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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식물기’에서 낭만을 길어 오다

 

 

용인신문 | 파브르는 곤충기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식물기도 적은 학자이다. 파브르에게 매력을 느낀 이상권 작가는 소설가이지만 과학과 미술을 사랑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소년의 식물기』는 작가의 어릴 적 꿈이 눈꽃처럼 꽁꽁 포장되어 있는 도서이다. 이 책은 식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옛이야기책처럼, 에세이처럼, 소설처럼, 사회평론처럼 읽을 수 있기도 해서 표지 디자인만큼이나 다채롭다는 느낌이 든다.

 

열 여섯 꼭지에 등장하는 식물의 수가 방대하다. 마늘과 나리와 양파의 상속 방식이 다르다. 우리가 아는 나무의 눈이 꽃눈과 잎눈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게 된다. 뱀딸기와 클로버의 번식을 자식의 독립에 연결해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식물과 연결해 등장하는 또다른 생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는 이야기 작가이지만 『소년의 식물기』 속에는 식물의 진화와 형태, 해부학적인 모습, 곤충과의 관계, 화분, 식물들의 역사 등이 다채롭게 서술하고 있다. 작가인 아버지와 딸이 직접 작업한 그림들도 인상적이다. 단순히 식물의 식생을 포섭해 지면에 옮기는 것과 달리 이야기가 있는 식물기라 할 만하다.

 

나무의 뿌리를 공화국에 비유해 설명한 부분은 인상적이다. 경제논리에 의해 도시개발의 형평성이 사라지는 인간세계와 달리 나무는 공평하기 위해 애쓴다. 작가는 식물을 “가장 완벽한 존재”로 정의한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소설에는 숲과 그곳에 사는 나무가 공간을 지키는 신령한 존재로 묘사되는 대목을 발견한다. 작가의 동화와 소설을 찾아 함께 읽어도 좋을 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