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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굴식물 천지인데… 나무들 뽑아내는 용인시

김종성(소설가, 전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교수)

 

용인신문 | 1953년 프랑스의 소설가 장 지오노는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50년 동안 양치기 노인이 프로방스의 알프스에서 꾸준히 나무를 심어 황량한 계곡을 풍요로운 녹색숲으로 변모시켰다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무를 심은 사람」은 1987년 캐나다의 영화감독이자 환경운동가인 프레데릭 백에 의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무분별한 벌목으로 전국의 산이 민둥산으로 변했던 것을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면서 산림녹화 정책을 펴서 전국의 민둥산을 녹색숲으로 변하게 했다. 그러나 근자에 이르러 전국에서 녹색숲을 밀어내고,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산업단지와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하여 수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용인시도 예외가 아니다. 아파트단지와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서면서 수지구와 기흥구의 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그나마 상당한 면적의 녹색숲을 보존하고 있던 처인구도 아파트단지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많은 녹색숲이 사라졌다. 처인구 원삼면과 이동·남사읍에 들어서고 있는 반도체산업단지와 공동주택단지가 얼마나 더 많은 녹색숲을 사라지게 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용인시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동주택단지, 전원주택단지, 그리고 반도체산업단지 조성으로 인해 사라지는 녹색숲은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잔존해 있는 녹색숲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필자는 2023년 11월 13일자 용인신문에 게재된 시론 「기후변화와 덩굴식물의 내습」에서 덩굴식물의 내습으로 인한 용인시의 녹색숲이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흥구를 관통하는 동백죽전대로 곳곳에 칡덩굴, 환상덩굴, 가시박 같은 덩굴식물이 내습하고 있어, 용인시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2025년 9월 15일자 용인신문의 「‘생태교란 덩굴식물’ 습격」이란 제하의 기사에 의하면 용인시가 올해 1억 2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해 생태교란 덩굴식물을 제거했다고 한다. 덩굴식물을 제거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1년 예산으로 편성한 ‘1억 2000만 원’은 용인시 당국자들의 환경생태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용인시는 동백호수공원의 시설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잘 자라고 있는 교목들을 뿌리채 뽑아버린 뒤, 관목조차 한 그루 없는 수경시설(水景施設)을 조성하고, 주위에 시멘트 블록을 깔았다. 그리고 키가 크고 몸피가 굵은 교목을 다른 곳으로 옳겨 심지 않고, 밑둥을 싹둑 잘라낸 뒤 동백호수공원 화장실을 한 곳 더 만들었다. 평촌마을의 아름답던 녹색숲을 동백죽전 도로를 확장하고 소방도로를 개설하면서 헐어내, 평촌마을의 녹색숲은 이제는 녹색숲이라 하기에도 민망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용인시는 덩굴식물을 제거하는 예산이 없다면서 덩굴식물을 제거하는 일은 등한시 하면서 해마다 나무들을 뽑아버리고, 시멘트 블록을 갈아치우는 일에 몰두했다. 보도를 정비하고, 공원시설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시멘트 블록을 갈아치우는 연례행사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시멘트 블록을 사는 돈을 아껴 나무를 사서 심고, 녹색숲을 황폐화시키는 덩굴식물들 제거하는데 써야한다.

 

올해는 폭우와 폭설 같은 이상기후로 많은 나무들이 용인시민들 곁에서 사라졌다. 어느 때보다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해졌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나무심기는 매우 중요하다. 용인시 당국자들은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고, 홍수 예방, 산사태 방지, 대기오염 물질 흡수 등 환경생태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하는 나무들을 심고, 보호하는 일이 용인시민들을 풍요롭게 하고, 건강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