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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시인의 감동이 있는 시

망각ㅣ이기성

망각

                   이기성

 

이게 뭘까. 입속에 수북한 눈송이. 하얀 눈 흩어진 벌판에 나는 갇히리. 하얀 사람이 되어 가리. 어디선가 노랫소리 들려오면 너는 노래를 하고 있구나, 생각하리. 환한 난롯가에 앉아 편지를 쓰고 겨울밤 내내 뜨개질을 하고 있구나, 너의 눈썹이 녹아서 뺨 위에 검은 물 흐르는 구나, 그것은 눈물이 아니구나, 생각하리. 너의 망각 속에서 나는 하얗게 얼어붙으리, 생각하면 이게 뭘까, 내 입속에 수북한 눈송이.

 

이기성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을 마쳤다. 1998년『문학과사회』에 「지하도 입구」외 3편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그녀는 이번 시집에서 도시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사라진 발을 어루만지며서 산책에 대한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죽음만 발생하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망각」역시 죽음의 시편으로 읽힌다. 화자의 입속에 수북한 눈송이는 산 자의 풍광은 아니다. 하얀 눈 흩어진 벌판에 갇힐 것이라고 노래하는 것으로 보아 죽은 자는 홀로 잠들어 있다고 보여진다. 시적 화자는 죽은 자의 귀로 산 자의 노래를 듣고 죽은 자의 눈으로 산 자의 뜨개질 모습을 보고 산 자의 눈썹이 녹아서 검게 흐르는 모습도 보는 것이다. 산자의 망각 속에서 하얗게 얼어붙으면서. <문학과지성사>간 『동물의 자서전』 중에서. 김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