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네가 나왔다 이수명 꿈에 네가 나왔다 네가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다. 왜 누더기를 입고 있니 누더기가 되어 버렸어 날씨가 나쁜 날에는 몸을 똑바로 세울 수 없는 날에는 누더기 옷을 꺼내 입는다고 했다. 꿈에 네가 나왔다. 꿈속을 네가 지나가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걸어가서 너무 쓸쓸해서 땅에서 돌맹이를 주웠는데 빛을 다 잃은 것이었다. 돌벽 앞에 네가 한동안 서 있었다. 나는 돌벽이 무너질 것 같다고 피하라고 했는데 너는 집을 나와서 천천히 산책 중이라고 했다. 꿈에 네가 나왔다. 아주 짧은 꿈이었다. 이수명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4년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꿈에 네가 나왔다」는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혼재되어 있는 시로 읽힌다. 꿈에 나온 너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있었다. 날씨가 나쁜 날에는 몸을 똑바로 세울 수 없어서 누더기 옷을 입는다는 너다. 너는 꿈속을 아주 자연스럽게 지나갔다. 나는 너무 쓸쓸해서 돌맹이 하나를 주웠는데 돌맹이는 빛을 다 잃은 돌맹이였다. 너는 돌벽 앞에 한동안 서 있었다. 네가 서 있는 돌벽이 무너질 것 같아 피하라고 했지만 너는 산책 중이라고 했다. 너는 아주 짧은 꿈속에 내게 왔다. 그러니 너는 내게
[용인신문]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장자료 알려진 키플링이 쓴 작품 『정글북』은 두 개의 판본을 가지고 있다. 모글리가 숙적 시어칸을 물리치기까지의 내용이 첫 번째 판본에 실렸고, 이후 성인기까지의 이야기가 두 번째 판본에 실려 있다. 이미 애니메이션으로도 소개가 많이 된데다 간결하게 요약되어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도 많이 출간이 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원본이 가진 의미가 달라진 채 회자 되고 있다. 어버이 날을 맞아 『정글북』의 모글리를 키워낸 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모글리에게는 다양한 층위의 부모가 있다. 모글리의 생물학적인 엄마는 메수아라는 여인이었다. 호랑이 때문에 네 살 무렵의 아이를 잃은 메수아. 야성을 가진 아들이 돌아오자 인간세계에 적응하는 법을 가르쳤다. 메수아는 마을 사람들이 아이를 이방인 취급하자 안타깝지만 마을에서 떠나게 한다. 숲에서 길을 잃은 모글리를 키워낸 부모는 늑대무리이다. 대장 아켈라는 자신의 명예를 걸고 모글리의 생존을 보증했으며 모글리가 납치되자 끝까지 추적해서 구해낸다. 곰 발루와 표범 바기라는 가르치는 부모의 역할을 맡았다. 때로 따뜻하게 때로 엄격하게 정글의 법칙과 언어를 가르쳤다. 특히 바기라는 모글리가 찾아가야
[용인신문] 공자께서 노나라 대부이자 권신인 계강자와 차담을 나누던 중에 위나라 영공이 무도하다고 말하니 계강자가 “그런 자가 나라를 잃지 않는 까닭은 무엇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이에 공자는 “외치인 외교의 일은 중숙어가 담당을 하고, 내치인 종묘사직의 일은 축타가 담당을 하고, 군대의 일은 왕손가가 담당을 하니까 나라를 잃을래야 잃을 수가 없다”라고 했다. 사실 위령공은 암군이고 혼군이 맞다. 하다못해 제 처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과거에 어떤 여자였는지도 모르는, 그런데 나라 안 백성들은 걱정 없이 편하게 잘 먹고 잘살 수 있다는 데 있다. 그가 재임한 기간이 장장 42년이나 된다. 백성들은 그가 40년 동안 왕 노릇을 해 먹든 말든 관심도 없다. 왜냐면 지금도 충분히 잘 먹고 잘살고 있으니까. 이게 위나라 영공의 이해 불가한 단면이다. 분명히 머저리가 맞는 거 같은데 나라 안 백성들은 잘 먹고 잘살기 때문이다. 설원 8권 존현편에 내용을 여타의 전적과 연의해서 풀어쓴다면 이렇다. 노나라 군주 애공이 공자에게 묻기를 “오늘날 군주 중에 누가 현자입니까?” 그러자 공자는 말한다. “위나라 영공이 현자입니다.” 어째서 현자냐고 물으니 “사람을 쓰는데 탈
[용인신문]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학교에서 편지 쓰는 시간이 있었다. 손편지를 쓰고 카네이션을 만들어 어버이날 아침에 수줍게 달아드리면 뿌듯해하시던 부모님 얼굴이 떠오른다. 드디어 편의점에서 예약제로 판매하는 순금카네이션 배지가 나왔다. 계묘년을 기념하는 순금 토끼 골드바와 함께 어버이날을 겨냥한 선물이다. 용돈 봉투도 ‘과일 뇌물 상자’라는 미니 과일 상자 디자인의 용돈 박스에 돌돌 말아 리본에 묶어서 넣어드리는 게 유행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자녀들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계획을 미리 세운다고 한다. 무엇을 드리든 함께하는 시간 만큼은 행복하게 기억될 것이다.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 사진기자>
[용인신문] 한반도 핵 억제 정책을 한미 공동으로 펼치게 된 것이 가장 중요한 합의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발표하는 대변인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정부의 외교정책이 심각하게 미국에 경도된 것은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삼성과 SK의 중국 현지법인에 대해 반도체 기술을 중국이 군사적으로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견제하는 것으로 압박을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아니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전지(電池) 분야에도 압박을 가해 삼성과 LG가 미국에 생산공장을 세운다는 굴복을 강요당했다. 미국은 노골적으로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기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지침까지 제시했다. 한국을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면 이런 황당한 협박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미국의 협박에 전전긍긍하며 알아서 기고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이전한다고 치자. 미국은 믿을 수 있는가? 중국은 자력으로 반도체 기술육성에 집중투자 한다면 수년 내에 한국을 추월할 저력이 충분한 나라다. 중국이라는 세계 최대시장에 10년도 넘게 투자하여 설립한 한국 현지법인은 미국의
[용인신문]
[용인신문] 내년 4월 10일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용인시민은 4개 선거구에서 4명의 국회의원을 뽑게 된다. 그중 용인갑(처인) 선거구는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다. 최근 정찬민 의원이 항소심에서 7년 형을 받으면서 무주공산(無主空山) 위기에 처하자 초미의 관심지가 됐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정찬민 의원 뒤를 이어 수성에 성공할 필승의 카드를 물색 중이다. 민주당을 탈당해서 현재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과 김희철 전 육군소장, 또 용인 출신인 윤재복 (사)국민화합 이사장, 김상수 시의원 등 다양한 인물들이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우일 지역위원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권인숙 현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부산경찰청장을 지낸 이상식 씨, 용인 출신으로는 우제창 전 국회의원과 엄교섭 · 오세영 전 도의원 등이 신발끈을 졸라매고 있다는 소식이다. 민주당 역시 이화영 지역위원장이 구속돼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다. 용인시는 인구가 110만 명에 육박하면서 외지인 대비 토박이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처인구는 용인 정치 1번지로 서부지역에 비하면 토박이 비율이 높은 편이다. 객관적으로 능력이 검증된 지역 출신 정치인이 등장한다면
[용인신문] 고림지구 내 양우 2차 아파트 주민입니다. 최근 고림지구 내 양우 3차 아파트도 입주하고,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고유초등학교와 고유중학교 건축 공사도 한창입니다. 그런데, 양우 2차 아파트에서 경안천 쪽을 바라보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도시계획에 따라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바로 지척에 정리가 안 되어 어수선하고 냄새가 심한 공장들이 그대로 잇습니다. 이 공장들 역시 고림지구 내 개발 예정지로, 계획대로라면 벌써 이전하고 아파트 또는 상가들이 서 있어야 합니다. 민원도 여러번 넣어봤지만 여전히 그대로이고, 언제 개발된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습니다. 고림지구에는 제대로 된 상가도, 공원도 없습니다. 심지어 도로조차 들쭉날쭉입니다. 고림지구는 용인시가 수립한 도시계획에 따라 개발된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정도면 용인시가 나머지를 보상해서라도 개발을 완성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시에 어떤 대책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용인신문] 어떤 심리학자가 말하길 공포는 인간의 뇌 깊은 곳에 있는 편도체를 활성화시키고 이는 다시 온몸으로 기민하게 특정 화학물질을 전달한다고 한다. 공포물을 읽는 행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일곱 개의 이야기는 저마다 최후의 순간을 향해 달려간다. 공포물의 주인공들은 대상으로부터 도망치려 하지만 소용없다. 주인공을 노리는 어떤 존재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불안과 공포에 빠지게 만든다. 인물들은 중독되거나 매혹되거나 전염되었다. 곱씹어 보면 일곱 개의 이야기는 현대의 문제적 상황들이라는 위기에 내몰려 있다. 효용 가치를 부정당하는 개인, 존재감이 없어서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개인, 소유에 집착하거나 관계에 집착하는 개인들을 이야기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설들이 특이한 것은 공포의 존재로부터 등장인물의 탈주가 그다지 간절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치 이미 예견된 종말인 것처럼 어느새 받아들이고 있는 인물들이 보인다. 어째서일까? 마지막 일곱 번째 이야기는 작가의 고민을 공포물로 형상화했다. 하나같이 물적 토대가 넘쳐나는 세계에 관계마저 과잉이 되어가면서도 섬 같은 존재가 되어가는 개인들을 반영한다. 『부디 너희 세상에도』에서 보여주는 종말
[용인신문]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빛가람대방 엘리움로얄카운티’. 총 25자로 국내에서 가장 긴 아파트명이다. 20자가 넘는 곳들도 많다. 최근 아파트 작명은 지역, 랜드마크, 건설사, 브랜드, 펫네임(pat name 애칭) 순으로 이루어진다. 특정 동네에 처음 들어서면 ‘퍼스트’, 공원이 있으면 ‘파크뷰’, 숲이 있으면 ‘포레’, 학군이 좋거나 학원 밀집이면 ‘에듀’, 4차로 이상 대로가 있으면 ‘센트럴’, 시장이나 광장이 있으면 ‘플레이스’ 혹은 ‘스퀘어’ 등등…. 아파트 이름만 잘 지어도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사례가 있어서인지 브랜드 프리미엄에 진심이다. 앞으로 용인에 들어설 아파트들은 군살 쏘옥 빼고, 누구나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들로 지었으면 좋겠다. <글‧사진: 황윤미 본지 객원사진기자>
비의 마중 김중일 어린아이가 무지개 우산을 쓰고 맞은편에서 동동 떠내려오듯 오고 있다 네가 비켜서는 방향으로 여러 번 가만히 멈춰선 아이의 우산은 비의 무릎 같다. 네 앞에 쪼그려 앉아 마치 너를 어린이처럼 내려다보는 키가 큰 비의 한쪽 무릎 같다. 너를 마중 온 비. 한쪽 무릎을 꿇고 우산도 안 쓴 너의 이마를 매만지는 비의 젖은 손가락. 너는 아이의 무지개 우산 위 공중에 목례를 하고 서둘러 마중 간다. 급히 챙긴 하나 남은 우산을 쓰고 갈 생각을 미처 못하고. 죽은 아이 마중 간다. 그동안 잃어버린 우산들을, 그렇게 모두 다 주고 돌아왔다. 김중일은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비의 마중」은 세상을 떠난 아이에 대한 헌시다. 아이가 살아 있었을 때 화자는 비오는 날이면 우산을 들고 아이를 마주나가고는 했었을 것이다. 마중 나가 죽은 아이에게 그동안 잃어버린 우산들을 모두 다 주고 돌아오는 것이다. 문학과지성사 간『만약 우리의 시속에 아침이 오지 않는다면』 중에서. 김윤배/시인
[용인신문] 648년 3월. 신라의 김춘추가 당나라의 장안을 방문했다. 신라의 사신 파견 사례로는 유일하게 ‘구당서’ 본기에 기록되었을 정도로 주목받은 사건이었다. 김춘추는 당 태종에게 고(告)했다. “백제가 포악하고도 교활하여 자주 침범을 하였으며, 지난해는 대부대의 군사로 수십 성을 함락시킴으로써 입조할 길조차 막았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군사로서 흉악한 무리를 잘라 없애지 아니한다면 우리 지방 백성들은 전부 사로잡히게 되니 육로와 수로를 거쳐 조공할 일도 다시 바랄 수 없습니다” 하였다. 당의 처지에서 보면 김춘추의 친당 노선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645년 안시성의 패배를 경험한 당 태종 이세민에게 제 발로 찾아 와 머리를 조아리는 신라는 고마운 존재였을 것이다. 신라가 남쪽에서 고구려를 압박한다면 고구려 정벌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다. 신라와 당나라 모두 이해득실을 따진 동맹의 형성이었지만, 당나라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이후부터 신라는 독자적인 연호를 폐지하고 당나라의 연호를 따랐다. 각종 제도와 관복 등도 당나라식으로 바꾸며 친당 정책을 본격화했다. 나당연합을 통해 백제를 공격하여 위기로부터 나라를 지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