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필리핀 보홀에 다녀왔다. 보홀은 코로나 이후로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한 휴양지로, 세계 10대 다이빙 포인트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다거북이다. 거북이는 땅 위에서는 느림의 대명사로 통하지만 바닷속에서 본 거북은 날아다니듯 빨랐다. 쫓아 가보려고 해도 너무 빨라서 쫓아갈 수가 없었다. 어찌나 유연하게 헤엄쳐 가는지, 한참을 쳐다봤다. 현지 가이드님들이 저기! 거북이! 하면 나는 보이지 않다가 10초 정도 있으면 보이곤 했다. 어떻게 보는거지? 자신의 길을 아는 듯이 깊은 곳에도, 먼 곳에도 헤엄쳐 가는 거북이를 보면서 나에게 맞는 환경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땅에서는 느릴지언정, 바다에서는 빠른 거북이.
용인신문 | 얼마 전에 마공을 만나서는 늦은 생일편지라며 건네준 편지를 읽고 눈물이 찔끔 났다. 나는 햇살 가득한 선유도 공원에 누워 있었다.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이제야 여유가 났다. 깔고 앉은 사롱이 점점 촉촉해졌다. 엉덩이도 덩달아 촉촉해져 와서 우리는 옷을 한 겹 더 깔고 앉았다. 나 요새 허리가 아파. 그래서 밖에 오래 있기가 어려워 중간중간 쉼이 필요해. 네 명 이상의 사람 힘들어. 마공이 숨을 쉬는 법을 알려줬다. 호흡하는 그것만으로도 뭔가를 하는 거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시간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용인신문 | 『고래와 대화하는 방법』은 고래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생태를 보호하는 것의 의미와 중요성을 말한다. 저자 톰 머스틸은 SBS다큐멘터리 ≪고래와 나≫에서도 소개되었던 동영상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아내와 함께 카약을 타고 고래를 관찰하던 중 물 위로 뛰어오른 거대한 혹등고래가 덮쳐왔다. 톰 머스틸과 아내는 무사히 그곳을 빠져나왔으나 고래를 쫓는 여정을 멈추지 않았다. 인간과 고래가 대화를 한다는 제목이 말하듯 이 책은 고래의 소리에서 의미를 알아가기도 하고 반대로 인간의 어휘를 고래에게 알려주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인간 입장에서의 언어가 동물에게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인간과 동물이 처한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인데, 진정한 고래와의 소통은 고래를 이해하는 것부터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고래가 내는 소리를 수집하기 위해 해저에 EAR(생태음향녹음기)나 웨이브 글라이더와 같은 자율주행 장치들을 바다에 띄웠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이 모였고 이 자료들은 인공지능의 힘을 빌거나 과학자들의 숨은 노력에 의해 분석되었다. 저자는 탐색과정의 끝에서 걱정거리 하나를 제시한다. 고래의 생태가 위험
용인신문 |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열 번째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대단한 기록이다. 1988년 2월 25일 제13대 노태우 대통령의 임기와 함께 시작된 대한민국 제6공화국은 모두 8명의 대통령을 배출하였고 임기를 마친 대통령 2명이 감옥에 가고 한 명은 탄핵으로 임기 중에 쫓겨났다. 하물며 한 분은 검찰 수사를 받다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대통령 거부권, 법률적 용어로는 ‘대통령 법률안 재의권’이 화제다. 제헌헌법에 대통령 거부권이 명문화된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이 45건, 박정희 전 대통령이 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1987년 6.10 민주항쟁으로 유신쿠데타 이후 사라졌던 대통령직선제가 부활하면서 들어선 제6공화국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노동쟁의조정법 등 7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사건 특검법’ 등 6건을 국회에 되돌려 보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택시법’에 대해서만 한차례 거부권을 사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부 시행령 등에 대한 국회 통제권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 △상시 청문회를 가능하게 한 국회법 개정안 2건에 대해 각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영삼·김대중,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
용인신문 | 채상병 특검법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하여 국회로 되돌아온 재의결 표결이 찬성 179,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되었다. 21대 국회는 채상병 특검법을 부결시키는 것으로 임기가 종료되고 이제 6월 1일부터 제22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된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대로 가면 22대 국회 1호 법안도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힐 공산이 높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모두 10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정 이후 2년 남짓한 기간에 대통령이 10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은 제22대 국회에서 특검법을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검법이 재발의되고 재석의원 과반수를 넘겨 의결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통령 거부권이다. 야권은 국민의힘에서 8표만 이탈하면 재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고 장담한다. 언제부터 대통령이 거부권에 의지하여 정치하는 나라가 되었는지 착잡하다. 정치권에 대통령 중임제로 개헌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자는 이야기가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무성하다. 제6공화국 헌법이 발효된 지 어느덧 36년 되었다. 6공 헌법은 노태우,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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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불알 박이도 하늘엔 구름조각 대지엔 감자꽃 바다엔 고래 이빨을 한 차디 찬 파도가 일어선다 흰 구름은 사라지고 흰 파도는 부서지나 농부가 수놓은 감자꽃은 유월의 한 복판에서 흰 감자 불알을 품고 있다. *한국일보신춘춘문예(1962)로 등단. 시집<폭설>,<바람의 손끝이 되어>,<을숙도에 가면 보금자리가 있을까>등
용인신문 | 옛 경찰대학교 내 체육시설을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 요청합니다. 경찰대 부지 내 위치한 체육관에는 1층 탁구장과 2층 배드민턴 시설이 있습니다. 탁구대는 대략 30대 정도 있으며, 2층 배드민턴장은 굉장히 넓고, 시설도 좋은데 평일만 이용 할수 있습니다. 인근 수원시는 공공체육시설이 용인시에 비해 월등히 많을 뿐만 아니라, 새벽 6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옛 경찰대 체육시설은 사업시행자인 LH와 협약에 따라 한시적으로 운영 중이고, 예산 및 관리 인력 증원이 어려워 다른 공공 체육시설처럼 개방 시간 연장이 쉽지 않다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만큼, 시에서도 관심을 갖고 개선안을 마련해 주시길 청원합니다.
용인신문 | 인간의 언어, 문학, 예술, 철학, 역사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풍문이 한국 사회에 나돌기 시작한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방 대학의 불어불문학과와 독어독문학과에서 번지기 시작한 인문학 학과 폐과의 불길은 수도권 대학의 불어불문학과, 독어독문학과, 문예창작과로 번지고 있다. 작년 9월 초 필자는 남해군의 의뢰를 받아 남해군이 주관하는 김만중문학상을 심사하기 위해 남해유배문학관을 다녀왔다. 김만중문학상은 시와 소설로 나누어 심사가 진행되었고. 소설 부문의 심사는 대상 부문과 신인상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소설 부문 본심은 예심을 통과해 올라온 작품집들을 놓고 소설가 백시종 선생과 필자가 심사를 진행한 결과 대상 부문에는 김연수 소설가의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선정되었고, 신인상 부문에는 김지연 소설가의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 가 선정되었다. 한편 필자는 올해 5월 초 안산여성문학회가 주최하고 안산시 등이 후원하는 안산전국여성백일장의 산문 부문 심사를 의뢰받아 한양대 에릭카 캠퍼스를 다녀왔다. 안산전국여성백일장은 시 부문과 수필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산문 부문 본심은 예심을 통과해 올라온 작품들
용인신문 | 언제부턴가 지자체 명칭 앞에 영어 구호를 붙이는 것이 대유행이다. 우리 용인시는 ‘ 르네상스 용인’이다. 르네상스는 전 세계적인 고유명사이니 문화사대주의라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인접한 수원시는 ‘사람이 반갑습니다. 휴먼시티 수원’이라는 슬로건을 사용중이다. 서울은 이명박 시장 시절 하이 서울(Hi Seoul)을 사용하며 영어 슬로건을 붙이는 시초가 됐다. 이것이 박원순 시장 시절엔 I⦁SEOUL⦁U로 바뀌었다가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자 Seoul, My Soul(서울, 나의 영혼)로 다시 바뀌었다. 지방 정권이 바뀌면 영어 슬로건도 바꾸는데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일단 로고를 바꿔야 하고 입간판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얼마 전에 서편제의 무대가 되었던 완도군 청산도에 ‘슬로길’이 생겼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모르는 순수 우리말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슬로길’의 슬로가 Slow였다는 것을 알고는 할 말을 잊었다. 차라리 서편제의 작가 ‘이청준(李淸俊)길’로 명명했다면 뜻깊었을 것이다. 대구광역시는 ‘다이내믹 대구!’(Dynamic Daegu!)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직 시절 외빈을 접견하면서 유아 베리 웰컴!(Yo
용인신문 | 작년 말 기업부채 총액은 2734조 원, 이것은 한국은행이 지난 2023년 말 기준으로 발표한 국내 기업의 부채 총액이다. 충격적인 것은 2018년부터 6년 새 기업부채가 무려 1036조 원이나 폭증했다는 사실이다. 기업부채는 GDP 대비 122%, 연평균 부채 증가율 8.3%로 명목상 GDP 성장률 3.4%의 두 배가 넘는다. 기업부채 비율 122%는 가계부채 비율 100.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기업부채가 급증한 것은 부동산 투자를 위해 은행 돈을 빌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가 상승으로 기업은 빌린 돈의 몇 배나 되는 이윤을 남겨왔다. 국내 기업이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한 은행의 대출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연평균 15% 내외로 증가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자본주의 체제가 존속되는 한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부동산가는 모든 실물경제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가 상승은 주택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당 정치인들은 국가부채 증가를 비판하며 "우리 후손들에게 빚더미를 밀려줄 셈이냐"고 비판해 왔다. 서민은 평생 모아 집 한 채 장만하면 그것이 전재산이다. 가계부채는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이고 부채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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