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가. ‘정신대’와 ‘종군 위안부’, 일본군 ‘위안부’의 의미를 알기나 하는가? 식민지 조선의 징병제 실시 소식에 김활란은 감격한다. 그 절정의 기쁨을 1942년 12월, 가장 친일적인 대중잡지 신세대에 남겼다. ‘이제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징병제라는 커다란 감격이 왔다.…… 지금까지 우리는 나라를 위해서 귀한 아들을 즐겁게 전장으로 내보내는 내지의 어머니들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나 반도여심 자신들이 그 어머니, 그 아내가 된 것이다.…… 이제 우리도 국민으로서의 최대 책임을 다할 기회가 왔고, 그 책임을 다함으로써 진정한 황국신민으로서의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생각하면 얼마나 황송한 일인지 알 수 없다.’ 제국주의 일본은 1937년 중일 전쟁을 일으키면서 침략 전쟁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전쟁 승리를 위해 국가 총동원법이 시작되고 식민지 조선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놓아야 했다. 곡식은 물론이고 놋그릇, 숟가락을 가져 가더니 1944년 부터는 본격적으로 강제 징용과 징집이 시작됐다. 남자들이 군인으로, 노동자로 끌려가면서 조선의 일손 부족이 심각해졌다. 새로운 노동력의 충원이 필요해 지자 여성들에게 집
용인만평
길눈이
최은진의 BOOK소리 54 변방의 아웃사이더들이 던지는 화두! 변방을 찾아서 ◎ 저자 : 신영복 / 출판사 : 돌베개 / 정가 : 9,000원 시대마다 늘 존재해왔던 아웃사이더. 그 변방의 아웃사이더들의 신선한 반란과 역동적인 생각은 늘 개혁의 중심이었었고 새로운 시대를 가능케하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책. 신영복 교수가 직접 쓴 글씨들을 나눠준 장소들을 찾아 다니는 여행의 기록들과 그 장소에 얽힌 역사,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그 장소들이 모두 변방이다. 물론 여기서 변방은 단순히 공간적 개념이 아니다. 광활한 우주 안에서 인간의 위상자체는 언제 어디서든 변방의 작은 존재이므로 알고보면 우리 모두 아웃사이더들이 아닌가. 그가 찾아가 역사와 이 시대를 돌아보고 의미를 생각해 본 변방은 해남의 서정분교, 강릉 허균 · 허난설헌 기념관, 박달재,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오대산 상월사,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 봉하마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서울특별시 시장실이다. 그곳에서 변방이란 단어를 매개체로 여러 담
장안을 후끈 달군 혼외정사 돈으로만 환전이 가능한 혼외정사. 세상은 이를 일러 불륜이라 불렀다. 더 이상 성(性)은 성(聖)스러운 것도 해방도 아닌 상업이다. 대학가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베스트 구호가 있다. 당당하게 ‘모텔’ 들어가서 쿨 하게 나온다. 한때 우리의 앞 세대에는 손목만 잡혀도 순결을 잃었다며 치마폭으로 얼굴을 가리고 물속으로 뛰어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혼이 무슨 벼슬인 냥 떠버리고 다니는 시대가 됐다. 아직도 그 여자하고 사냐? 라며 ‘이혼’못하면 마치 무슨 바보 취급당하는 데야 무슨 할 말이 더 있으랴. 조선시대 선비가 아닌 평민들은 아내를 버릴 때 사정파의(事情罷意), 합의이혼이라 하여 놋쇠로 만든 칼로 할급휴서(割給休書)를 하는데 남자는 아내로부터 옷 앞 고름 섶 자른 것을 받고, 남편은 자신의 옷깃을 잘라서 준다. 이를 증표삼아 그 즉시로 재가할 수 있다. 이른바 “립고타인(立顧他人)돌아서면 남이다”라는 말의 출처다. 그러나 선비는 그렇지 않다. 숙종실록 권40(숙종 30년 9월 신유일)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아내를 버려도 된다는 법이 없어 아내가 사나워도 헤어질 수 없다”라고 명토 박는다. 그렇다 배처당
시로 쓰는 편지 84 석류 신동옥 가지 끝에 피톨을 머금고 삼켜 솟구치는 불의 나팔 밤하늘로부터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대답에 귓바퀴를 안으로 돋는 옹골찬 타악기 떨어져 썩은 한 알이 가지에 기어올라 과육을 졸이고 졸여서 쪼그라 들어서 샅을 긁고 습진을 털어내고 다시 잎을 틔울 때 끝간 데까지 저를 물리고도 모자라 검붉게 달아오른 핵, 탄착점 없는 열정이 꿈꾸는 희생자 없는 세계의 고요한 애절양(哀絶陽).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새해, 모두에게 주어진 새로운 시간입니다. 약속처럼 모든 해는 붉게 떠오르지요. 해돋이를 보다 떠오른 건 뜻밖에도 붉은 석류. 그 모습이 서로 닮아 있기 때문이겠지요. “가지 끝에 피톨을 머금고 삼켜 솟구치는 불의 나팔”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세상을 향해 목청껏 외치는 일에 조금 지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해야할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희망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한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석류 알처럼 단단한 마음이 아닐까요. 다시 한 번 ‘마음의 사회학’을 떠올려
OFFICER BUCKLE AND GLORIA PEGGY RATHMANN 아이를 키우다보면 위험천만한 일들을 겪게 됩니다. 조심했는데도 아찔한 순간들이 닥치곤 하지요. 저는 애들이 위험을 인지하고 말귀를 알아듣기 전까지 뜨거운 국도 안 끓이고 커피포트을 사용도 금지 했답니다. 이웃의 아이가 화상흉터로 고생하는 것을 보았기에 특히 화상에 예민하게 반응했었습니다. 그러나 위험은 곳곳에 복병처럼 숨어 늘 우리를 덮칠 기회를 엿보고 있더군요. 방에서 잘 놀던 아이가 기도가 막혀 거꾸로 세워 등을 치며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했고, 수영장에서 어른 수영장으로 풍덩 들어갔던 일도 있었지요. 기도가 막혔던 것은 원인이 야쿠르트 뚜껑인 은박지였습니다. 엄마가 잠깐 한눈팔면 어찌되는지 아찔한 경험이었지요. 한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면 안 된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 저는 설마 하는 그 순간이 사고다. 라는 등식을 제 머릿속에 각인시켜 두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TV프로 위기탈출 넘버원도 열심히 보았답니다. 그렇게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 기적의 시간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OFFICER BUCKLE AND GLORIA 』 는 이러한 생활 속 안전에 관한 책
용인만평
2016년은 용인 100만 도시의 원년입니다. 본지 발행인 김종경 해마다 정치권의 주요 인사와 대기업 CEO들은 신년사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모두 한 결 같이 민생 경제를 다잡아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결의에 찬 말을 쏟아냅니다.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며 경제를 살려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금융권과 대기업 총수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혁신과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들의 신년사만 보면 금새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 같기에 새해 첫날만큼은 항상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임기의 절반을 넘기데 됩니다. 정권의 중간평가격인 총선도 4월에 있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사분오열 중입니다.예로부터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던가요.총선이 불과 3~4개월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야당은 지금까지도 제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은 정당간의 정책 대결은 아예 기대도 않습
길눈이
최은진의 BOOK소리 53 한 때 스무 살이었던 사람들에게...... 스무 살 ◎ 저자 : 김연수 / 출판사 : 문학동네 /정가 : 13,000원 아이도 어른도 아닌 스무 살을 지금 누군가는 지나고 있고, 누군가는 지나왔고, 또 누군가는 지나갈 예정일 것이다. 하지만 지나와 본 사람만이 안다. 스무 살일 수도, 혹은 스무 두 살일 수도 있는 그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시절인지, 그 빛을 서서히 잃어간다는 게 얼마나 가슴저린 일인지…. 하루도 빠짐없이 달리기를 하며 글을 쓰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는 “우리 시대 가장 지성적인 작가” 김연수의 첫 소설집이 15년 만에 재발간되어 다시 우리 마음을 두드린다. 지나가 버린 스무 살처럼 애틋하고 그리운 느낌으로….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는 문장이 먼저 가슴을 툭 건드리며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의 마지막을 플라잉코스터에서 맞이한 사람의 이야기 , 선풍기와 책을 유폐시키는 게 삶의 목표인, 선풍기 수집가와 도서관 사서의 이야기 을 비롯해 , ,
독재자이며 폭군의 후손인 헤롯대왕 동방박사 오지랖의 결과는 참혹했다. 헤롯대왕 면전에서 “유대人 왕 나신이가 어디계시뇨? 우리가 경배하러 왔노라.”라는 이 한마디가 엄청난 피바람을 몰고 올 줄은 동방박사 그들도 미처 몰랐으리라. 신약성경에는 헤롯 왕이란 이름이 45번 나오는데 동방박사가 만난 헤롯왕은 10명의 아내와 15명의 자녀와 기록되지 않는 검은 아이 17명의 자녀를 둔, 평생을 출신성분 콤플렉스에 분노한 70세의 늙고 병든 헤롯대왕이다. 헤롯대왕은 메시아, 예수 따위는 관심 없다. 동방박사가 말한 유대人의 왕이라는 그 유대 人. 그놈의 유대人 혈통에 헤롯대왕은 미치고 환장을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독재자요, 폭군에서의 후손인 이두메 사람으로 유대人이 아닌 이방인이다. 유대사회에서 헤롯의 위치는 비록 대왕(大王)일지라도 “유대인도 아닌 주제에 유대의 왕이라니 지 애비가 로마에 사바사바해서 왕 된 주제에.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영화 친구)” 할 정도로 유대인들은 헤롯대왕 알기를 권력만 두려워할 뿐, 속으론 개똥 만큼도 여기지 않는다. 전에 으리으리한 부자가 환갑 잔치를 할 때 평생을 계(紒)하고 갓쓴 선비에게 칠언배율 한시로 축시를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