남구만 신인문학상 수상 2022년 아르코 창작기금 선정 저서: 수필집『비로소 나는 누군가의 저녁이 되었다』(아르코 우수도서 나눔 선정) 등
[용인신문] 왜인지 오래되고 낡은 것을 좋아한다. 오래도록 써서 손에 익고, 몸에 익혀서 시간을 함께 한 것들. 누군가와 같이 산 양말, 선물받은 양말, 아빠가 대학생때부터 입던 맨투맨, 좋아하는 신발…. 시간을 함께 겪다보면 어느새 이곳저곳 헤지고 구멍나있곤 한다. 더 오래 쓰고 싶은데 버려야 할 때면 속상했다. 용도는 다 하는데, 어딘가 조금씩 아쉬운 모습들. 버리기엔 아깝고 쓰기엔 민망한, 구멍난 양말같은 것들. 그래서 고쳐쓰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사는 것은 그 나름의 기쁨이 있지만, 익숙한 물건들을 아끼고 고쳐 사용하는 기쁨도 못지않다. 시간이 차츰차츰 쌓이고 있는 양말을 찍어 보았다. 빵꾸가 날수록 귀여워지는 양말!
[용인신문] 2015년 라면 수출은 1억 383만 달러였다. 2018년에는 2억1618만 달러, 2020년 3억 208만 달러, 2022년에는 3억 8328만 달러로 불과 2년 만에 25%가 증가하였다. 2023년 라면 수출액은 잠정 집계로 4억 462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 정도면 라면이 국민의 식생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통계는 보여준다. 라면은 1960년대 삼양라면에서 시작되어 지금은 삼양, 농심, 오뚜기 라면 3개 업체에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얼마 전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들 3개 업체가 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자 담합행위로 규정, 공정거래위원회에 수사할 것을 지시하여 라면 업계는 부랴부랴 가격을 원위치시켰다. 자유시장경제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정부가 라면 가격에 민감하게 대응한 이유는 서민 생활과 라면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1960년대 한국은 보릿고개가 해마다 찾아올 정도로 배고픈 사람들이 넘쳐났었다. 이때 미국에서 원조하던 밀을 삼성의 제일제당에서 제분한 밀가루로 삼양사에서 라면을 만들었다. 라면은 단숨에 인기 식품이 되었고 통일벼가 나오기 전까지
[용인신문] 니콜 키드먼은 180cm에 달하는 장신에 이목구비가 반듯하고 피부가 투명해 보일 정도로 맑은 여배우이다. 한때는 톰 크루즈의 아내로 불렸으나 니콜 키드먼은 이혼 후 독자적으로 우뚝 선 연기자이다. 니콜 키드먼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이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녀가 이혼하게 된 것은 톰 크루즈의 강요에 의해서였다. 톰 크루즈는 사이언톨리지교 신자로 니콜 키드먼에게 개종할 것을 강요했고 심지어 그녀가 임신하자 다른 남자의 씨로 오해하여 낙태를 강요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이혼 후 니콜 키드먼이 침묵을 지키다가 그녀에게 비난이 집중되자 사실을 밝힌 것이다. 톰 크루즈는 170cm로 니콜 키드먼보다 무려 10cm나 작다. 니콜 키드먼은 톰과 결혼 생활 중에는 하이힐을 신지 못하였다. 이혼 후 그녀의 일성(一聲)은 ‘이제 마음 놓고 하이힐을 신을 수 있게 됐다’는 말이었다. 니콜 키드먼은 1967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태어나 1983년 호주에서 연예계에 데뷔했다. 1996년 <투 다이 포>로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2001년 <물랑루즈>로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2002년 <디 아워스>에서 버지
[용인신문]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상민 장관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269일,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지 167일 만에 업무에 복귀하였다. 장관이 탄핵소추되었다가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것은 헌정사상 최초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회의 불신임 결의안이 의결되었음에도 계속하여 장관직무를 수행하는 모습은 박진 외교부 장관의 경우에서 보았다. 민주당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해 탄핵 카드를 빼든 것은 불신임 결의를 해도 임명권자가 해임하지 않는 한 업무를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강도 높은 탄핵소추라는 강수를 둔 것이었다. 과거 박정희 3공화국 시절에도 국회에서 국무위원 불신임안을 가결하자 대통령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했다. 1971년 실미도 특수군 난동사건과 광주대단지 폭동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회가 오치성 내무부 장관에 대한 국무의원 해임 결의안을 가결했기 때문이다. 오치성 내무부 장관의 해임 결의안 가결은 1948년 제헌 국회 이후 세 번째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가결이었다. 2001년 9월 3일, 임동원 통일부 장관에 대한 해임안이 가결되었다. 오치성 내무장관
거리 김삼주 정해진 거리는 반칙을 시도한다 밤을 먹어버린 바닷가를 응시한다 너와 만나는 길을 찾아 나섰다 바람이 물어다 주는 비린내를 삼킨다 비릿한 냄새가 내 안에 흐를 때 내가 물이 되어 너에게 간다면...... 잔잔하게 접다 펴는 연습을 하던 파도 태도를 바꾼다 뒤틀린 내장을 쏟아내듯 내동댕이친다 눈물이 거품을 품고 흩어진다 너의 그 거리와 나의 거리는 바람만이 잴 수 있다 남원 출생 2004년 「문학21」 등단 시집<마당에 풀어진 하늘>
[용인신문] 나는 큰 나무를 보면 설렌다. 훌쩍 뛰어 올라가고 싶기도 하고 곁에 누워 자고 싶기도 하다. 적당하게 큰 나무 말고 누가 봐도 수령이 100년은 넘었을 거 같은 나무. 이리저리 휘어있는 나무. 당산나무 같은 나무들을 보면 맘이 편해진다. 그런 나무 앞에 서 있는 어린 나를 그리고 싶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에 햇빛이 드는 오후. 깊은 숲에 호기심 넘치는 개구진 아이 하나.
[용인신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감각을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눴으나 생물들의 감각은 더 풍성하다. 모든 생명체는 각각의 고유한 감각으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세계를 인지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굉장한 세계』는 동물들의 감각과 인지에 관하여 13꼭지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를 통해 지구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갖도록 안내한다. 지구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굉장한 “광경과 질감, 소리와 진동, 냄새와 맛, 전기장과 자기장”같은 보이지 않는 풍경으로 가득하다. 동물들은 어떤 풍경 속에서 사는냐에 따라 다른 감각으로 먹이를 구하고 짝을 찾는다. 인간이 세 개의 색을 조합해서 인지한다면 어떤 생물은 열 여섯 개의 색각을 가지고 있다. 어떤 생물은 소리를 이용해 시력이 닿지 않는 그 너머의 존재를 인지하기도 한다. ”감각은 동물의 삶을 구속함으로써 '탐지할 수 있는 물체'와 '할 수 있는 일'을 제한한다. (23쪽)“ 그런데 무궁한 감각을 동물들은 모두 활용하지 않는다. 자연의 생물은 오히려 가장 최소의 감각만을 활용한다. 필자는 “환경적 빈곤은 행동의 확실성을 위해 필요하며, 확실성은 풍부함보다 더 중요하다.(....)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는 동물은 없으며, 그럴 필요도
[용인신문] 포곡초등학교 정문 앞은 어린이보호구역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조성돼 있지 않습니다. 포곡IC와 진‧출입로와 연결되는 도로는 차량통행도 원활하지 못하고, 불법주정차로 인해 아이들이 통행이 굉장히 위험한 수준입니다. 때문에 학부모들과 주민들이 수 차례 보행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용인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꾸준히 문제점들을 제기하는데도 어린 자녀들의 안전과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행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큰 사고라도 발생한 후에 조치를 하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걱정으로 다른 곳으로 이주를 고민하는 주민들까지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포곡초 정문앞 보행환경을 꼭 개선해 주시기루 부탁드립니다.
[용인신문] 오송에서 지하차도에 물이 범람하여 순식간에 14명의 아까운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이번 수해로 전국에서 7월 19일 기준으로 50명이 사망·실종하고, 111개 시군구에서 1만 597가구 1만 6490명이 대피했다. 이번 수해는 천재지변에 인재가 겹쳐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천재지변이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은 최악의 폭염이 덮쳐 저소득 노동자가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기후변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일상화되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산업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강도 높은 ‘탄소중립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21세기 말이 되면 지구는 종말적 재앙을 맞을 것이 확실하다. 남극대륙은 1만 3660㎢로 오세아니아 대륙의 1.64배 크기다. 남극대륙은 두께 3000여 미터에 달하는 얼음과 눈으로 덮혀 있다. 기후변화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급속하게 녹고 있다. 기후변화를 진정시키지 못한다면 세기말엔 해수면이 얼마나 올라갈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려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시대를 마감해야 한다. 문제는 저개발 국가다. 이들에 대한 책임은 선진산
[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