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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촛불집회의 진화

이상엽 / 사진가

 

 

 

2002년 ‘미선이·효순이 사망’ 촛불 등장
8년전 박근혜 탄핵때 더욱 활활 타올라
이번 윤석열 내란 규탄 집회에 MZ물결
K팝·응원봉 흔들며 축제같은 불의 항거

 

용인신문 |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대중에 많이 알려진 것은 아무래도 K-팝과 응원봉의 등장일 것이다. 국회에서, 헌재 앞까지 젊은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동시에 민중가요와 촛불이 급속히 퇴장했다. 원인은 8년전 박근혜 탄핵 때와 달리 20~30대 MZ세대들이 대거 참여한 탓이다.

 

 촛불집회란 것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60년대 민권운동이 한창이던 미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고, 체코의 ‘프라하 봄’ 때 등장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분명하게 촛불집회가 등장은 한 것은 2002년 ‘미선이-효순이 사망 사건’ 때였다. 미군 탱크에 사망했던 아이들의 사건은 한미간의 불평등한 조약을 드러냈고 거대한 정치 운동으로 변화했다. 그런데 이 집회는 서울 도심에서 저녁에 주최되는 일이 많아 조명이 필요했고, 촛불은 죽음에 대한 종교적인 경건성이나 희생, 비장감을 주는 효과가 있었다.

 

 이후로 촛불은 한국의 도심 저녁 집회의 상징이 됐다. 그런 나름의 촛불이 응원봉에 밀렸다. 일단 촛불에 비해 지속성이 길고, 조도가 높고, 흔드는 액션에도 용이해 보인다. 이 물체의 근본적 속성은 K-팝의 부산물이기에 음악도 변했다. 포크나 행진곡풍의 민중가요는 응원봉에 별로 부합되지 못했다. 발랄한 댄스 일로트로닉의 K-팝이 응원봉과 함께 드디어 집회를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2024년 12월 3일은 MZ는 물론이고, 45살 이하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전국 비상계엄이자 친위 쿠데타인 내란을 처음 경험했다. 아마도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세계 선진국 10위 반열에 들었다는 나라에서 이런 경험은 마치 비현실적인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필자는 중고등학교 시절 전두환 정권에 의한 1980년 마지막 전국 비상계엄과 5.18 광주학살을 경험한 세대라 그런지 비현실이 아니라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국회에 의해 빠르게 비상계엄이 해제되고 바로 윤석열에 대한 탄핵으로 돌입하고 있다. 2주가 걸린 탄핵소추안 의결이 있던 여의도에는 100만의 시민이 집결했다. 100만이란 인파는 87년 대선 후 광장이 사라진 여의도에서 최초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걱정이다. 우리가 과연 K-팝을 부르며 야광봉 흔들 정도로 한가한 내란이었을까?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이 내란은 기획되고 살벌한 독재 통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세상은 변했고 불법적인 계엄과 내란이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도 동시에 보여준다. 다만 법을 악용하는 법비(法匪)들이 벌써부터 정당한 통치행위라는 둥, 자신이 권력자인데 어떻게 내란을 일으키냐 둥의 반 헌법적인 소리들을 지껄이고 있다. 아마도 옛날 법전을 공부한 후론 다시는 공부를 안 해 1998년 전두환 일당을 내란으로 처벌하면서 개정된지도 모르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선동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탄핵 촛불집회를 현장에서 지켜보니 유난히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50대 부모와 20대 자녀가 함께 노래하고 촛불이나 응원봉을 들었다. 어찌보면 함께 어울릴 시간이 별로없는 가족들이 국가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현장에 함께한 것이다. 그렇다면 예전 집회에서 불리는 민중가요가 변하던지 아이들에게 민중가요를 가르쳐야 한다. 둘 모두 쉽지 않겠지만 어찌됐던 진화할 것이다. 21세기 새로운 K-민중가요가 그 현장에서 탄생할지도 모른다.

 

 응원봉과 함께 사회변화를 요구하는 현장에 청년들이 들어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환영할만한 일이고, 그들이 끌고 들어 온 집회문화 역시 새 시대 주류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청년들의 어깨에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