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말다툼을 하다 흉기로 아내를 찌르고 절벽서 밀어뜨린 남편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국민들은 당연한 판결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날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던 명문대 의대생 전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국민들은 “실형선고를 환영한다”면서도 “매서운 여론이 없었다면 판결이 어떻게 났을지 몰라 답답한 심정이다”라고 평했다.
최악의 사건도 있었다. 같은 날 ‘도가니 국감장’은 비탄에 빠졌다.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5년 동안 벌어진 성폭행사건을 다룬 국감이었다.
교장대행은 “학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답하고 당시 성폭행한 교사의 재 근무에 대해서도 “법에 따라서 처벌을 다 받으신 분이기 때문에 근무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해 국감장의 국회의원은 물론 방청객들을 비탄 속으로 몰아넣었다.
같은 날 경찰은 다른 아이를 대신 낳아주는 대리모, ‘현대판 씨받이’ 조직 브로커를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에게 대리모를 연결해 금품을 챙기는가 하면 전직간호조무사를 고용해 여관방에서 불임부부 남편의 정자를 주입한 사건이다. 또 대리모를 부인인 것처럼 속여 인공수정을 알선하기까지 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서울역 노숙자인 지적장애여성을 자신의 주거지로 데려가 보름동안 감금하고 16차례나 성폭행한 범인이 체포됐다.
범인은 성폭행에 그치지 않고 지적 장애여성을 은행으로 데려가 통장을 재발급 받게 하고 인터넷 뱅킹에 가입시킨 후, 장애인 수급비를 가로챈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사건이나 경찰에 의해 체포된 사건의 법령 적용은 각기 다르다. ‘살인미수’, ‘성폭행’, ‘생명윤리’, ‘갈취’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인명경시와 인륜부재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같다.
최근 발생한 사건을 보면 한국사회가 과연 공자 이전의 사회, 인문이 있기 전의 사회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답답함을 갖게 한다. ‘씨받이’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사회가 봉건사회와 무엇이 다른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인명경시, 인륜부재는 어느 한 사람의 책임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것이 목숨을 빼앗는 것이든, 성을 강제로 빼앗는 것이든,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갈취하는 것이든 인륜의 문제이다.
돌이켜보고 수양하고 관심가지고 가르치며 함께 보호하고 가꾸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가치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