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78 여러분, 잘 죽을 준비 됐나요? 죽음연습 ◎ 저자 : 이경신 / 출판사 : 동녘 / 정가 : 16,500원 아무도 경험해 본 사람이 없기에 상상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죽음’.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철학을 시작했다는 저자는 깊이에 넓이까지 총망라하여 “죽음연습”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제목의 철학에세이를 펴냈다. 잘 늙고 잘 죽는 것을 넘어 잘 사는 것에 대한 사색을 많은 이들과 나누려고 했다. 아무도 경험해 본 적 없지만, 누구나 한번은 경험하게 될 그 문턱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는 우리들. 죽음연습을 통해 그 두려움과 공포를 들여다보고, 사는 동안 잘 죽어가는 법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1부 ‘나이 듦의 지혜를 찾아’를 시작으로 2부 ‘죽음은 삶의 끝인가, 시작인가?’, 3부 ‘너도 죽고 나도 죽으리’, 그리고 4부 ‘그(녀)들의 죽음’으로 끝맺으며 죽음에 대한 총망라적이고 전방위적인 지식을 펼쳐보인다. 개인적인 상실이나 부재로써의 죽음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죽음을 목도한 철학서이기도 하다. 제도와 관습의 살인, 위험한 세상의 희생양이 된 죽음, 전쟁이 낳은 집단죽음 등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기도
한국 정치사 의리의 돌쇠 빅 쓰리 이정현 의원이 마침내 집권여당의 당 대표가 됐다. 이정현 의원하면 오버랩 되는 첫 장면이 박근혜대통령 선거 지원 유세 때 TV화면을 통해 울먹이면서 애원했던 장면이다. 아마도 열정이 지나쳐서 그랬겠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보기가 민망을 넘어 차마 그 울먹이는 소리를 들어내기가 무척이나 곤혹스러웠다. 그래도 명색이……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물론 본인은 “내가 언제 울먹이면서…”라며 가뜩이나 둥근 얼굴이 더 똥그래지도록 핏대 올리며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런 그가 밉지 않은 것은 병든 마누라와의 순애보다. 기자들의 표현을 빌면 이회창 캠프에서 복사지나 나르던 근본 없는 놈이라 했다. 그런 근본도 없는 놈이 우박이화(遇朴而花) 박근혜를 만나 꽃을 핀 것이다. 꽃다운 나이 방년의 기생 일타홍이 심 아무개 도련님과 첫날밤을 치루면서 했다는 말. 여자는 자기를 예뻐해 주는 선비를 위해 치마끈을 푸는 것을 대공심(大空心)이라하지요. 그러자 일타홍보다 한 살 어린 선비 왈, 心자를 운자 삼아서 大公心이라 응수 한다. 듣자하니 신임 이 대표 좌우명이 대공심(大空心)이라한다. 풀면 마음을 크게 비워 국민을 위하는 큰일에 쓴다. 신당서(新唐
평형수를 충만할 때 이원오 배가 기울어졌다 모든 기울기는 결핍을 수반한다 결핍은 모자람이 아니며 과잉의 동의어이다 배의 기울기에는 숨겨놓은 탐욕의 과잉이 있었다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한 실종이 있었고 비겁한 잉여의 민낯이 있었다 짠물에 민물을 일치시키던 수평 거친 파도를 이기는 힘이었고 결별을 허락하지 않은 마지노선이었다 힘은 무릇 수평에서 왔으나 견고한 욕심의 무게는 수평을 짓눌렀다 모두 기울기를 저울질하고만 있었으니 고박하지 않은 양심도 풀어져 버렸다 그날 서해바다에서 찔끔찔끔 흘려버린 물의 기울기는 거친 맹골수도에서 가팔라졌다 잃어버린 눈물의 평형수만큼 피눈물로 꼭꼭 채워넣어야 했다 지금, 당신의 평형수를 충만해야 할 시간이다 -------------------------------------------------------------------- 아득해질 만큼의 더위, 무탈하신지요. 오늘의 시인에게서 삶의 ‘평형’에 대해 한 수 청하고자 합니다. 전제는 그러합니다. 모든 기울기에는 결핍이 수반되어 있지요. 아름다운 ‘편애’조차도 이미 한 편으로 치우쳐 있는 것처럼.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균형’에 대한 의식이며 감각일지도 모릅
소송사기 - 법원을 속여 판결을 받거나 강제집행을 하면 어떻게 될까. 1. 갑돌이는 용인기업주식회사에게 받을 돈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거짓의 공정증서를 작성한 다음 이를 근거로 용인기업이 정도령에게 산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압류한 후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갑순이 이름으로 넘어오면 경매절차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용인기업의 다른 채권자가 먼저 이전등기까지 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갑돌이는 어떤 책임을 질까(대법원 2015.02.12. 선고 2014도10086 판결) 2. 갑돌이는 용인기업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에 대하여 법원을 속여 강제집행을 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것이다. 이는 사기죄에 해당하는 소송사기다. 법원을 속여 자기에게 유리한 판결을 얻고 이에 터 잡아 피해자로부터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이다. 따라서 속이는 대상이 법원이고 피해자가 재판의 상대방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사기죄와 크게 다르지 않다. 3. 사기죄는 사람을 속이는 행위(기망행위), 기망을 당한 사람의 착오, 재산상의 손해를 초래하는 행위(처분행위),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소송사기는 법원을 속여 유리한 판결
김영란법 환영하지만 공수처 설립이 더 시급하다 헌법재판소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려 사회적 찬반논란이 일단락됐다. 물론 헌재 결정에 박수를 보내는 국민과 전문가들도 많지만, 일각에서는 입법을 통한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의 쟁점으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포함 여부, 배우자 신고의무 부과 조항, 허용 금품액을 시행령에 위임한 조항’ 등 4개 쟁점 모두 합헌으로 판단했다. 이 법은 예정대로 9월28일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김영란법 대상자는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식사 3만 원 이상, 선물 5만 원 이상, 경조사비 10만 원 이상을 받아선 안 된다. 한국식 부정부패 관행의 중대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과 범위를 둘러싼 반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 법 적용 대상자는 공직자 외에 민간인들까지 포함된다. 그러다보니 ‘과잉 입법’ 논란과 ‘도덕 사찰’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헌재가 부패 근절이 사익 침해보다 시급하다는 판단을 했는지는 몰라도 법 시행 순간부터 상당기간 혼란이 불가피해
오룡의 역사 타파(103) 타락한 권력을 비판하고 벼슬을 거부한 조식은 말한다 - 나라를 엎을 수도 있는 존재는 백성이다. 조선의 선비는 칼을 차지 않았다. 선비에게 칼은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 경상감사 이양원이 부임 인사를 하며 “무겁지 않으십니까?” 라고 묻자 “뭐가 무겁겠소. 그대의 허리춤에 있는 금대가 더 무거울 것 같은데…”라고 답했던 조식은 칼을 찬 선비였다. “전하의 국사(國事)가 이미 잘못되고,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하여 천의(天意)가 이미 떠나갔고, 인심도 이미 떠났습니다.(…) 소관(小官)은 아래에서 시시덕거리면서 주색이나 즐기고, 대관(大官)은 위에서 어물거리면서 오직 재물만 불립니다. 백성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1555년 단성현감을 제수 받은 조식은 단호했다. 명종의 집권 10년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일 정도로 혹평의 사직 상소를 썼다. “신은 이 때문에 깊이 생각하고 길게 탄식하며 낮에 하늘을 우러러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며, 한탄하고 아픈 마음을 억누르며 밤에 멍하니 천장을 쳐다본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자전(慈殿:문정왕후)께서는 생각이 깊으시지만 깊숙한 궁중의 한 과부에 지나지 않으시고, 전하께서는 어리시
엄마가 읽어야할 영어동화 JAMBERRY by Bruce Degen 몇 년 전 저는 프랑스 대서양 연안의 카르낙( Carnac)지역을 여행했었습니다. 선사시대의 거석유적이 있는 그곳은 제가 좋아하는 기유빅(Guillevic) 시인의 고향입니다. 딸과 함께 낭트지방을 여행하다가 카르낙이 멀지 않음을 알고 여행책자에는 없는 그곳을 어렵게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모녀를 감탄시킨 것은 선돌들이 아닌 선돌 유적지 둘레에 야생딸기들이었습니다. 막 익기 시작하는 산딸기가 사방에 지천으로 널린 것을 보자마자 우리는 환호를 질렀습니다. 그때 제 딸이 “ 잼베리 세상이야 !”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 순간 이 동화책이 생각났답니다. 《JAMBERRY》는 『신기한 스쿨버스(The Magic School Bus』)의 일러스트 작가인 부르스 디건( Bruce Degen) 의 첫 번째 동화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 동화책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소년이 어느 날 숲에 갔다가 야생 블루베리를 따고 있는 곰(bear)을 만납니다. 소년은 곰과 함께 카누를 타고 쿠키가 떠다니는 강을 거슬러 베리 폭포를 지나 ‘Berryland’에 당도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삼성가는 논어를 읽을 때다. 대한민국 대학생이 본받고 싶은 인물, 존경하는 인물 1위를 달리던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의혹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삼성가는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의 심기까지 불편하다. 한때는 그를 일러 판검사도 그 앞에서면 벌벌 떨고, 하나님 위에 이건희라 불렀을 정도 아닌가. 그런 그가 병상에 누워있는 이 순간, 그동안 쌓아온 명예가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공자는 몸을 닦으라(修身)하라 했고, 맹자는 닦은 몸을 지키라(守己)했고, 순자는 지킨 몸을 물들지 말라(勿習)했다. 일찍이 선대 회장 ‘호암 이병철’은 어려서부터 서당에서 논어 맹자를 읽은 탓에 종심소욕불유구(從心所慾不踰矩)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알고 있었다. 쾌락을 위해 잘못을 저지른 자는 먹고 살기 위한 고통 속에서 잘못을 저지른 자보다 더욱 크게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마르크스 안토니우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 나오는 말을 똑똑한 비서를 두고 사는 그가 몰랐을 리 없다. 동영상은 얄밉게도 촬영 일자를 밝힌다. 드러난 것만도 다섯 번 정도다. 사실 회장 이건희에게 필요한 것은 개도 안 물어가는 그깟 돈이 아니다. 뭐가 선이고 뭐가 나쁜 짓인지를 말해줄 스승이 필요했
이은규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106 내 인생의 책 이장욱 그것은 내 인생이 적혀 있는 책이었다. 어디서 구입했는지 누가 선물했는지 꿈속의 우체통에서 꺼냈는지 나는 내일의 내가 이미 씌어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따라 살아갔다. 일을 했다. 드디어 외로워져서 밤마다 색인을 했다. 모든 명사들을 동사들을 부사들을 차례로 건너가서 늙어버린 당신을 만나고 오래되고 난해한 문장에 대해 긴 이야기를 우리가 이것들을 해독하지 못하는 이유는 영영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 너무 많은 글자가 허공에 겹쳐 있기 때문 (…) 제목이 없고 결론은 사라진 나는 혼자 서가에 꽂혀 있었다. 누가 골목에 내놓았는지 꿈속의 우체통에 버렸는지 눈송이 하나가 내리다가 멈춘 딱 한 문장에서 -------------------------------------------------------------------- 염천을 능멸하며 피는 능소화도 이제는 피고지고, 그래도 생은 계속됩니다. 시인은 ‘인생의 책’에 대해 말하고 있네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철학적 명제. 그러나 문학적 명제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해야 한다’고 속삭입니다. 과연 ‘인생의 책’에
최은진의 BOOK소리 77 술과 안주, 그리고 친구가 있는 밤으로의 초대 나가에의 심야상담소 ◎ 저자 : 이시모치 아사미 /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 정가 : 12,000원 일에 지친 직장인들이 목빠지게 기다리는 일명 ‘불금’을 질투가 날 정도로 근사한 시간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고단했던 한 주가 끝나고 밤이 깊어지면 도심의 작은 원룸에 따뜻한 불이 켜지고 그들만의 작은 파티가 시작된다. 일본추리작가협회에서 주목하는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의 신작으로, 기존의 미스터리작에서 볼 수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이 아닌, 일상적인 소재를 편안한 술자리에서 추리하고 분석해서 해결 한다는 점이 일단 흥미롭다. 미스터리 소설의 단골소재인 살인, 납치 같은 자극적인 소재도 없고, 심장이 쫄깃해지게 밀어붙이는 전개도 없다. 나가에, 구마이, 나쓰미라는 세 친구가 마음이 통할 때마다 가지는 술 모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일곱 개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술자리에는 매번 새로운 초대 손님이 등장하고 그들이 털어놓은 크고 작은 고민들. 소소한 일상의 고민들과 이해할 수 없었던 상대방의 행동에 담긴 속마음을 집주인 나가에는 날카로운 추리와 치밀한 논리력을 바탕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