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66 영국 화가의 눈에 비친 한국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 ◎저자 : 송영달 /출판사 : 책과함께/ 정가 : 25,000원 1920년대 초 서울에서는 신기한 전시회가 열렸다. 한국을 방문한 영국 화가가 자신의 눈에 비친 한국을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 것이다. 3.1운동 직후였던 1919년 한국 땅에 발을 디딘 엘리자베스 키스. 화가의 눈에 비친 한국는 대체 어떤 풍경이었을까? 우리보다 더 우리를 잘 알고 있는 듯 그녀의 그림은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을만큼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여행자의 시선을 뛰어넘어 가까운 이웃이 되지 않고서는 표현할 수 없는 따뜻함과 깊은 울림이 담겨있다. 이 책은 단순히 예술가의 여행기가 아니다. 진심이 담긴 예술작품이 주는 감동과 함께 일본의 잔혹한 식민지 정책을 고발하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 자료의 역할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어떤 길고 자세한 설명보다 한 장의 그림이 훨씬 더 깊고 진한 여운을 남기고 글로 전해주는 역사서보다 소중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그림은 전달력과 감화력에서 글로 된 기록을 능가하고, 글은 관찰자의 관점과 글의 표현력이라는 한계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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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 . 매콤달콤 . 불향고기 . 국시 한그릇 '뚝딱' [용인신문] 이름만 듣고 마음이 끌렸던 곳이 있었습니다. 특색 있는 메뉴들이 있다는 걸 알고 난 뒤에는 한층 더 궁금했던 곳. 용인시 보정동 뒷골목에 자그마하게 자리 잡은 ‘장국시와 온반’입니다. 위치는 보정동 주민센터 맞은편 골목, 마트 바로 옆자리. 상점들이 즐비하기도 하고 간판이 크지 않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직사각형 모양의 크지 않은 실내는 구석구석 안사장님의 손길로 잘 꾸며져 있고, 오픈된 작은 주방도 아주 깔끔하더라구요. 테이블에 앉자마자 예쁜 도자기 주전자에 물을 내어주시는데 또 한 번 점수 플러스! 특이한 메뉴들이 많은 곳이라 선택 장애가 있어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어요. 3년 이상 숙성한 집 된장 육수로 만들어진 된장 국시, 칼칼한 고추장 국시, 직접 띄운 청국장으로 끓여낸 청국장 국시, 매콤달콤 제육볶음 국시는 ‘장국시와 온반’에서 처음 본 메뉴들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메뉴로는 들깨 옹심이 국시, 잔치 국시, 콩국시, 판 메밀 국시, 비빔 국시, 떡만둣국, 왕만두가 있구요. 밥으로는 제육덮밥, 불고기정식, 강된장비빔밥과 된장 육수로 만든 장온반이 있습니다. 모든
[용인신문] 10년 전 필자는 강남역 카페에서 중년 남성 여럿이서 하는 얘기를 엿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의 넥타이와 손목시계에서 돈 냄새가 났다. 그들은 사업얘기를 했는데 특히 자선사업에 대해서였다. “돈 벌려면 자선단체 세우는 게 최고”라고 그들은 말했다. 영화산업에 대한 얘기도 했는데 “김기덕은 안 되고 봉준호에게 투자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이사장에 대한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자 필자는 10여 년 전에 강남 어느 카페에서 엿들은 말들이 떠올랐다. 인간이 모이고 돈이 모이는 곳에 티끌 하나 없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의연의 오랜 활동과 노고를 알고 있기에 실망도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알고 싶다. 과연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대로 할머니들이 이용당한 것인지, 아니면 언론과 함께 누군가 이용수 할머니를 부추기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그 저의가 무엇인지. 처음 이용수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라고 신고했을 때 “저는 피해자가 아니고 제 친구”라고 했다는 것이 사실인지도 궁금하다. 만약 <정의연>을 고발한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미향 이사장은 모든 것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설령 정의연의 위법행위가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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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30년 전 중국 둔황에 처음 갔었다. 고비사막이 펼쳐지며 서역으로 가는 실크로드의 관문, 오아시스 도시가 둔황이다. 발이 푹푹 빠지고 미끄러지기도 하는 사막을 걷고 또 걸어 모래산 명사산에 올랐다. 서역 하늘과 사막을 아득히 물들여가는 노을도 보았다. 그러다 해 지면 도심으로 돌아와 야외 무도회장을 구경하곤 했다. 극장 앞 조그만 광장에 남녀노소들이 모여들어 밴드 연주에 맞춰 춤을 춘다. 여럿이 군무를 추기도 하고 또 블루스 같은 쌍쌍의 춤을 추기도 한다. 러시아나 몽골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예의 TV 화면 속 평양도 그렇고. 그런 무도회를 며칠간 밤마다 구경하며 황량한 사막 가운데 있는 조그만 오아시스 도시에서 인간과 사회와 문화, 그리고 예의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블루스를 추면서 가슴이 닿을 듯 말 듯한 적당한 거리 유지가 그리움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낳고 또 야만이 아니라 문화와 문명을 낳은 거라고. 이런 거리에 대한 실감적 명상을 위해 그 후로도 대여섯 차례 실크로드 사막기행을 해오고 있다. 사그라지던 코로나 19 집단전염 불씨가 서로 몸 부비고 소리소리 지르며 춤추는 이태원 클럽발로 되살아나고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64 남겨진 자들을 위한 기록 아침의 피아노 ◎저자 : 김진영 /출판사 : 한겨레출판/ 정가 : 13,000원 피아노 선율처럼 따뜻한 문장은 힘이 세다. 그 사람이 떠난 후에도 살아남아 우리를 그곁에 머물게 한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이 남겨두고 간 최후의 기록이라면 더욱 그렇다. 철학자 김진영 선생님이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전까지 병상에서 적어 두었던 글은 그의 첫 산문집이자 유고집이 되었다. 책의 끝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그 끝을 알고 시작한 독서이기에 한 문장 한 문장 소중히 아껴가면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그는 이제 “아침의 베란다에서 먼 곳을 바라보며 피아노 소리를 듣는” 작은 사치를 더 이상 부릴 수 없게 되었지만 독자인 우리는 음악보다 힘센 치유의 문장을 듣는 사치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짧고 간결한 말이 불러오는 마음의 파장은 크다. 흔한 투병 일기나 사적인 기록으로 끝나버렸을 수도 있었을 그의 글은 우리의 삶을 회고하게 만든다. 철학자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한 사람의 부재가 남길, 현실적인 슬픔이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외출 준비를 하는 아내를 보며 “이 잘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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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신문]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햄릿>의 실존적 고민을 드러내는 명대사다. 음모와 술수, 허위와 기만으로 가득 찬 궁중은 왁자지껄했다. 은폐와 모략을 감추려는 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햄릿을 유혹했다. 고뇌하던 햄릿은 침묵의 공간에서 독백으로 외쳤다. 하지만 빈 줄만 알았던 침묵의 공간은 결코 비어있지 않았다. 사악한 세력에 맞설 용기는, 꼭 말로만이 아닌 끊임없는 행위로 햄릿을 응원했다. 빈 공간 속 다수의 관객들은 ‘때맞춰 손뼉 치기, 깊은 한숨 쉬기, 대놓고 감탄하기’를 통해 말보다 격한 감정으로 지지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 영화가 아닌 연극으로 오래 살아남는 이유다. 가끔은, ‘분노’도 강력한 단합으로 표현된다. ‘분노’는 조절의 문제를 넘어, 주체자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남용되고 혼용되는 경우에서 그렇다. 특히 많이 가진 자의 분노 표출은 법적으로 선처되고, 약자의 분노는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폭력으로 범주화 시키는데 ‘화’가 난다. 그러니 분노의 ‘인과’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우리는 오래도록 도덕의 묵시적 규범으로 ‘흥분하지 말라’와 ‘참으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다. ‘가만히 있으
소고기 육전과 지단… 미각 깨우는 '진주냉면' [용인신문]벚꽃 날리던 봄이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 갑자기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이럴 때 가장 생각나는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냉면이겠지요? 시원하면서도 매콤 달콤해 없던 입맛도 바로 살려주는 냉면! 겨울냉면이 제격이라지만 아직은 더울 때 더 생각나더라구요. 함흥냉면, 평양냉면, 분식집 냉면 모두 좋아하지만 가장 생각나는 냉면은 진주냉면이었어요. 냉면 종류 중에서 가장 보편화되지 못했지만 비주얼은 어느 냉면보다 출중합니다. 경상남도 진주의 향토음식으로 해물 육수로 만들어지는데요, 다른 냉면들이 보통 무 절임과 배, 삶은 달걀로 고명을 간단히 올리는데 반해 진주냉면은 소고기 육전과 지단, 잘 익은 배추김치, 오이, 배 등 푸짐함 고명으로 화려한 모양새가 특징이에요. 진주냉면도 여러 가지 상호로 전국에서 영업 중이긴 한데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진주에 위치한 ‘하연옥’이란 곳으로 본점에서 그 맛을 보고 온 후로는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돕니다. 용인에서 ‘하연옥’ 본점까지는 294km, 세 시간 반에서 네 시간 가까이 걸리는 머나먼 곳이라 먹고 싶다고 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에요. 많이 아쉬웠는데 용인에
오리구이·백숙과 건강한 반찬 ‘환상 궁합’ [용인신문] 보양식으로 으뜸인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은 물론 단백질과 무기질, 풍부한 미네랄까지 여러가지 영양소를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거기에 면역력에 도움 되는 비타민A의 함량이 다른 고기에 비해 월등하게 많이 함유되어 있어 요즘 같은 시기에 꼭 챙겨 먹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인구의 ‘소금’이라는 식당은 오리구이, 백숙 등 메인 요리만으로도 건강한 메뉴들인데 함께 나오는 반찬들까지 예사롭지 않아 소개하려고 합니다. 대로변에서도 커다란 간판이 잘 보여 찾아가는 길은 아주 쉽습니다. 주차장도 넓어 주차 걱정이 없으며, 1관은 모두 개별룸으로 되어있어 조용하게 식사할 수 있어 좋았네요. 메뉴는 황토 진흙 오리구이, 단호박 훈제구이, 오리 철판 주물럭, 동충하초 한방백숙 등이 있는데 제일 많이 찾는 메뉴는 황토 진흙 오리구이로, 3시간 전에 꼭 예약합니다. 진흙 오리구이가 나오기 전에 한상 가득 건강한 반찬들로 먼저 채워집니다. 몸에 좋은 연잎차를 시작으로 동충하초를 베이스로 만든 따끈한 국물이 나오네요. 아시는 대로 동충하초는 폐는 물론 해독작용, 항암효과, 당뇨병 예방 등 다방면에 효과가 있어 인삼, 녹용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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