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2년 전 광복절 카자흐스탄에서 유해가 봉환되어 대전 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에서 영면에 드신 홍범도 장군의 영혼이 잠 못 이루고 있다. 친일이 훈장이 되고 항일은 시대에 역행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구태로 매도되는 조국의 모습을 보기 위해 철천지원수 일제와 싸웠는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으나 해도 해도 너무한다.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한덕수 국무총리가 밝혔다는 뉴스보도를 봤다. 육군사관학교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철거된 자리에 맥아더 흉상을 설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홍범도 장군이 소비에트연방 공산당에 가입한 전력 때문이라고 한다. 장군은 1895년 명성황후가 일제에 시해된 을미사변(乙未事變)이 일어나자 포수가 되었다. 이후 의병 활동에 투신하여 일생을 독립운동에 몸 바쳤다. 장군은 1937년 스탈린의 조선인 강제 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하여 정미소 노동자로 일하다 해방되기 2년 전인 1943년 이국땅에서 작고하였다. 장군이 고국을 떠나 항일운동의 근거지를 만주와 연해주로 옮긴 것이 1908년, 장군의 유해는 무려 11
[용인신문] 어른이 아이들에게 삶을 가르쳐줄 때 책 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는 삶 속에 있는 희노애락을 부족함 없이 담고 있다. 생에 대한 원리가 장엄한 이야기로 엮인 이 작품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지만 어른들이 더 열심히 읽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2022년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에서 우수작품으로 전 세계 어린이가 함께 읽어야 하는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 6권이 출간되었다. 와니니의 무리의 수사자 아산테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번 이야기에서는 리더에 대한 사유를 담아냈다. 1권에서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생을 마감한 아산테의 이름을 이어받은 사자 아산테. 초원의 동물들은 그 이름만 듣고도 경외감을 갖는다. 이제 막 수사자로서 도립한 아산테는 명예로운 이름을 물려받았지만 그에 걸맞는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주인공 아산테가 과거의 영광을 이어받아 수사자로 그리고 무리를 이끄는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거쳐야 할 통과의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눈에 띄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다른 수사
[용인신문] 야! 여기 봐 게가 있어!! 물 빠진 갯벌에서 바닷게를 만났다. 게는 자기 집을 만들고 있었다. 제 몸 하나 들어갈 만한 구멍을 팠다. 집게발로 모래를 샥샥 모아 가지고 나와서 구덩이 밖에 쌓는다. 한참을 관찰했다.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님은 생명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알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도시에 살며 생물이라곤 개미와 거미 그리고 강아지밖에 보지 못하는 나는 그만큼 다른 무언가를 사랑할 기회를 잃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노래를 틀고 손을 잡고 걸었다. 발에 감기는 갯벌은 부드럽고 물컹했다. 어디는 차갑고 어디는 따듯했다. 뻘에 생긴 물길이 마치 강 같아서 우리가 거인이 된 것 같았다. 빨간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타인의 도시 이원오 그대의 발자국을 새겨줄 흙이 남아 있지 않다 한강의 그 많은 모래는 어디로 갔을까 범람하던 강의 시름이 깊어지면 무심한 모래는 물을 머금어 고층 숲을 만들어 낸다 흙으로 돌아가려면 근 팔십 여년의 대기표를 찢어야 하고 변두리란 이름을 거머쥔 도시의 끝자락 자기 건사할 땅 한 평 없는 유민들 비좁은 땅, 이 도시에 사랑의 간선도로는 어디쯤 내야 할까 당신과의 밀월장소는 어느 곳에 굴설해야 하나 밀집된 곳에는 기댈 영혼이 넘쳐나 비상구는 늘 열릴 준비를 해야 한다 매달 마감 날에 붐비는 환상의 야경은 늘 무심해지는 타인처럼 군다 반지하 자취방에 밤새 불이 켜진다 밤새 다진 흙을 밟기 직전이다 이원오|2014년 계간《시와소금》등단 시집으로『시간의 유배』가 있음. 용인문학회 회장.
[용인신문] 연합뉴스가 보도한 후쿠시마 오염수 저장 용량은 총 134만 3227t으로 올림픽 규격 경기장 500개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2024년 3월까지 총 3만 1200t(전체의 2.3% 추정)을 방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정화 처리가 되어도 세슘 등 방사성물질 62종의 제거는 가능하지만 삼중수소(트리튬)는 제거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통계자료는 2.3%의 방류로 삼중수소 5조 베크럴(Bq)이 바다에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일반 국민은 베크럴이 얼마를 나타내는 단위인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삼중수소가 인체에 무해한가, 유해한가이다. 언론은 그것만 정확하게 알려주면 된다. 괜히 국민이 잘 알지도 못하는 단위를 들이대면서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하기보다 위험한가, 안전한가를 따져서 정확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사명이다. 일본 정부는 정화 처리된 오염수는 절대 안전하다고 누차 강조해왔고 한국 정부는 자청하여 대변인 역할을 자임해왔다. 그렇게 안전하다면 정화 처리 시설을 대폭 늘려서 2~3년 내 바다에 방류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왜? 30년을 두고 찔끔찔끔 처리하여 바닷물
[용인신문] 수지구 풍덕천동 진산마을 성원아파트에서 성복역 롯데몰까지 이어지는 성복천변 보행로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보행로 중심이었는데, 수년 전 자전거 전용로를 넓히면서 보행로는 좁아졌습니다. 운동하러 그 길을 다니면 보행로가 좁아서 자전거 전용로로 침범을 하게 되고, 자전거 이용자들과 크고 작은 마찰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보행로가 워낙 좁고, 특히 일부 구간의 경우 더 심각하다 보니 안전사고 위험이 많아 늘 조심합니다. 무엇보다 보행자가 안심하게 다녀야 하는데, 이 구간은 산책로임에도 자전거 이용자의 편의성이 더 우선되고 있습니다. 하천변 구간이 좁아서 어쩔 수 없다면 진산 성원 ~ 성복역 구간의 자전거 전용 구간을 해지하고, 보행자/자전거 혼용 도로로 바꾸어 자전거가 우선하여 조심할 수 있게 바꾸어 주시길 청원합니다. 현재의 보행환경은 아주 비상식적입니다.
[용인신문] “설마. 가짜뉴스 아니야?” 용인시의회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술(60병)을 몰래 반입하다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적발됐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들었던 생각이다. 용인시 자매도시인 코타키나발루시 방문길에 벌인 시의원들의 ‘망신살 뉴스’를 접하고 믿을 수 없었다. 더욱 창피한 것은 자매도시 공항에서 벌금까지 물었다니 ‘의원 외교’가 아니라 ‘자해 외교’를 벌인 것이다. 지금 시국이 해외에서 술판을 벌일 한가한 상황인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용인지역 생선가게와 횟집 등이 직격탄을 맞고, 다시 뛰는 금리에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 서민들은 이자 폭탄을 맞고, 무너지는 수출전선에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에 허덕이는 총체적 위기임에도 이를 망각한 시의원들. 용인시에 부탁해 초청장을 받은 의원들의 여행가방 속엔 소주가 가득했다. 공식 의원연수 외교를 명분 삼아 우연히도(?) 여름 휴가철에 딱 맞혀 세계적인 휴양지인 코타키나발루에서 ‘화끈한 술판’ 계획이 미수에 그친 것이다. 의회 외교를 명분으로 외국을 공식 방문하면서 술을 무더기로 반입하다 적발돼 국제적 망신살을 자초한 의원들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어디 이뿐인가. 민주당이 ‘민생 회복’을 위해 의원들
[용인신문] 처인구에는 인구 20만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고 있습니다. 또한 원삼면에 하이닉스 반도체 산단이 들어오고, 이동읍과 남사읍에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반도체 산단이 들어오는 등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처인구 인구는 크게 증가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처인구에는 이렇다 할 대형병원이 없습니다. 이로 인해 처인구 주민들은 큰 병원을 가야 할 경우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특히, 노인 인구가 많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 병원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구가 증가하게 되면 대형 병원시설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용인시 차원에서 부지제공 등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처인구에 대학병원 및 대형 병원 유치를 적극 추진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임계홍 국민연금공단 수지지사장 [용인신문] 청렴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다’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바람직하고 깨끗한 청렴결백을 선비정신의 근간으로 삼았다. 다산 정약용은 “청렴은 목민관의 기본임무고 모든 선의 원천이요 모든 덕의 근본으로 청렴하지 않고는 목민관을 할 수 없다”라고 했다. 즉, 공직자에게 청렴은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개인의 이해나 관심이 직무수행에 영향을 주면 안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국민연금공단은 공직사회 청렴의 중요성을 인식해 투명하고 공정한 조직문화 조성과 청렴 실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업무처리 단계별 처리기준 및 절차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공정성을 강화하고 조직구성원의 청렴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청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반부패경영시스템 표준인 ISO37001을 도입해 대내외 부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영상 위험 요소를 사전 예방하고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시행에 맞춰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적이익 추구를 금지함으로써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이해충돌 방지제도 운영예규를 제정해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국민연금
[용인신문] 프랑스의 도토리 초등학교에서 은퇴하는 로베르 푸르파티는 은퇴식을 마치자마자 받은 꽃다발과 들고 다녔던 낡은 가방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집으로 간다. 왜일까? 이야기는 로베르 선생님이 은퇴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그는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37년간을 돌아본 사진 속에서 로베르 선생님은 단 한 번만 웃고 있었다. 어째서? 『로베르 선생님의 세 번째 복수』는 37년간 근무 중 자신에게 가장 큰 굴욕감을 준 세 학생에게 복수를 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다. 선생님은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이 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어릴 적 친구들의 괴롭힘을 해결하는 방법을 선생님도 부모님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선생님이 된 것은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함보다는 후배 세대들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가 부임했을 시기엔 교육관이 또 달라졌다. 아이들을 존중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선생님은 철없는 아이들의 존경을 받은 것 같지 않다. 세 번의 굴욕적인 사건을 겪은 로베르는 복수를 꿈꾸며 은퇴할 날만을 기다렸다. 최근 뉴스에서 교권이 사라졌다거나 교실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게다가 학
거미와 사마귀 김어영 둘 다 상대의 주검을 먹고 살아가는 곤충이다 활 모양의 비닐하우스 대에 비닐은 없다 호박 넝쿨이 친구가 되어준다 거미가 대 사이에 쳐 놓은 그물망 앞으로 위로 뭘 사냥하다 걸려들었을까 오르려고만 하는 사마귀는 거미줄에 점점 빠져든다 신기함에 빠져 곤충 하나의 죽음을 방조했다 거미는 모처럼 걸려든 먹잇감을 보고 있을 것이다 약한 것이 먹히는 자연의 섭리가 이런 것일까 날개는 물론 다리도 움직임이 없다 한낮의 태양은 아는지 모르는지 공평하다며 햇살을 보내고 있다 김어영|2006년 《용인문학》 신인상 수상.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시집으로 『청춘이 밟고 간 꽃길』이 있음. 용인문학회 고문.
[용인신문] 덥다 더워. 절기는 서늘함 깃드는 처서處暑 넘어 찬 이슬 내린다는 백로白露로 가고 있는데도 더위는 지긋지긋 계속되고 있다. 귀청을 찢어대는 매미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뉴스들이 더욱 덥게 한다. 더 이상 못 참고 막말로 뚜껑이 열릴 지경이다. 폭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지하도 참사와 최후진국 같은 잼버리대회 국제 망신. 연일 터져 나오는 묻지 마 칼부림 사건과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꼴 보기도 역겨운 정쟁政爭 등등이 뚜껑을 열리게 만들고 있다. 계속되는 더위와 흉악한 세태에 창조적 활동은 할 수 없어 일단 접고 우리네 한국인 마음과 문화의 근본은 어떠한가를 다시금 공부하고 살피고 있다. 신라 당대 국제적 지성 최치원은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전해오는 현묘한 도가 있으니 풍류라 했다”고 현전하는 우리 최고 역사서 <삼국사기>는 쓰고 있다. 최치원은 풍류를 불교, 도교, 유교 삼교를 본래부터 포괄하고 있으면서 (實乃包含三敎) 우주 만물과 접하여 교감하며 서로서로 살려내는 접화군생接化群生 도라고 했다. 하여 인간은 물론 우주 삼라만상과 더불어 순조롭고 신명 나게 살며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도 풍류에서 나왔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