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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배, 백성은 물… 성난 민심은 배를 엎어 버린다

송우영(한학자)

 

용인신문 | 마천 사기 권2 하본기에 따르면 “걸 왕은 덕에 힘쓰지 않고 무력으로 백성들을 해치니 백성들은 견딜 수가 없었다.”라고 기록한다. 그에게는 예쁜 미모를 가진 경국지색의 여인 말희가 있는바 그녀는 도무지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걸 왕은 그녀를 기쁘게 하고자 무슨 짓이든 안 할 짓도 없고 못 할 짓도 없었다.

 

그러던 중에 어쩌다가 연못을 파고 술을 붓고 나무에 고기를 걸어놓고 부어라 마셔라, 코가 삐뚤어지게 노는데 말희가 기뻐하더라.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에 한껏 고무된 걸 왕은 낮 밤을 가리지 않고, 순간과 찰라까지 아껴가면서 앞산에 해가 뜨는지 뒷산에 달이 지는지도 모른 채 그 짓으로 원도 한도 없이 놀았다.

 

세상은 이를 일러 “술로 연못을 이루고 고기로 숲을 이룬다.”하여 ‘주지육림’이라 불렀다. 그러는 사이에 백성들은 뱃가죽이 등 짝에 붙는 피골이 상접해 갔다. 왕이란 자가 제 아내만 챙기니 나라 꼴이 제대로 되겠는가. 이 일을 두고 임금이 임금 노릇 못하면 잡아다가 목숨을 끊어야 한다는 게 맹자의 말이다. 명 태조 주원장은 이 말이 두려워 맹자 책에서 이 문장을 빼버린 채 새로 맹자 책을 내서 천하에 배포했고, 그 책으로 과거시험을 봤다고 하는데 곧 ‘맹자절문’ 제하의 그 책이다.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그럼에도 성인의 책에는 그렇게 기록된 것이다. 성인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서경 권4 상서 탕서편 3문장을 평역으로 풀어 연의하면 이렇다. 하나라 걸왕은 백성들이 힘써 일하게도 못했으며, 나라 곳곳을 손상 시켰나니, 백성들은 굶주림에 지쳐 말하기를 하늘의 해는 어느 때나 없어질까, 차라리 너와 내가 함께 망해버리자. 이 문장의 끝은 이렇게 맺는다. 저런 못되고 못난 임금을 물리치는 것은 하늘이 정해준 벌이니 백성들은 힘을 모아서 하늘의 벌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3000여 년 전의 세상에는 못된 임금을 이런 식으로 백성들이 몰아냈다. 이것을 후대 사람 순자는 좀 더 그럴싸하게 말하길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라며 모자라거나 그릇되거나 틀려먹은 임금은 물로 배를 엎어버리라고 했다.

 

백성 돌아보기를 외면하는 임금이 어디 걸왕 뿐이랴. 노나라 군주 소공 때 일이다. 춘추좌씨전과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를 평역으로 풀어 연의하면 노나라 국정 최고의 실세 계씨와 그다음 실세 후씨가 닭싸움을 벌였는데 계씨는 싸움닭 날개에 겨자를 뿌렸고, 후씨는 싸움닭 발톱에 날이 선 쇠를 걸었다.

 

서로 반칙이라며 군주 소공에게 판결을 부탁하니, 이에 소공은 좋은 기회라 여겨 이 틈에 저 실세들을 없앨 요량으로 셀프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러나 이것은 소공의 오판이었다. 계씨에게는 훨씬 윗대의 노나라 군주 환공에게서 낳은 자식 숙손씨, 맹손씨, 계손씨가 있는데 이들이 환공이 죽은 후로 노나라엔 군주가 따로 있고, 또 나라를 숙손씨, 맹손씨, 계손씨가 노나라를 세 등분 하여 노나라 군주와 국정 동반 치국을 해 온 것이다.

 

노나라 군주 소공은 이 틈에 가장 권한이 센 계씨 곧 계손씨 집안을 없애려 했던 것이다. 이에 숙손씨 맹손씨가 계씨 곧 계손씨를 도와 노나라 군주 소공을 치니 소공은 역으로 당해서 제나라로 도망갔고, 그로부터 몇 년 뒤 유리걸식하다가 굶어 죽는다. 군주는 어설픈 계획으로 거사를 도모했다가 굶어 죽고 말았다. 그렇다면 노나라 소공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소공은 어려서부터 군주의 아들로 말만 하면 모두가 예, 예 하며 굽실거렸다. 그런데 막상 군주가 되어보니 실세들이 워낙 많아 말해도 무시하기 일 쑤고 백성들은 무능하다고 손가락질이나 하니 이런 수모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확 저질렀는데 그것이 자신의 명줄을 끊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