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1555년, 남명 조식의 상소문은 명종 대의 정국을 요동치게 했다. 글의 핵심 내용은 정치를 잘못하여 나라의 근본이 망했고, 민심이 돌아섰다는 것이다. “전하의 나랏일은 이미 그릇되었으며,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했으며, 하늘의 뜻도 이미 떠나갔으며, 인심도 이미 떠났습니다.” 조식은 정치가 잘못된 원인이 문정왕후의 수렴청정이라고 직격했다. “자전(慈殿: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께서는 생각이 깊으시기는 하나 깊숙한 궁중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고, 전하께서는 어리시어 다만 선왕의 외로운 후계자이실 뿐이니, 천 가지 백 가지의 천재(天災)와 억만 갈래의 인심을 무엇으로 감당하며 무엇으로 수습하시겠습니까?” 문정왕후는 1544년 11세의 명종이 즉위하자마자 윤원형 등 외척 세력을 대거 끌어들였다. 정상적인 정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문정왕후에게 아부하는 자들만이 고위직으로 승진했다. 소수의 외척 세력과 탐관오리들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전가됐다. 조식은 정치 파탄의 몸통이 문정왕후라고 지적한 것이다. 남명은 재야 지식인으로 중앙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다. 언어 능력이 뛰어났던 남명은 당대 사회·정치 문제를 꿰뚫는 상소를 올렸다. 명징
								
				[용인신문] 호랑이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은 세계가 인정하는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호랑이는 경이감을 주는 영적 지주의 특징을 갖는다. 일제강점기는 한국인의 슬픔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배경이며 한국전쟁은 이념의 대립이 만들어낸 극단적 인간상을 드러내는 데 일조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불행한 시대를 지키려는 야수 같은 인물들이 있으니 바로 소시민들이다. 그들은 그저 생존하기보다 명예롭기를 원한다. 김주혜의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도 이같은 이야기이다. 무엇인가를 지키는 들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이들의 사랑에 대한 역사이자 인류애를 가진 이들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소녀에서 기적에 오른 여인이 되었으나 예술가로 성장하는 옥희, 타인을 품어주는 지혜로운 할머니가 되어 다음 세대를 지키는 옥희의 삶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이며 한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의 덕목을 배워가는 여정이 된다. 옥희와 인연이 닿은 이들은 단지 사랑을 위해 살기도 하지만 명예를 위해 살기도 한다. 나라를 팔기도 하지만 독립운동에 젊음과 재산과 열정을 바치는 이들도 있다. 일제강점기로부터 시작되어 해방 후 한국전쟁 시기를 지나 대한민국 초반에 이르는 옥
								
				[용인신문]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진 게 반년도 넘었다. 경유차 운전자들은 주유소를 지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가격표에 눈이 가고 볼 때마다 의구심이 든다. 도대체 언제 경유 가격은 내리는 걸까? 난방유인 등유도 작년에 비해 배 가까이 오른 것을 아파트 거주민들은 모를 것이다. 일반 경유 차량은 보조금도 못 받는데 언제 끝날지 모를 러·우 전쟁만 쳐다보고 있어야 할까.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 사진기자>
								
				여름 해는 얼마나 긴가 송진권 여름 해는 뜨겁고 길다지만 우리 소 배 속보다는 헐씬 작아 쇠풀 뜯기러 갈 때마다 엄마는 해가 저만치 달아산 넘어가면 집에 오랬는데 해는 져서 어두워졌는데도 우리 소는 아직 풀을 뜯어 송진권은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2004년 창비신인시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자라는 돌』 『거기 그런 사람 살았다고』가 있다. 「여름 해는 얼마나 긴가」는 농촌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유년의 정취다. 소는 농가의 커다란 노동력이며 자산이었다. 자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소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했기에 대학졸업장이 우골탑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긴긴 여름날 소 풀을 뜯기는 소년의 모습이 선명하다. 창비 간『원근법을 배우는 시간』 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1957년 콰이강의 다리의 메가폰을 잡은 데이비드 린 감독의 대표작이다. 실존 인물인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1888.8.15.-1935.5.19.> 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영화다. 1908년 태어나 1991년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린 감독은 올리버 트위스트, 밀회<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닥터 지바고, 인도로 가는 길, 라이언의 처녀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남겼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에 7회 노미네이트 되어 2회 수상<콰이강의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했다.  피터 오툴, 알렉 기네스, 안소니 퀸, 오마 샤리프, 잭 호킨스, 호세 페레르가 주요배역을 맡았다. 주인공 로렌스 역을 맡은 피터 오툴의 호연이 인상 깊다. 피터 오툴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8회 노미네이트 되고도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해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다. 여자배우로는 데보라 커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6회 노미네이트 되고도 수상하지 못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가장 위대한 영화로 꼽았던 작품으로 두 사람은 콜롬비아사를 설득하여 원본을 250만 달러를 들여
								
				[용인신문] 코로나로 운영이 중단됐던 다른 지자체의 도서관 식당들은 이미 정상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용인시의 중앙도서관은 식당운영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도서관측은 “코로나가 끝나면 운영을 검토하겠다. 식당 대신 매점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었으나, 이제는 “식당 운영은 하지 않고 식당 자리에 도시락을 먹을 장소만 제공한다”고 합니다. 도서관 이용자에게 식당은 꼭 필요한 시설입니다. 중앙도서관 식당은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과 가성비 있는 맛있는 식사여서 용인의 소소한 자랑꺼리로 시민들의 블로그에도 종종 등장했습니다. 도서관을 이용하다가 식사를 위해 인근 식당까지 나가려면 시간도 오래걸리고, 식사 가격 또한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중앙도서관 식당은 시민들이 애용하는 시설이었습니다. 용인중앙도서관의 식당을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용인신문] 위나라 군주 영공은 위나라 32대 군주다. 춘추좌씨전 소공 7년조 기록에 의하면 당시의 시대 상황으로는 드물게 출생 기록이 전해지는 인물이다. 위 영공은 공자와 동시대 인물로 공자보다는 나이가 무려 11세나 연하다. 그는 기원전 534년 그의 나이 7세 때 군주의 자리에 올라 기원전 493년 4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장장 42년에 걸쳐 군주의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그가 죽을 때 공자의 나이 59세다. 7세부터 48세 나이에 이르도록 군주로서 위나라를 다스렸는데 권모와 술수의 시대였다. 폭력과 전쟁이 정당화되는 패도의 세상에서 무지하기 짝이 없고, 혼미하기 이를 데 없는 위영공임에도 나라가 망하지 않고, 백성들이 배고프지 않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을 잘 써서였다는 게 논어의 평가다. 공자께서 노나라 실권자 계강자와 시국을 논하는 장면에서 위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유가 대화 중에서 나온다. 논어헌문편 14-20문장에 그 기록이 있으니 공자께서 위나라 영공은 무도한 자라고 말하자 계강자가 이렇게 되묻는다. “그 정도의 무도한 인간이 군주로 있는데 어째서 나라가 망하지 않는 겁니까?” 이에 공자는 “제1대부 공문자가 외교를 다스리고, 제
								
				문신 정호승 새벽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 홀연히 일어나 불을 켜고 창을 열고 날카롭게 바늘을 찔러 이마에 새 한 마리를 문신했다 문신을 끝내자마자 새는 푸드덕 날개를 펼치고 날아갔다 바늘을 입에 물고 나를 데리고 초승달이 뜬 새벽하늘로 정호승은 1959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문신」은 사모곡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한 노래인 것이다. 새벽꿈이었을 것이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 불을 켜고 창을 열고 바늘을 찔러 이마에 새 한 마리를 문신했다. 문신을 끝내자마자 새는 바늘을 입에 물고 화자를 데리고 초승달이 뜬 새벽하늘로 날아갔다. 창비 간『슬픔이 택배로 왔다』 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용인신문] 조선시대에 벼슬 대신 30년간 전국의 산을 두루 다닌 선비가 있었다. 김홍도는 그에게 단원도를 그려주었고 김만덕의 도움으로 한라산을 오르기도 했다. 선비 채제공은 “창해 자네야말로 썪어 없어지지 않는 존재”라고 칭찬을 하기까지 한 인물 창해일사 정란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창해 정란』은 정란이 다녔던 산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사유를 모아 만든 여행기이면서 삶을 논하는 인문서이기도 하다. 정란은 벼슬을 하기 바라는 아버지의 소원대로 도산서원에 가려고 길을 나서지만 정작 그가 먼저 간 곳은 낙동강이 흐르는 청량산이었다. 퇴계가 그 산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승 신유한은 정란의 산행을 응원해 가야산 등정을 권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정란이 가장이면서 벼슬도 마다하고 산에 다닌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은 “답은 머리나 입이 아니라 언제나 심장이었지”(108쪽)라고 말한다. 정란을 보면 꿈을 꾸는 사람에게는 그를 돕는 손이 생긴다는 말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산행에 드는 비용을 가족에게 의지할 수는 없는 그에게 보부상이 찾아와 서신을 적어주는 대신 비용을 주겠다고 나서거나 병든 노새를 걱정했는데 새로 나귀가 생긴 것
								
				[용인신문] 올해는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1932-2006)탄생 9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전국적으로 ‘백남준 축제’가 열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는 ‘백남준 효과’가 전시 중이고, 용인에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에서는 ‘바로크 백남준’과 ‘필드기억’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또한 ‘백남준의 보고서 1968-1979’도 같이 전시되고 있는데 정책가이자 미디어 컨설턴트로서의 그의 면모도 볼 좋은 기회이다. 흩어져있던 작품들을 모처럼 한자리에서 볼 수 있기에 더욱더 관람에 좋은 기회인 것 같다.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 사진기자>
								
				기혜림 단국대학교 치과교정과 교수 [용인신문] “아이의 같은 반 친구는 치과에서 영구치가 다 나온 다음 교정을 시작하자고 했다는데 우리 아이는 꼭 지금 해야 하나요?” 교정과 진료실에서 들을 수 있는 흔한 질문이다. 답은 간단하지 않다. 사람마다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는 ‘케바케’(case by case의 줄임말)이기 때문이다. ‘부정교합(malocclusion, 不正咬合)’은 단어 그대로 정상교합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치아의 배열이 가지런하지 않거나 위아래 맞물림의 상태가 정상의 위치를 벗어나 심미적, 기능적으로 문제 되는 교합관계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다. 때문에 부정교합이라 해도 환자 개인마다 다양하게 다른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골격의 전후방 및 측방 부조화가 없고 비교적 가벼운 치아 배열상 문제 혹은 적은 공간 부족량을 보이는 경우는 영구치 교환이 완료되는 만 12세 정도에 교정과에서 검진 후 치료를 시작해도 효율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러나 골격적 부조화나 구강 내 공간 혹은 배열 관련 복잡한 문제가 있다면 시기에 따라 치료계획이나 효과가 크게 차이날 수 있다. 예로 위턱보다 아래턱이 앞으로 나와 앞니가 거꾸로 물리는 상황이라면 위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