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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보러 온 나비를 보듯

오딜롱 르동


연꽃 보러 온 나비를 보듯

 


벽이 걸어온다. 늙은 회나무가 걸어온다./ 머리가 없는 인형이 걸어온다./ (어디서 오는 것일까,)/ 노오뜰담 사원의 회랑의 벽에 걸린 청동시계가/ 반 한시를 친다.// 어딘가, 늪의 바닥에서 거무리가 운다./ 그 눈물 위에 떨어져 쌓이는/ 뿕고 뿕은 꽃 잎,”(김춘수,전문)의 이미지가, 이미지 밖으로 걸어 나와 진열되며 시인의 깊은 실존의 고뇌를 보여줍니다. 벽은 보이면서 보이지 않는 존재이지요, 그것은 가로막음으로써 가로막음을 벗어나기도 합니다, 존재란 이렇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벽이 없는 순간은 우리를 질식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그것이 있기 때문에 가까운 꽃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는 말이지요, 그곳에는 주체의 판단을 중지하며 낯선 이미지들이 단지 비애의 색조를 띠고 존재할 뿐입니다. 어떤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가 대상이 되는 것이지요. 의미를 거느린 말로 표현하는 순간 그 아름다움이 희석되어 버린다는 듯이 붉고 붉은 꽃잎이 서늘한 비애로 떨어져 쌓입니다. 푸른 해면으로 살아서 오는 파도와 죽어가는 파도가 파도일 뿐이라는 인식으로 세계를 초월하고자 그는 애씁니다. 여기 관습적 사고를 벗어난 낯선 그림이 있습니다.

 

오딜롱 르동은 인상주의가 풍미하던 시대에 상상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찾아 나선 고독한 순교자라고 합니다. 말라르메가 르동을 가리켜 결코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빛에 의해 기괴한 비극성을 생활에 반영시키고 있는화가라고 말했다지요. 르동의 자유로운 환영의 회화세계에 깊은 이해를 엿볼 수 있는 표현입니다. 르동의외눈 거인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의 애절한 짝사랑을 표현한 작품인데요. 거대한 몸집에 외눈을 가진 키클롭스는 바다의 요정 갈라테이아를 사랑합니다. 거대한 몸집 때문에 가까이다가서지도 못하고 꽃밭에 누워 잠든 갈라테이아를 바라보는 장면을 그린 작품이지요. 외눈의 거대한 거인으로 무서움을 불러일으켜야 하지만 오히려 애처롭게 느껴지는 것은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았다는 인간의 모습이 투영된 때문일까요. 둘 사이에는 벽이존재합니다. 치명적 사랑의 상실을 노래하며 바람도 물도 왜 이리 고요한지요. 당신의 여름은 기침이 오래 가기도 합니다. 기침을 뚫고 나온 붉은 심장들이 뱉어놓은 사랑은 몇 번이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접었다 펴듯 이상하게도 어떤 눈이 오래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것이 돈이든, 권력이든, 순수한 사랑이든지. 희구와 욕망, 그 오래 된 사이에서 우리는 날마다 머물고 있습니다. 욕망은 폭력을 동원 할 수도 있지만 순수한 희구는 폭력을 동반 시키지 않습니다. 다음 주 그림이 올 때까지 외눈박이처럼 이 그림을 오래 바라보아야 합니다. 당신은 키클롭스인지 갈라테이아인지, 둘 모두 인지요? 그것의 결정은 여러분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