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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바람 밖에 떠 있는 수련


최서진 시인이 쓰는 <최서진의 문학, 명화를 읽다>라는 코너를 이번호부터 신설, 매주 독자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은 사랑바랍니다.  <편집자 주>



최서진

충남 보령 출생. 문학박사. 2004심상등단. 시집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가 있다.

 


물과 바람 밖에 떠 있는 수련



수련이 이상한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것은 시시각각 움직이고 있습니다. 빛의 넌센스 같다고나 할까요.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빛에 따라 변화하는 물과 하늘의 그림자가 흘러들어옵니다. 끊임없이 공기와 물이 만나 풍경을 이루는 어떤 기도를 만납니다. 누군가 물가에 다가가 얼굴을 비춰보고 있습니다.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채호기,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부분) 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수련의 꽃봉오리가 연못의 나라에서 동화처럼 떠 있는 시간입니다. 물의 몽상이 수련으로 실현되었을까요? 수련이 피기까지 자신을 들끓게 했던 심연 속 시간이 그곳에는 떠있는 것입니다시간도 위치도 없이…… 그것은 어디쯤에 닿은 것일까? 그는 이렇게 한없이 궁금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모호한 기슭에 가 닿을 때 까지.


빛의 화가라 불리는 인상주의 클로드 모네는 연못에 앉아서 시시각각 변하는 해의 움직임에 따라 수련을 그렸다고 합니다. 캔버스 위에 두껍게 겹쳐진 색깔들은 물과 공기의 반사를 마음속으로 재구성해 몽환적으로 표현해주고 있지요.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의 변화 속에서 자연의 고독과 우리를 만나게 해 주는 것입니다. 모네는 지베르니에 수련이 가득한 최초의 연못을 만들어 놓고, 그 연못에서 장밋빛 수련을 피워 냄으로써 찬란한 새벽의 순간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햇살의 각도에 따라 변하는 물빛, 석양 무렵의 풍경 속에 순간적이고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물해 주지요. 울컥울컥 내밀한 밑바탕에서 수련은 지금도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수련은 우리 자신의 가장 깊은 고요의 한 순간이 됩니다. 없음의 순간이지요.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질 때 수련도 그 빛들을 따라 갑니다. 그리하여 꽃이 피고 질 때 침묵의 언어처럼 비로소 붉은 입술로 우리를 찌르던 말들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당신의 수련은 무엇일까요? 당신의 몽상이 당신을 지배합니다. 단지 수련은 침묵할 뿐입니다. 그 손바닥 위에 생각을 가만히 얹어보는 것은 그대의 몫입니다. 그 지점에서 수련은 스스로 빛을 발명해내고 존재하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약속은 어떤지요? “수련이 도착하는 곳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