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민주주의입니다. / 어둠의 날들 / 몰아치는 눈보라 견디고 피어나는 의지입니다. / 몇 번이나 죽음의 마루턱 / 몇 번이나 그 마루턱 넘어 / 다시 일어서는 목숨의 승리입니다. / 아 당신은 우리들의 자유입니다. 우리입니다. // 당신은 민족통일입니다. / 미움의 세월 / 서로 겨눈 총부리 거두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 / 그 누구도 바라마지 않는 것 / 마구 달려오는 하나의 산천입니다. / 아 당신은 우리들의 평화입니다. 우리입니다. // 당신은 이제 세계입니다. / 외딴 섬 아기 / 자라나서 겨레의 지도자 겨레 밖의 교사입니다. / 당신의 고난 당신의 오랜 꿈 / 지구의 방방곡곡 떠돌아 / 당신의 이름은 세계의 이름입니다. / 아 당신은 우리들의 내일입니다. 우리입니다. / 이제 가소서 길고 긴 서사시 두고 가소서.” 고은 시인이 쓴 故 김대중 대통령 추도시 “당신은 우리입니다” 전문이다.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세계적 지도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향년 85세로 서거했다. 역사의 파노라마를 한 생애에 고스란히 반영시켰던 큰 별. 그 역사의 주인공을 떠나보내는 국민들의 마음은 정치노선을 떠나 모두가 안타깝고 침통할 따름이다
용인의 정체성 확립의 길은 오래 전부터 용인지역 문화유적지를 돌아보면서 기자를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석축 원형이 많이 남아있는 할미산성이었다. 언젠가는 한 여름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할미산성을 둘러봤고, 비를 피해 산불감시탑 밑에서 커피를 마시던 추억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가을엔 잘 여문 알밤이 산성위로 쏟아져 산행의 즐거움을 더했다. 용인의 산수이야기 저자인 이제학 선생을 중심으로 만들었던 모임仙이 산행의 주인공이었고, 그렇게 2년쯤 카메라를 들고 따라다니다 보니 웬만한 용인의 산하는 거의 다 돌아볼 수 있었다. 그때서야 용인의 아름다움을 느꼈고, 그 중에서도 석성산과 할미산성, 그리고 처인성이야말로 진정한 용인의 보배임을 깨닫게 됐다. 석성산은 용인의 진산으로 예로부터 국가의 중요 통신수단이었던 봉화대가 있었던 곳이다. 아직까지 성곽 흔적들이 존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옛 봉화대 역할을 하는 군 통신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석성산에서 내려와 영동고속도로를 건너면 바로 할미산성에 오를 수 있다. 인근 기업체의 토지가 포함되어 있던 탓인지 사람들의 출입이 많지 않았고, 천년이 넘는 세월에 성곽은 많이 무너져 내렸지만 흔적만큼은 고스란히
입추가 지났고, 휴가철도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여름휴가 때문에 영동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가 몸살을 앓았지만, 아직도 휴가를 못 갔거나 미뤄둔 시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자는 시간과 돈이 가장 적게 드는 휴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때마침 용인역사기행에 대한 용인시 홍보자료를 보면서 이글을 쓰게 됐다. 기자가 몸담고 있는 용인신문사(구 성산신문시절)에서는 90년대 초반부터 꽤 오랜 시간을 향토문화유적 답사단을 운영해왔다. 향토사학자들이 동행했던 답사단은 참가자들의 회비와 신문사 지원으로 운영됐고, 답사 결과물들은 신문에 연재해 널리 알렸다. 그리고 문제가 있는 문화재 주변 환경은 행정기관에 건의를 했고, 이후 즉각적인 시정조치까지 이뤄졌으니 문화재 보호 역할까지 겸했던 것이다. 그 후엔 본사 주도로 용인향토문화지킴이 시민모임을 결성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뜻있는 분들이 명맥을 잇고 있으니 다행이다. 그만큼 용인지역엔 향토문화유적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최근 10년간 급격한 개발로 용인의 지도가 바뀌면서 각종 문화재의 위치조차 찾아가기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인지 원주민들조차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환경의 변화 탓도 있겠지만,
매년 여름철만 되면 전국적으로 인명피해와 크고 작은 재산피해가 발생한다. 천재지변이야 예측하기 힘들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인지라 재난관리 체계도 다양하다. 봄철엔 산불 때문에 초비상이다. 건조주의보가 내리면 일선 지방 공무원들은 공휴일까지 반납해가면서 산불대기를 한다. 지자체에서는 산불감시단을 만들고, 소방헬기를 임대해 산불조심 계도까지 한다. 그래도 산불재난은 끊이지 않는다. 불은 물과 달라서 한번 타고 나면 짧아도 십년이상 걸려야 회복된다. 높은 수령의 나무일수록 회복 불가능이다. 따라서 산불은 돈으로도 절대 되살릴 수 없는 재난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정부나 지자체는 임도를 개설하거나 각종 산불진압 장비를 도입하는 등 산불과의 전쟁을 치른다. 산불보다 더 큰 문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수해다. 봄가을에도 장마철을 무색하게 만드는 집중호우 때문에 큰 피해가 발생한다. 더욱이 용인시처럼 면적이 큰 도시는 지역별 강우량도 천차만별이다. 용인시는 1990년대 초 전후 폭우로 인해 사상 최대의 인명피해가 발생한바 있다. 높은 산이 찢어지고 무너졌다. 그 흔적은 지금도 다 지워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재산 피해액도 수백억 원에 이르
얼마 전 백남준은 세계에 내놓을 국가브랜드라고 주장하는 백기사(백남준을 기리는 사람들)모임이 신문에 실렸다. 지난 주 칼럼에서 기자가 국가와 도시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던 터라 매우 반가웠다. 국가와 도시브랜드가 불명확한 상황에서 최고 브랜드를 꼽는다면 역시 백남준밖에 없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이다. 임권택 감독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했던 영화 춘향전을 세계 영화제에 내 놓았을 때, 세계인들로부터 섹스피어 명작을 능가한 수작이란 격찬을 받았음에도 정작 우리만 몰랐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비교할 상황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이제라도 민족이 낳은 위대한 예술가 백남준을 공부해야 한다. 경기도는 백 선생 생전부터 백남준 미술관 유치를 추진했고, 작고 후 우여곡절 끝에 백남준 아트센터를 용인 땅에 개관할 수 있었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용인시 입장에서도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세계적인 국가와 도시들이 유치를 강력히 희망했던 백남준 아트센터가 용인시에 개관했음에도 정작 대한민국은 물론 경기도와 용인시까지 너무 조용하다. 그래서인지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를 달았다는 비아냥거림까지 나오고 있다. 문화마인드 부재 탓일까. 아니면 정부와 지
현대사회가 국가브랜드와 도시브랜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경쟁과 비교우위를 통해 얻어지는 자산이다. 따라서 브랜드는 무형의 가치임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기에 국가나 기업 모두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 국가브랜드 순위를 세계 33위에서 2013년까지 15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 중이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국민과 함께 배려하고 사랑받는 대한민국 만들기’를 국가비전을 채택했다. 주요 내용은 △국제사회 기여도 제고 △첨단기술·제품 확대 △문화·관광산업 육성 △다문화 가정·외국인 배려 확대 △글로벌 시민의식 함양 등 5대 분야의 10대 과제다.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제대로 담아낼 브랜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Dynamic Korea’를 국가브랜드처럼 대대적으로 홍보 했지만, 국내에서조차 좋은 평을 받지 못했는지 폐기처분되는 분위기다. 대한민국을 한방에 인식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2013년까지 브랜드 순위를 15위까지 끌어올릴지는 의문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브랜드 역시 천차만별이다. 외국인들에게
사통팔달(四通八達)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얼마 전 용인~서울 민자고속도로와 영덕~오산간 도로가 개통되었기 때문이다. 용인은 매년 지도가 확확 바뀌고 있다. 영덕~오산간 도로는 오산시에서 용인 기흥구 영덕동을 잇는 총연장 13.8km의 4~8차로다. 용인~서울 민자 고속도로에 연결된다. 용인시는 그동안 출퇴근 시간마다 만성적인 교통난에 시달려 왔다. 난개발이라는 불명예 역시 도로부족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개통된 두개의 도로는 서부권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어느 정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용인지역 교통문제는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에 차량이 대거 몰리면서 빚어졌다. 이에 정부는 난개발 치유책의 일환으로 광역교통망 구축비 10조원 이상을 용인지역에 쏟아 붓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분당선 연장선이나 신분당선 등도 광역교통망 대책의 일환이다. 따라서 앞으로 3~5년 정도면 교통지옥은 면할 것이다. 특히 용인지역을 관통하는 화성, 오산 등의 교통량이 분산되면 지역 간 통행시간도 훨씬 단축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타까운 것은 동부권이다. 2010년 개통예정인 경전철이 반쪽짜리 교통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수천억 원이 투입된 경전철이 분당
840억 원대의 지방채 발행이 예상대로 전액 삭감, 무산됐다. 용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고자 했던 표면적 이유는 국가 경제위기로 인한 정부의 재정조기집행 계획과 과도한 세입 감소 등이다. 하지만 시의회는 예산 심의 초반부터 시 재정의 건전성과 예산 편성의 불· 편법 의혹 등을 지적하며 지방채 발행을 사실상 불신하기 시작했다. 이는 용인시 사상 최대 규모의 지방채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장의 공약사업 추진을 위한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시는 각종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시의회 측과 적잖은 갈등을 빚어왔다. 문제의 발단은 방만한 예산운영을 지적했던 시의원들과 애써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던 집행부 측의 수평적 논조 때문이다. 양측에 잠재되었던 갈등이 이번에 폭발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모두에게 냉정한 판단이 필요할 때라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의원들은 주민대표다. 따라서 행정부의 예산행정을 꼼꼼히 따져보고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이 시의원들에게조차 불성실한 고자세로 임하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실례로 집행부는 그동안 여러 개의 부결된 안건을 수차례 토씨하나 바꾸지 않고, 재상정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그리
국회나 지방의회나 회기 중의 풍경을 보면 한 결 같이 공무원 수십 · 수백 명이 의사당 곳곳에서 대기하느라 북새통이다. 더군다나 지방의회는 집행부 사무실이 의사당 코앞인데도 모두 몰려와 대기를 한다. 바쁜 업무처리를 하다가 순서에 맞춰 출석해도 될 법 하건만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물론 상임위별 소관 부서마다 질의응답 시간이 틀려 시간 조정이 어려운 점도 있다. 하지만 이젠 각 과 사무실에서도 TV모니터나 인터넷 등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회의 진행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의사당 풍경은 매우 소모적이다. 상임위원회가 소집되면 집행부 공무원인 담당 국장과 과장들이 대거 출석한다. 자연스럽게 실무 계장들까지 줄줄이 따라온다. 여러 의원들로부터 평상적인 질문 외에도 호통 수준의 집중 추궁을 당할 때도 허다하다. 이로 인한 공무원들의 긴장과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그런데 더 볼썽사나운 것은 상임위 회의실의 질의응답 풍경이다. 예전에도 지적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개선되지 않아 다시 한 번 지적한다. 사실상 회기 중 주요 사안 결정은 상임위원회에서 모두 결정된다. 그만큼 상임위원회는 중요한 커뮤니티의 현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주민대표인 시의원이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추진 중인 ‘희망근로프로젝트’가 시작부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희망근로프로젝트는 과거 IMF실업구제책으로 실시된 공공근로 사업비보다 거의 배가 많은 2조 원 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기간은 6개월 동안 25만 명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이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고통 받는 차상 위 계층을 돕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정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프로젝트임에도 일감 자체가 형편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환경정비나 쓰레기 줍기 등의 허드렛일이다. 그래서 희망근로를 다녀온 노인들은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른 일에 비하면 힘도 덜 들고 시간만 때우면 된다고 자랑까지 한다. 반면, 농촌 지역이 많은 충청도에 정치적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은 사업초반 발 빠르게 성명을 내는 등 정부의 졸속 행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희망근로가 농번기와 겹치면서 농촌지역의 인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용인지역에서도 농촌마을 노인정들이 과거와는 달리 텅텅 비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충청지역의 농촌 인건비는 3만~3만5000원이다. 반면 정부의 희망근로는 3만3000원의 일당과
당연한 말이 새삼 ‘헌법 제1조’라는 노래로 만들어져 집회현장마다 인기리에 불리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사회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다. 그리고 헌법 제1조의 노랫말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도 맞다. 헌법 제1조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정부주의자라고 해도 공감할지 모른다. 문제는 민주주의가 난산한 사회 갈등이나 정치 분열 양상으로 인한 불신과 억압이다. 민주주의 핏줄이라 할 수 있는 ‘소통’이 안 될 경우엔 동맥경화 현상까지 불러 올 수도 있다. 소통은 인간의 육체로 따지자면 물이나 공기와 마찬가지다. 물과 공기가 사라지면 생명이 죽듯이 민주주의도 소통이 없으면 죽음이다. 그럼에도 소통 부재로 죽음의 줄타기를 하는 위태로운 광대들이 많아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 뒤에 나타난 사회 현상들을 분석해보면 정치·사회 모두 분열 양상이 심각하다. 단일 민족으로 똑 같이 모국어를 쓰면서도 단어 하나하나를 해석하는 의미가 각기 다르다. 어떤 태생의 한계 때문일까. 굳이 편을 가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양분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빈부 양극화보다 더 무서운 이념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필시 전쟁의 느낌
김종경의 용인이야기 - 故 노무현 前대통령을 추모하며 산중 그림자가 깊어질수록 더욱 흐드러지게 피었던 찔레꽃. 누가 순백의 찔레꽃을 보면서 별처럼 슬프고 달처럼 서럽다 했나요. 찔레꽃 향기는 왜 그토록 슬퍼야 했고, 또 밤을 새워 울어야 했단 말인가요. 찔레꽃은 저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이젠 이 땅의 영원한 대통령, 당신을 찔레꽃이라 부르렵니다. 내 아비와 똑같은 예순 셋의 길지 않은 생애를 살다 스러져간 노무현 전 대통령님. 찔레꽃처럼 아무도 돌보는 이 없었고, 따듯한 눈길 한 번 제대로 받아본 적 없었던 내 아비와 당신을 동일시해봅니다. 그래도 당신은 용서하시겠지요. 내 아비와 당신은 내 인생의 희망이자 주인공이셨기 때문입니다. 가뭄과 홍수로 세상이 갈라지고 무너져도, 척박한 대지 위 가시덤불 속에서 순백의 꽃불을 촛불처럼 환하게 밝혀주셨던 당신도 이제 떠나셨습니다. 벌써 그립습니다. 수년 전 아비를 떠나보냈던 슬픔보다 더 가슴이 아팠고,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몇날 며칠 술을 마셨고, 몇 년 동안 끊었던 담배까지 줄로 피웠습니다. 당신을 좀 더 아끼고 지켜드리지 못한 자책감도 컸지만, 그것보단 우리 모두가 당신의 외로움과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