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시 읽기를 밥 먹는 일처럼 하는 평자가 있다. 바로 신형철이다. 밥을 꼭꼭 씹어먹어야만 삶에 필요한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시를 그렇게 꼼꼼하게 읽는다. 『인생의 역사』는 가을에 출간된 그의 최근 저작물이다. 동서양의 유명 시를 “인생의 역사”라 말하며 그 깊이와 쓰임새를 가늠한다. 책 머리에 “시를 읽는 일에는 이론의 넓이보다 경험의 깊이가 중요하다”고 말하며 시와 시인의 삶과 의미와의 관계를 설명한다. 『인생의 역사』는 고통, 사랑, 죽음, 역사, 인생을 주제로 5부에 나눠 시를 경험하게 한다. 저자는 브레히트의 시를 읽으며 아버지 신형철이 된다. ‘공무도하가’를 감상하며 인간의 삶이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을 탐구한 시를 감상하며 자신을 가르쳤으나 그 깊이를 모른다며 겸양을 드러내기도 한다. 외국 시 번역은 어울리는 단어를 찾아내느라 깊은 한숨을 토해낸 자취를 보여주기도 한다. 부조리한 현실 세계와 시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도 찬찬히 설명한다. 황동규의 시를 읽으며 그 안에서 나와 타자가 조우한다고 말하는 신형철은 시가 공동체를 향해 열린 예술임을 보여준다. 시라는 예술이 지독히도 진실을 간명하게 표현하려는 성격이
하승룡 단국대 죽전치과병원 치과보철과장 [용인신문] 우리는 살아가면서 치아우식이나 잇몸질환, 사고 등으로 이를 뽑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치아 상실 후 보철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치열궁의 구조적 완전성이 무너져 나머지 치아들이 재배열 되면 새로운 평형상태를 이루려는 성질이 강하다. 그로 인해 대합 되는 치아가 치아 상실부위로 심하게 정출되거나 인접치아가 빈 공간으로 이동해 교합이 변화되는 등 충치 및 잇몸질환의 발생빈도가 높아지게 된다. 또 보기에도 좋지 않으며 씹는 기능 및 발음에도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치아 상실의 경우 하루라도 빨리 보철치료를 받아야 불필요한 치과 치료를 막을 수 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치아 상실의 경우 고정성 가공의치(브리지)나 가철성 국소의치(틀니), 임플란트 중 하나로 치료할 수 있다. 방법의 선택은 환자의 선호뿐만 아니라 생역학적, 치주적, 심미적, 재정적 요소들을 평가해 결정하게 된다. 고정성 가공의치는 치아 상실부위 양쪽 끝 치아를 일정부분 삭제해서 보철물을 지지하게 되며 환자들이 구강 내에서 제거할 수 없다. 보통 2개 이하의 어금니 결손, 4개 이하의 앞니 결손이 있을 때 사용되나 치아 상실 부위에 심한 잇몸
1992 - 2022 [용인신문] 30년 전 용인신문은 「향토문화창달」·「지역발전선도」·「왜곡보도불식」이라는 창간 이념을 공표했습니다. 제호는 변경했으나 창간 이념은 단 한 번도 변함없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봐도 창간 이념이야말로 지역 언론의 의미와 가치를 가장 충실히 대변해온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언론자유화와 1991년 7월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시작됐습니다. 용인신문은 관선 군수 시절이었던 1992년 『주간 성산신문』이라는 제호로 창간되었습니다. 이후 『용인연합신문』을 거쳐 서른 살의 청년 『용인신문』이 되었습니다. 30년이면 전국 지역신문 역사에서도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필자 나이 서른 전부터 카메라를 메고 용인의 골목골목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매주 마감 때만 되면 밤을 새워가며 원고지에 기사를 쓰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벌써 세 번이나 변했으니 미디어 환경은 또 얼마나 급변했겠습니까? 종이신문의 위기라는 말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미디어의 생태계는 심각하게 파괴되어 교란 수준을 뛰어넘는 상황까지 치닫고 말았습니다. 30년 전 기대했던 미디어의 순
[용인신문] 용인시가 ‘제5차 예비 문화도시’에서 탈락했다. 예견됐던 일이다. 문화도시를 말하면서도 용인시는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족했다. 특히나 문화적인 상상력은 유치한 수준이었다.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기자는 용인시에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는 것으로 문화적 상상력을 키워보자고 제안한다. 현실적으로 미술관 하나 없는 용인시에 ‘구겐하임 미술관’ 유치가 가능하냐고 반문할 것이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용인시의 내년도 예산은 추경을 포함하면 3조 원이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인구도 110만여 명이다. 외적인 조건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문화적 콘텐츠의 빈곤이다. 용인시는 문화도시를 신청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어떠한 문화도시를 만들 것인가 보다 지정되면 100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니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 앞선 것은 아니었는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되면 좋고 안돼도 손해 볼 것 없다’는 것이 솔직한 추진 배경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스페인의 빌바오시는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중심도시로 자체 인구 37만여 명, 주변 지역을 포함한 대도시권은 100만여 명이다. 단순
[용인신문]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가 일어났다. 잘 자고 일어나 아침 뉴스를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해외 소식인 줄 알았다. 너무 허망하여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세월호의 트라우마를 지닌 청년들이 다시 참담한 현장에 있었기에 더욱 비통하다. 친구를 잃은 젊은이들과 유가족들의 심정을 어찌 가늠할 수 있을까. 감히 어떤 위로의 말도 드릴 수가 없다. 일부러 며칠은 뉴스도 보지 않았다. 외면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외면하려고 해도 외면할 수 없는 화면들이 눈앞에 쏟아진다. 언제나 그랬듯이 책임자들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핑계 대기에 급급하다. 장관이란 사람은 “경찰 인력을 배치했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구청장이라는 사람은 주최 측이 없는 축제이기에 매뉴얼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분명히 그 골목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의 모습이 영상에 남아있다. 그런데도 기자들의 질문에 짜증이 섞인 말투로 답하는 구청장을 보니 화가 치민다. 더구나 구청장은 당일 사고 한 시간 전에 그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전날 금요일 저녁에도 일반 시민들은 위험을 감지했었다. 심지어 토요일은 초저녁부터 인터넷방송을 하는 BJ들과 유튜버들이 심각성을 예고했다
[용인신문]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된 지 34년여 만인 올해 5월 ‘수급자 6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2020년 4월 500만 명을 넘은 이후 2년 1개월 만에 600만 명을 돌파했다. 수급자의 급속한 증가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생활 안전망으로서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하나 이런 성장의 이면에는 팍팍한 생활로 보험료 납부가 부담스러워 못 내는 사람들이 아직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매월 내야 하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납부를 기피하기도 하며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이기도 한다. 특히 연금보험료 중 절반을 매달 사업주가 내주고 있는 근로자와 달리 지역가입자인 국민은 보험료 전부를 본인이 내고 있어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볼 수 있음에도 그간 지역가입자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복지 당국과 공단에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중 사업 중단 또는 실직 등으로 연금보험료 납부예외를 신청한 사람들은 대표적인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로서 소득이 발생해 보험료 납부를 재개하는 경우에도 경제적 사정상 다시 납부예외를 신청하는 경우가
고백 이태수 미사 때마다 잘못한 이를 용서한다고 기도하면서도 지키기 어렵다 어렵다기보다 못 지키는 경우가 있다 내게 잘 못한 이보다 내가 되레 잘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잘 못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용서하지 못한 얼굴이 떠오르면 마음의 상처가 도지기 일쑤다 이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이태수는 1947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1974년 『현대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다. 그는 주변에 산재해 있는 대상들을 의식의 자력으로 끌어들여 삶과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사유하고 통각하면서 시의 깊은 맛을 돋우어낸다. 「고백」은 카톨릭 신자로서 타인을 쉽게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의 괴로움을 노래한 시다. 나는 그를 용서했다하다가도 그의 얼굴이 떠오르면 마음이 다시 어두워진다면 용서 한 것이 아닌 것을 화자는 수없이 경험한 것이다. 이제는 그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하지만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문학세계사 간 『나를 찾아가다』 중에서. 김윤배/시인
혓바늘 김기택 말할 때마다 따끔따끔하다 밥알이 구를 때마다 혀가 찔린다 물렁물렁하고 뭉툭한 혓바닥에 찔린다 아이스크림을 핥던 촉촉한 탄력에 찔린다 혀끝이 이빨 사이를 뒤지고 입안을 더듬고 혀가 만들어낸 말들을 다 뒤져도 바늘은 찾을 수 없고 말랑말랑한 것밖에는 없어서 찌르는 것이 없는데도 찔린다 찔리기도 전에 찔린다 찔리는지 모르고 있다가 느닷없이 소스라친다 김기택은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기택은 주로 사물시를 써 왔기 때문에 사물주의자로 불린다. 「혓바늘」은 그의 사물시 중의 하나다. 혀에 돋은 돌기로 음식이 닿으면 통증이 오는 병증이다. 말할 때마다 따끔거리고 밥알이 닿을 때마다 따끔거린다. 혓바늘에서 바늘을 유추해낸 것이 이 시의 비의다. 혀끝이 이빨 사이를 다 뒤져도 바늘은 없고 혀가 만들어낸 말을 다 뒤져도 바늘은 없다. 그리하여 지르는 것이 없는데도 찔리는 게 혓바늘이다. 문지 간 『낫이라는 칼』 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가난은 임금님도 구제 못 한다.”라는 말을 마치 경전의 한 부분인 양 입에 달고 살던 시대가 있었다. 그것도 남도 아닌 가난 당사자 백성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가난은 백성들의 몫이고, 가난은 백성들만이 해결해야 하는 숙제와 같은 것으로 당연시되는 임금이 주인이던 시대에는 이 말이 일견 타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이 주인인 시대에는 조금은 달리 해석될 수도 있는 부분 이기도 하다. 지금은 패도니 왕도니 이런 시대가 아니다. 그야말로 민주사회다. 국민이 주인이 된다는 세상인 것이다. 문제는 주인으로서의 생활을 사느냐에 방점이 있는 거다. 왕도시대든 패도시대든 백성들의 의사에 관계없이 군주가 선다는 점이고, 요즘 세상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권좌에 오르는 세상이다. 그 사람이 똑똑하든 아둔하든 그건 그리 중요치 않다. 무슨 짓을 하든 국민 개개인으로부터 선택의 증명 낙인 도장 한 개만 받아내면 누구든 법이 정한 임기 년 수 만큼은 떵떵거리며 산다. 이 땅의 관련 법이 그렇다는 말이다. 여기에 다수의 국민들도 동의한 거고 선택당한 자의 과거가 어떻든 그건 별개다. 국민 개개인으로부터 도장 한 개를 받아냈느냐 아니냐의 결정만 존재할 뿐
[용인신문] 로드무비가 재미있는 이유는 낯선 공간에서 사람을 만나고 발견하지 못한 자아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여행의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일단 떠나기 위해 용기가 필요한데 필자는 좀 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10여년의 연극계 생활을 과감히 접고 영국행을 택했으니 말이다.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는 필자의 영국행을 한 치의 공란 없이 적어 내려간 여행기이자 역사서이자 도시 설명서이면서 자아를 탐색한 기록이다. 필자는 “명품 가방 대신 샌드위치 하나 달랑 들어있는 가난한 배낭”(7쪽)을 메고 세계적인 공연과 만나고 미술관을 방문한다. 필자의 여정은 각 장마다 있는 친절한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명한 관광지 외에도 그 관광지에 얽힌 정치, 사회, 역사, 문화의 관점에서 망라된 설명은 여행안내서보다 다채롭고 알찬 정보가 가득하다. 영국이 셰익스피어의 나라인 만큼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함께 소개되고 있다. 연극계에 있는 필자의 관심이 짙게 전달되는 대목도 많다. 골목골목 작가가 직접 방문해 얻은 정보들은 마치 현장에 필자와 독자가 함께 걷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독자들은 작가가 발행한 야드티켓을 받아 대극장
[용인신문] 처인구는 용인시 심장부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의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다. 마평동 공설운동장 부지 6만 6000㎡(2만 평)의 활용방안을 놓고 아직도 설왕설래 중이다. 처인구민은 공용버스터미널을 이전하여 복합쇼핑몰과 주민 편의시설 등이 들어선 처인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개발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현재의 공용터미널을 헐고 새로운 터미널을 세우기로 한 만큼 공설운동장 활용은 새로운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처인구청은 건물이 노후하고 업무공간과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 신청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이상일 특례시장과 용인시의회는 공설운동장부지에 처인구 신청사와 주민 문화공간을 함께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용인시 문화복지 행정타운 건설계획이 수립될 당시 지역언론은 물론 중앙언론까지 가세하여 전시행정이다…, 시 청사가 정부청사보다 크다느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당시의 비판은 행정 제일주의와 시청사는 관청(官廳)이라는 정형화된 틀에 갇혀 있던 시대였다. 21세기 들어서는 공공기관의 청사를 단순한 관청으로 보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국회가 되었든 시의회가 되었든 국민과 시민이 우선이다. 정부청사, 시도청사, 시청사, 구청사도 마찬가지다.
[용인신문] 10월 31일은 ‘MZ세대 명절’로 자리 잡은 할로윈 데이(Halloweenday)다. 펜데믹 이후 처음 맞이하는 할로윈 시즌에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K좀비’의 인기를 빼놓을 수 없다. K좀비의 흔적을 따라 여행객들이 경희궁과 경복궁, 북촌 한옥마을 등을 탐방하며 ‘서울 좀비 투어’ 등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교육청 과학교육원 과학해설사들이 할로윈 복장을 하고,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할로윈은 이제 글로벌문화로 정착한 것 같다.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