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민속명절이란 것이 모든 국민에게 풍성하고 풍요로운 의미로 다가오겠지만, 추석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과거 농업중심사회에서 추석은 일 년 농사의 수확물을 얻는 시기로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여유로운 때다.
이렇다 보니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에게도 추석은 마음과 몸이 넉넉한 의미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번 한가위를 보낸 국민들의 마음은 추석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상반된다. 회복될 기미가 없는 장기화 된 경기침체와 높아지는 물가, 각종 묻지마 범죄에 따른 사회불안 등 여느때 보다 뒤숭숭한 명절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부는 물가관리 책임제, 물가 공시제 시행 등 각종 정책으로 소비자 물가 지수가 지난해 동월 대비 7월은 1.5%, 8월 1.2%상승해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서민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반응이다. 특히, 올 여름 폭염과 명절직전 잇따라 불어닥친 태풍 등으로 제수용품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명절준비에 부담을 느꼈다는 여론이다.
실제 한 언론기관 조사결과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 상승률은 8.2%로 국민 중 93%는 물가가 너무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세가격 상승 및 부동산경기 부진, 1000조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낮은 상태다. 여기에 ‘의정부역 칼부림’, ‘여의도 흉기 난동’ 등 최근 발생빈도가 잦아지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불안감도 급증하고 있다. 국민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며 ‘삶을 자포자기 한 사람들의 유사범죄’에 불안한 분위기다.
이처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불안한 상황이지만, 추석 명절은 그동안 흩어져 지내던 가족들을 한 자리로 불러들였다. 한 곳에 모인 가족들의 화두는 단연 경제·사회 불안과 올 연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였고, 결론은 이 같은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이 선택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5년 전 한가위에도 같은 화두에 같은 결론이었다. 앞으로 5년 뒤, 모든 국민들이 추석이 지닌 상징적 의미를 그대로 음미할 수 있는 ‘추석’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