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승언(38) 소방정 |
지난 달 28일 오후 6시 35분경 서천 택지개발지구 전력구 공사장에서 배수 작업을 하러 11m 깊이의 공동구 맨홀(2m×2m) 안에 들어갔던 용인구갈센터 구갈119안전센터 이승언(38) 소방정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다 7m아래로 추락했다.
사고발생 후 호흡과 의식이 없는 상태로 구조된 이 소방위는 수원 성 빈센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일산화탄소 중독이 의심돼 수원아주대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하지만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지난 달 30일 오전 9시 13분경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순직했다.
용인소방서 관계자는 “순직한 이 소방정은 평소 일상생활은 물론 근무시에도 언제나 노력하는 좋은 동료였다”며 “모두 정상적으로 근무는 하고 있지만 동료가 불의의 사고로 순직했다는 소식에 소방서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영결식은 지난 1일 용인소방서에서 가족들과 동료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용인소방서장 장으로 엄수됐다.
이 소방정은 지난 2000년 공채로 용인소방서에 임용돼 근무해왔으며 가족으로는 수원소방서 구급대원으로 근무 중인 부인 정선아(37)씨와 슬하에 도현(6), 석현(2)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 소방정에게는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된다. 이번 이 소방정의 순직으로 소방공무원들의 소방업무와 직접관련이 없는 민원처리 등 근무여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훈련중인 故 이승언 소방정(오른쪽) |
소방관 1명당 주민 3400여 명 담당
2010년 6월 30일까지 용인소방서의 전체 신고건수는 9만 3646건으로 그중 실제 출동건수는 1만 2782건이다. 전체신고 중 13.6%만이 직접 출동을 해야 하는 긴급한 상황인 것.
또 전체신고 중 화재 814건, 구조 1531건, 구급 1만 2995건을 제외한 기타 신고가 7만 8306건(중복, 오인신고 등 포함)을 차지, 소방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업무신고가 83.6%를 차지했다.
용인소방서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소방업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민원이 접수되면 현장으로 출동할 수밖에 없다”며 “급수지원을 비롯해 배수지원, 경보기오작동 등 소방업무와 관계없는 신고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방서에서 신고가 위급하지 않기 때문에 출동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해도 신고자가 위급하다고 판단할 경우 다른 사고나 민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출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장난신고는 줄었지만 문 잠김 출동이나 여름철 벌집제거 등 아직도 다양한 신고가 접수돼 출동 건수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용인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은 총 250명이다. 소방관 1명당 용인시민 3400여명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250여 명 중 내근 근무자 50여명을 제외한 80%가 현장에 직접 출동하는 현장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중 구갈119안전센터 구급대만 3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나머지 대원들은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인원부족으로 내근 근무자도 4일에 한 번씩은 현장업무를 맞고 있다.
근무 형태가 24시간을 근무하고 24시간을 쉬는 2교대 방식이다 보니 실제 체감 강도는 더욱 세다.
자연히 소방관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위급한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을 구해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역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현장근무 외에 소방공무원들은 방화관리자 신고, 위험물 신고, 안전 관리자 교육업무, 소방시설 점검, 안전관리 조사 등 다양한 행정업무들도 병행해야 한다.
2010년 상반기에만 건축 관련 578건, 다중이용업소 완비증명 250건, 방염관련 167건, 위험물관련 175건, 시설업 관련 68건 등 총 1249건의 민원이 처리됐다.
하루 평균 7건의 민원이 처리되고 있으며 2009년 1167건과 비교해 7%정도 증가했다.
용인소방서 관계자는 “최근 택지개발 사업 등에 따라 건축·소방시설 민원 업무가 크게 증가했다”며 “출동외적인 업무가 많아 출동이 주 업무인 안전센터의 경우 일 줄이기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