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이재무 술안주로 무화과를 먹다가 까닭 없이 울컥, 눈에 물이 고였다 꽃 없이 열매 맺히는 무화과 이 세상에는 꽃 시절도 없이 어른을 살아온 아들이 많다 이재무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1983년에 시단에 나왔다. 「무화과」는 속꽃으로 열매를 맺는다. 그러니 사람들에게 꽃 없이 열매 맺는 과일로 보인다. 그 무화과를 먹다가 시인은 까닭 없이 울컥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니다. 까닭이 없는 게 아니다. 세상에는 무화과와 같은 군상들이 얼마나 많은가. 꽃 시절 없이 어른으로 살아온 아들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 아들들 속에 시인 자신도 있는 것이다. 시작시인선 409 『즐거운 소란』 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용인신문] 1965년 6월 22일 한일국교 정상화의 토대가 된 한일기본조약 체결 당시 가장 쟁점이 되었던 일제강점기의 피해배상에 대한 항목은 단 한 구절도 들어있지 않았다. 다만 제1조 1항, ‘일본국은 대한민국에 대하여’라는 제목하에 “일본 엔화 1080억 엔을(3억 아메리카합중국 달러와 동등한 가치를 갖는) 10년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울러 720억 엔(USD 2억 달러)을 장기 저리의 차관으로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한일기본조약에는 배상은 고사하고 보상이라는 단어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 알량한 푼돈을 받고 당시 박정희 정권은 40년 일제 식민지 침탈의 역사를 청산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를 위해 김종필 중앙정보부장과 오히라 일본 외무상이 1962년 11월 비밀 접촉을 시작한 지 3년간의 협상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역대 일본 정부는 식민 지배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사과는 고사하고 최저 수준의 유감을 표시하는 것조차 거부해 왔다.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지금까지 일본은 상식 이하의 망언을 계속해왔고 일제의 식민지지배를 정당화해왔다. 일본이 미쓰비시, 신일본제철 등 전범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 대법원이 배상
[용인신문]용인시가 세계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거듭날 전망이다. 2019년 원삼면에 120조 원이 투자되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결정에 이어 2023년 이동‧ 남사면 일대에 국가 첨단산업단지인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청사진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42년까지 30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직‧간접적 생산 유발 효과는 700조 원, 고용효과는 160만 명이다.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 일대 710만㎡(215만 평)에 조성되는 국가 첨단산업단지는 삼성전자가 첨단 시스템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건설하고, 국내외 소부장 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150여 곳이 입주한다. 최근 공사 첫 삽을 뜬 SK하이닉스에 이은 낭보는 용인특례시가 명실상부한 세계최대 반도체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음을 가능케 한 셈이다. 용인시민들은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의회를 비롯한 지역 내 관계 기관들도 환영 성명서와 플래카드를 게시하는 등 들뜬 분위기다. 반도체 도시 조성에 총력을 기울여온 이상일 시장은 반도체 국가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추진단을 구성했다. 행정절차 전반과 사업 대상지의 주민들이나 기업들의 보상과
[용인신문] 환경부가 지정한 기후변화 측정지표 중에는 무등산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큰산개구리 알이 있다. 이상기후 현상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이다. 개구리는 생태계의 먹이사슬 중간으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주범으로 지목되었던 외래종 황소개구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황소개구리와 알이 천적들의 풍부한 먹잇감이 되면서 지금은 생태계의 자정 능력을 간과한 것 아닌가 하는 조사결과가 있다고 한다. 곧 밤이면 울어댈 개구리 소리가 “생태계는 저희가 책임질게요”라는 노랫소리로 들릴 것 같다.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 사진기자>
[용인신문] 추리물은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이 왜, 누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규명한다. 이야기는 독자와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며 범인과 동기를 끝까지 쉽게 내주지 않는다. 끊임없이 의심스러운 상황 속에 놓은 인물을 등장시켜 다음 사건을 향하게 한다. 소설은 유령이 된 주인공이 영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죽음에 대한 미스테리를 파헤친다는 이야기다. 소설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가 사선처럼 엮인다. 우선 주인공의 죽음에 관한 미스테리 해결이 큰 축이다. 끊임없이 주변인물에게서 살해의 동기를 찾지만 번번이 그 동기는 무력화 된다. 이야기의 다른 측면은 작가적 고뇌가 차지한다. 주인공의 직업이 작가였기 때문에 작업의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고, 창작 자체에 대한 불안으로 자기복제에 대한 두려움같은 것을 보여준다. 또 한 가지는 끊임없이 제시되는 문학작품이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상상력 사전 제시가 다른 축이다. 다른 한편으로 영매의 연인 찾기도 하나의 맥락을 갖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마치 피라미드의 네 꼭지점이 하나를 향해 달려가듯 이야기의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도대체 주인공의 죽음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인가? 죽음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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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사람들 심춘자 터널 속 어둠처럼 긴 현실 슬픔은 그날 그대로 어머니는 아들을 잃고 아내는 남편을 잃고 딸은 아버지를 잃고 삶이 무너졌다 아침엔 눈이 또 떠졌다 심춘자는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났다. 2018년 『문학사랑』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남겨진 사람들」은 우리들의 일상의 삶에서 겪게 되는 비극적인 상황을 묘사한 시다. 슬픔은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이어서 울컥울컥 피를 토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삶이 무너져도 아침엔 또 눈을 뜨는 것이다. 그게 가혹한 우리들의 삶이다.
[용인신문] 일찍이 공자는 자신의 공부 벽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열 가구쯤 되는 마을에 충성되고 신뢰 되는 사람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를 나만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부에 관한 한 하늘을 찌르는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섭땅의 군주 섭공이 자로에게 물었다. 그대의 스승 공자님은 어떤 분입니까? 자로의 생각에 공자의 인품이 워낙 훌륭하셔서 자로가 뭐라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려워 아무 말도 못 하고 물러 나와 공자께 일을 고하니 공자께서는 대단히 서운하시다는 듯 당신을 거듭 변명을 하셨다. 너는 어찌하여 너의 스승의 사람 됨이 공부를 하고자 애씀에는 먹는 것도 잊고, 공부해서 알게 되면 그 즐거움에 근심도 잊으며, 몸이 늙어가는 것도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데도 이토록 공부를 좋아하고, 또 공부를 많이 했지만, 군주나 대부를 제외한 일반 범부들 사이에선 공자를 그리 알아준 것은 아니었다. 하루는 공자의 수제자 자로가 석문에서 하룻밤 유숙하고 새벽을 나서는데 “어디서 오는 길이오?”라고 석문지기가 물으니 자로는 답하길 “공 씨 계신 데서 오는 길입니다”라고 했다. 이에 석문 지기가 말한다. 아하. 안되는 줄을 뻔히 알면서도 해대는
[용인신문] 옛날부터 옻나무와 함께 최고의 황금색 고급 칠감을 생산하는 나무가 황칠나무다. 옻나무처럼 황칠나무도 줄기에 상처를 내면 누런 수액이 나와 황칠(黃漆)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북한에서는 옻나무처럼 수액이 보이고 그 색깔이 노랗게 보였기에 노란 옻나무라고 불렸으며 잎이 오리발을 닮았다고 해서 압각목(鴨脚木), 황금색 닭발이란 의미의 금계지(金鷄趾) 등으로 불렀다. 황칠은 칠 가운데에서도 으뜸으로 꼽았다. 전통공예로 옻칠, 황칠의 수액을 채취해 절제 후 사용하며 칠한 후 색이 변하는데 처음엔 우윳빛에서 점차 공기에 산화되며 황금색을 띄게 된다. 다산 정약용이 황칠이란 시에서 ‘보물 중의 보물’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영롱한 금빛을 띈다. 부와 권력의 상징인 황금색을 가졌기에 황칠을 금칠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쓰임새가 광범위해서 나무와 종이, 가죽, 금속, 유리에도 사용한다. 황칠은 옻칠 천년, 황칠 만년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장기간 변하지 않는 내구성이 최고며 투명하고 광택이 우수해 열에도 강하고 방수성도 뛰어나다. 황칠은 역사도 깊다. ‘삼국사기 고구려 본기’에 따르면 보장왕 4년 당태종이 이세적을 앞세워 요동성을 공격할 때 백제가 금칠한 갑옷을 바치고
[용인신문] 윤석열 정부는 강제 징용피해 제3자 배상이라는 해괴한 방법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이 1905년 을사늑약부터 1945년 8.15해방까지 40년간 우리나라를 강점해온 식민 지배에 대해 완전한 면죄부를 받게 된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도 국민의 여론을 듣고 있을 터인데 이토록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한겨레신문 3월 8일 자 <김누리 칼럼>은 윤석열 정부 1년을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거대한 퇴보’라고 규정했다. 김누리 교수의 칼럼을 간략하게 인용한다. “독일 방송에서 가장 정치적이고 지적인 장르는 코미디다. 특히 공영방송 코미디 프로는 정치의식의 수준을 보여준다. 한국에도 그런 프로가 있다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 1년은 정치 코미디의 황금기였을 것이다. 이처럼 무궁무진한 코미디 소재를 제공한 대통령이 있었던가. 왕(王)자 손바닥, 천공 스캔들, 바이든-날리면 참사, 도어스테핑 사고, 이준석-유승민-나경원 사태까지 그야말로 코미디의 연속이었다. 김 교수는 윤석열 정부 1년을 퇴행과 역행의 연속이었다고 진단했다. 첫째 신자유주의의 부활, 둘째 수구의 귀환, 셋째 냉전의 회귀, 넷째 역사의 퇴행으로 윤 정부
[용인신문] 1909년 7월, 덕수궁 함녕전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송별연이 열렸다. 조선 통감에서 물러나 추밀원 의장으로 영전한 것이다. 그의 자리는 부통감으로 있던 소네 아라스케가 물려받았다. 이날 송별연은 태황제였던 고종이 베풀었다. 때마침 비가 내리고 고종이 인(人), 신(新), 춘(春)의 석 자를 운(韻)으로 내려 시를 지어볼 것을 권했다. 이토와 이완용, 소네 등이 가세하여 다음과 같은 합작 시가 탄생했다. -이토 : 단비가 처음 내려 만 사람을 적셔주고/감우초래점만인(甘雨初來霑萬人)-모리 : 함녕전 위에 이슬빛이 새로워지니/함녕전상로화신(咸寧殿上露華新)-소네 : 부상과 근역을 어찌 다르다 논하리오/부상근역하론태(扶桑槿域何論態)-이완용: 두 땅이 한집을 이루니 천하가 봄이로다/양지일가천하춘(兩地一家天下春). 위의 구절에 나오는 부상(扶桑)은 일본을 가리키는 말이고, 근역(槿域)은 한국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경술국치일은 1910년 8월 29일이다. 대한제국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이완용은 “두 나라가 하나”라는 구절을 버젓이 읊조렸다. 2023년, 제104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