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한국의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으로 반가웠던 한 주를 보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은 대부분 인간의 상처와 고통에 대한 깊은 사유를 언어로 구축한 예술작품으로 드러냈다. 한강 역시 그 깊은 심연을 “시적 산문”으로 드러낸 작가로 호명되었다. 한강의 문장이 상처 입은 인간의 심연을 돌아본다면 조해진의 문장은 상처 입은 영혼을 보듬는 소설이다. 조해진의 작품은 대체로 몫이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와 자리를 내어주는 작품을 쓰고 있다. 올해 출간한 『빛과 멜로디』는 그의 전작 단편 「빛의 호위」에서 확장한 장편 소설이다.
『빛과 멜로디』는 「빛의 호위」에 등장했던 사진작가 권은의 행보를 따라간다. 작품은 분쟁지역을 누비는 권은이 만나는 사람과 사건들 속에서 분쟁지역에서 사진을 찍어 보도하는 이들의 윤리 의식이나 가치에 대한 사유를 드러낸다.
“배경은 아름답고 구도는 안정적이되 그 안의 사람들은 더 아프고 더 불쌍하게 보이는 사진, 혹은 끊임없이 잔인한 이미지를 징집해서 찍은 사진이 과연 세상의 분쟁을 막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의심”을 끊임없이 한다.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었다. 유대인을 학살했던 독일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나선 영국은 드레스덴에 엄청난 폭격을 가했지만, 그래서 승자로 기억되었지만 포격에 참여했던 병사는 평생을 후회로 얼룩진 삶을 살고 있을 뿐 아니라 후대의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빛과 멜로디』는 사람들을 살리는 이들을 발견해 낸다. 전쟁에 이겼지만 흩어진 가족을 치유하고자 한다. 권은을 살게 했던 반장 승준을 기억하며 레닌그라드에서 굶주림에 가족을 잃었던 옥사나를, 우크라이나의 임산부 나스차를 살게 한 인물들을 조명한다. 작품을 읽으면 게리와 애나와 장 베른을 기억하며 오늘의 “평범하고 무탈한 하루하루”에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