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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생명들의 수런거림

밀레 - 이삭 줍는 사람들


밀레 - 이삭 줍는 사람들

 

 

참 많은 생명들의 수런거림

 


계절이 깊이 뿌리를 박는 땅 위, 숲이 더욱 울창해집니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구원의 출구를 찾아 키를 키워가는 풀들도 무성해집니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김수영,부분)이 생각납니다. 풀의 꽃 같은 사람들이 여럿이 모여 같이 울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을 떠올려봅니다. 그 숨결들로 당신이 피어나고 한 세계가 환해집니다. 성실하고 진지한 고백과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나면 벽이 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오후입니다. 우리는 오래 달려온 햇빛처럼 사물에 도착해 잠시 침묵해야 합니다. 바다와 숲, 그리고 대지의 말을 모두 알아들을 수 있을 때까지. 어쩌면 풀은 위대한 대지의 언어이기도 하니까요.

 

장 프랑수아 밀레는 농촌의 풍경과 생활을 그렸지요.이삭 줍는 사람들은 추수가 끝난 황금빛 들판에서 이삭을 줍고 있는 세 여인의 모습입니다. 그림의 전면은 실제 농촌의 생활을 그렸고요. 배후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목가적인 농촌을 무심한 듯 그렸지요. 이삭을 줍는 모습에서 영원히 움직이고 있는 듯한 손동작의 숙연함이 느껴집니다. 엷은 구름이 낀 하늘 아래 높이 쌓인 수확물들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노르망디의 가난한 시골 농가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가난한 생활을 했던 밀레는 생활을 과장하거나 개인적 감상도 개입시키지 않습니다. 그저 일하는 모습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그려내고 그로 인해 어떤 존재가 가득해집니다. 수확이 끝난 들판에서 성실한 손들이 그려내는 풍경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그리고 만져 봅니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손발이 뜨거워지네요. 그러자 붉은 노을이 지고 참 많은 생명들이 다시 살아나 수런거립니다. 촉촉한 냄새를 피우며 가만히 이마를 맞대고 있는 서로의 생물처럼, 우리는 결코 가난하지 않습니다. 저런 풍요가 어디 또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