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사막등대 / 김종경 별밤에도 불을 지펴 실크로드 순례자들에게 어둠 속 길을 안내하던 사막의 오아시스 가끔은 사형을 집행하던 절체절명의 전탑이었던 구원과 죽음의 등불이 동시에 타올랐던 사막에도 등대가 있다 --------------------------------------------------- 김종경 시인의첫 시집『기우뚱, 날다』(실천문학, 2017)를 기다린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의 시편들을 읽으며 체 게바라의 선언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불가능한 꿈을 갖자!”라는 문장은 문학의 길에 대해 시사점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시를 통해 살펴보면 “별밤에도 불을 지펴/실크로드 순례자들에게/어둠 속 길을 안내”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 도저한 진정성이 ‘사막 등대’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과 혁명의 공통점은 불가능한 것을 꿈꾼다는 것, 그를 통해 점진적으로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리얼리스트 김종경 시인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바로 오고 있는 문학과 혁명의 시간일 것이다. 마치 저기서 “사막에도 등대가 있다”는 시적 전언처럼. 이은규 시인 yud
시베리아열차를 타고 가는 러시아 기행 1 상트페테르부르크 불면의 백야 글 사진 이상엽/작가 올해는 러시아혁명이 일어 난지 100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1991년 소비에트가 해체되며 혁명은 잊혀졌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변화되는 러시아를 보기위해 멀고먼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탄다. 필자 역시 그 열차를 타고 1만 킬로미터를 달린다. 8회에 걸쳐 그 기록들을 사진과 함께 연재한다. (편집자 주) 도무지 잠을 잘 수 없다. 덧창을 닫았지만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밝은 빛은 계속 나의 잠을 방해한다. 백야 때문이다. 지금 시간은 새벽 1시. 잠깐 어두워졌다가 밝아 버리는 이때를 불면의 계절이라더니, 정말이다. 이곳에 도착한 후로 제대로 잠을 잔 것은 몇 시간이나 될까?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며 잠을 청해 보지만 소용없다. 천정에 크고 슬픈 눈을 가진 도머 형사의 얼굴이 떠오른다. 알래스카의 백야 때문에 엿새 동안 잠을 자지 못했던 이 늙은 형사는 총에 맞은 후 중얼 거렸다. “잠이 오는군. 잠 좀 자게 해주겠나?” 영화 <인썸니아>에서 도머 형사(알 파치노 분)가 잠을 못 이루는 것은 사실 알래스카의 백야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고통스런 기억 때문
국민건강보험공단 용인동부지사(지사장 백용호)는 지난 13일 백군기 더불어민주당 용인갑지역위원장을 일일명예지사장으로 위촉하고 민원 및 상담 업무를 함께 수행했다. 이번 행사는 공단 현안 공유 및 지사의 민원현장체험을 통한 공단 및 제도 이해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백 위원장은 공단 직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지사 주요 업무 현황 및 공단 주요 경영현황에 대해 보고받고 보장성 강화 대책, 치매 국가책임제, 건강관리 서비스 확대, 웹팩스 시스템 전면 개편 등 주요현안을 논의하며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단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후 민원 관련 서류에 직접 결재도 하고 건강보험증 발급 등 업무를 진행하며 민원인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가까이서 청취하고 함께 고민했다. 행사를 마친 후 “저소득 세대의 사회복지와 노인복지 분야에 대한 공단의 노력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치매 국가책임제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본지·이사주당기념사업회 회장> 이사주당 ‘태교신기’를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자 용인시가 전국 최초, 아니 세계 최초로 태교도시를 선포한 지 3년째다. 그럼에도 많은 용인시민들이 아직도 이사주당이 누구인지, 태교신기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당초 용인시가 태교도시를 선포한 배경이 이사주당 태교신기임을 감안한다면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 용인시와 태교도시의 연관성은 이사주당이 태교신기라는 태교 전문서를 용인에서 썼다는 이유다. 조선 후기의 인물인 이사주당은 여성 유학자로 25에 용인으로 시집와서 60여년을 살았다. 이사주당은 4명의 자녀를 낳은 경험을 바탕으로 태교전문서인 태교신기를 저술했는데, 필자가 현재까지 알고 있는 바로는 세계 최초의 태교 교본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태교신기야말로 하루빨리 유네스코 등재를 서둘러야 할 훌륭한 문화유산임을 강조해왔다. 수원시가 화성성역의궤를 유네스코에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켰던 것처럼 용인시도 이사주당의 태교신기를 인류 역사에 길이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고 말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전국 지자체들이 문화콘텐츠 발굴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사주당의 태
고요에 귀를 대보는 깊은 발음 에두아르 마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박용래,「저녁눈」전문)입니다. 눈처럼 사라져 가는 어떤 기억을 형상화하여 슬픔을 분주하게 보여줍니다. 돌아갈 수 없는 풍경의 소멸은 애틋하고 스산한 풍경을 가득 몰고 옵니다. 시인은 사물들의 죽음이 지니는 적막의 공간에 자신의 자리를 방석처럼 깔아 놓는 듯해요. 이 시는 인간 존재가 가진 삶의 흉터들을 내면으로 끌어 들여 소멸의 운명을 표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삶에 내재한 죽음의 심연을 인식하고 극복하는 이상한 골목을 그는 만들어 냅니다. 천진한 믿음처럼 집들이 불을 켭니다. 목마른 세월을 지나가면서 우리는 무너지면서 불빛처럼 그렇게 자라고 있나 봅니다. 에두아르 마네는 당시의 시대적 화풍이 사실주의에서 인상파로 전환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화가였습니다. 그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에서도 얼마든지 예술적인 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보았지요. 빛과 그림자에 중점을 둔 화가입니다. 《폴리 베르제
가을 여울목 해오라기가 낚는 건 텅, 텅 빈 마음일 것을 이경철(시인, 전 중앙일보문화부장) 이태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속으로 오셨다. 잠들기 전이나 깨어나기 전 비몽사몽간(非夢似夢間)이 아니라 온전한 꿈속으로. 내 어릴 적 치마저고리 곱게 차려입은 새색시 같은 환한 모습으로 내 손을 이끌고 어디론가 데려가 보여줬다. 언덕 위에 집이 있고 그 앞 양옆으로도 제법 큰 내가 흐르는 곳이었다. 내가 태어나고 유년을 보낸 고향집 같아 “엄마 내가 태어난 곳 맞제”하고 묻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니다. 내가 태어난 집은 보이지도 않는 저 먼 저수지로 흘러드는 작은 개울만 보였었는데……. 그래도 그곳이 안온하고 멋져 보여 마냥 좋아라 좋아라 했다. 깨어나 꿈에 대해 한참 생각해 보았다. 불효만 뼈저리게 탓하고 있는 아들에게 ‘나 이리 좋은 곳에 왔으니 너무 탓하지 마라’고 저리 환하게 내게 보여주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었음을 며칠 후 실감했다.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연락이 왔다. 맞춤한 집이 나왔으니 한번 보시라고. 혼자 쓰기에는 너무 커 빈방들에 미안한 생각도 들고 또 그 빈 공간들에 내 기(氣)를 앗기는 것 같기도 해서 작은 집으로 옮기려 물색
트럼프한테 혼나지 않았다고 기뻐하는 꼴이라니. 이를 거머쥔자 천하의 패자가 되리라는 전설을 가진 벽이 하나 있는데 화씨의벽(和氏之璧)이다. 이쯤 되니 제웅들은 드러내놓고는 못하지만 내심 화씨벽을 탐할 수밖에. 어느 날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이 화씨벽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강호에 떴다. 진시 황제의 증조부이신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은 막강한 군사력을 믿고 화씨벽을 빼앗아오기로 맘먹는다. 전날에 빼앗아간 조나라 성읍 15개와 화씨벽을 바꾸자고 통보해오니 약소국가인 조나라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거절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진나라에서 전에 빼앗아간 15개 성읍을 되돌려 줄 리도 만무하지만 화씨벽을 안주면 전쟁하겠다는 협박인게 분명했다. 당시 진나라는 상앙의 변법과 법치를 내세워 천하제일강국으로 동쪽의 여섯 개 나라가 조공을 바치는 지경에 이를 만큼 그야말로 오만방자함이 하늘을 찔렀다. 이때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인물이 인상여(藺相如)다. 인상여는 세치의 혀로 진나라 소양왕을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었으며 15개 성읍도 화씨의 벽도 아무 흠 없이 가져왔다. 여기서 완벽(完璧)이라는 말이 생겼다. 화씨의 벽을 완벽하게 가져왔다는 말이다. 이공로로
16. 석종칠 용인시보훈단체협의회장(상이군경회 용인시지회장) 기흥구 언남동 ‘산골한우명품관’(대표 김희영) "국가유공자 사랑방 딱이죠~" 넓은홀. . . 수백명 식사도 거뜬 보훈단체회원들 대부분 고령 전골 . 수육 . 갈비탕 등 대만족 부드럽고 신선한우 육질 정평 소외이웃 식사 챙기기도 앞장 올해 초 명사들이 즐겨 찾는 단골집을 주제로 경제 살리기와 함께 어려운 이웃을 따뜻하게 챙겨주는 훈훈한 목적을 담고 연재를 시작한 ‘명사들의 단골집’이 16회째를 맞았다. 이번에는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용인시지회장이며 용인시보훈단체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석종칠 회장이 기흥구 언남동 237-1. 2층에 위치한 ‘산골한우명품관’(대표 김희영)을 소개했다. 용인시보훈단체협의회는 상이군경회, 전몰군경미망인회, 전몰군경유족회, 6.25참전유공자회, 무공수훈자회, 광복회, 고엽유공자회, 월남참전유공자회, 특수임무유공자회 등 보훈관련 9개 단체가 모였다. 용인시보훈단체협의회장에 취임한 석종칠 상이군경회 용인시지회장은 가장 젊은 국가유공자들이 70대 중후반이고 대부분이 80을 넘긴 고령자로 이미 사망한 유공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를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고 살아있는 동안에 그들에
아름다운 꽃잎을 공중에 흩어놓을 때 - 르누아르<테라스의 두 자매> 온 힘을 다해 피었다가 지는 꽃의 이마에 가만히 손을 얹어 봅니다. 사라짐이 만드는 간절함이 모여 다른 시간을 불러 오고 있습니다. “사는게 꽃같아”라던 친구의 말이 생각나 꽃과 이별을 해버린 사람처럼 눈물이 나는 늦가을의 오후입니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김소월, 「산유화」전문)입니다.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조용한 사람은 어떤 꽃을 잃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요. 바람의 운율로 몸 안에 들어왔다 사라진 꽃잎처럼 미세한 절망이 깊은 숨을 내쉽니다. 어떤 꽃은 떠나고 어떤 꽃은 남은 허공에 누군가 손바닥이 가만히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것은 늘 인간이 잡을 수 없는 곳에 있지요. 꽃이니까. 봄의 아름다움을 활기 넘치는 색상으로, 젊음의 발랄함을 변화무쌍한 붓의 터치로 탄생시킨《 테라스의 두 자매》는 르누아르의 작품입니다. 르누아르는 “그림은 즐겁고 유쾌하고 아름
입신과 양명 사이에서 오명을 낳는 사람들. 삼과기문불입(三過其門不入)은 당서(唐書)에 나오는 말이다. 자기 집 대문 앞을 세 번 지나는 갔으나 집에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우임금의 고사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서부터 그야말로 열심을 다해 공부를 해서 입신(立身)까지는 성공을 한다. 그런데 양명(揚名)에 이르러는 현달(顯達)치 못하고 오히려 이름과 가문에 먹칠하는 이른바 오명인(汚名人)으로 인생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권력을 거머쥔 사람들을 통해서 처음과 끝을 명징하게 보고 있다.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아서 깨끗이 사용하고 마침에 이르러 그 권력을 깨끗이 되돌려놓고 내려오는 사람보다는 권력의 올가미에 걸려 비참한 말로를 겪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순(舜)임금 시절 우의 아버지 곤(鲧)은 9년에 걸쳐 국가의 강과 하천을 관리했는데 해마다 홍수가 나서 나라와 백성들에게 그 피해가 막심하였다. 곤은 치수를 관리할 만큼의 열정은 있으나 역량면에서는 함량이 미달인 자였다. 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흐르는 물을 막아대는 흙막이 공사가 전부였다. 일정기간 고였던 물은 넘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들에게 돌아갔다. 보다 못한 임금은 책임을
최은진의 BOOK소리 110 19세기의 짜릿한 막장드라마! 가면 뒤에서 ◎ 저자 : 루이자 메이 올컷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3,000원 루이자 메이 올컷, 그녀를 선과 행복을 추구하는 따뜻한 가정소설의 대표작인 <작은 아씨들>의 작가로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생계유지를 위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소설을 쓴 전업작가이자 상업작가였다. 또 여성사상가였으며, 노예해방운동, 금주운동에도 참여한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그간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던 올컷의 면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소설 4편이 실린 이 책은 그녀가 가면을 쓰기도 하고 진심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켜켜이 쌓아올린 삶의 단편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가면 뒤에서, 또는 여자의 능력>이다. 여성주의적 관점과 노예해방사상 위에 스릴러를 결합해 독특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름끼치게 완벽한 두 얼굴의 가정교사 진 뮤어. 수수하고 온순한 가정교사의 얼굴 뒤에는 상류층 집안을 제대로 가지고 노는 악녀의 모습이 숨어있다. 그런데, 그녀가 정말 악녀일까? 그녀의 가면은 상류층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강요했던 것들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