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아래 사람 없거늘 공부의 끝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청운의 길과 백운의 길이다. 청운의 길은 등과해서 벼슬을 살러 가는 길이고, 백운의 길은 공부는 많이 하되 세상 꼴 보기 싫어 초야에 묻히는 길이다. 이 둘 사이의 공통점은 ‘천하에 나면서부터 귀한 자는 없다(천하무생이귀자天下無生而貴者.예기禮記)는 공자의 말이다. 이 말은 맹자에 이르러 민귀군경(民貴君輕)으로 확대 재생산 된다. 백성은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고, 임금이 가장 가볍다(맹자왈孟子曰 민위귀民爲貴 사직차지社稷次之 군위경君爲輕맹자孟子진심하盡心下). 물론 이 말을 모두가 다 수긍하는 것은 아니다. 유형원은 반계수록 노예(奴隸)편에서 “천지에는 귀한 자도 있고, 천한 자도 있으니 귀한 자는 남을 부릴 것이고, 천한 자는 남에 의해 부림을 당한다. 이것은 불변의 이치다.” 라고 했다. 다산 정약용은 한술 더 떠서 목민심서 변등(辨等)편에서 일천즉천(一賤則賤), 즉 부모 중 한 사람이 노비면 그 자식도 노비가 됨을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일반 백성 대부분은 노비 신분을 면치 못한다. 서경에서는 민유방본(民惟邦本)이라 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라는 말이다. 이는 백성이 그
트럼프 대통령은 5월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회담 장소와 날짜를 알렸다. 그가 희망했던 판문점이 아닌 싱가포르로 결정된 배경에는 네오콘의 수장이자 백악관 대통령 안보보좌관인 초강경파 존 볼턴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5월9일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 4월 3일 이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6개국이 천신만고 끝에 이끌어낸 이란 핵협정은 전임 오바마 정부의 손꼽히는 외교적 성과였다.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하에 수수방관 했던 오바마 정부는 이란과 쿠바문제에는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쿠바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과 이란 핵협정의 타결로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포용적으로 변하는가 하는 국제사회의 기대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이란 핵협정의 일방적 파기를 보면서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과정이 걱정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이끌어 내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다. 비핵화 이행과정에서 미국은 특히 존 볼턴을 필두로 한 극우 강경보수파는 북한이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조건을 내걸 것이다. 존 볼턴이 판문점 회담을 극
한반도에 몰아치는 '남북 평화물결' 급변하는 정세 당황 허둥지둥 악담 철지난 색깔공세 오히려 비판 자초 분단 . 대결시대 '기생' 한계 드러내 4.27 남북정상회담이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남북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회담의 이모저모는 생략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정상의 합의를 높게 평가하고 북미회담을 5월 하순 개최할 것이라 밝혔다. 회담 장소는 판문점이 유력시 되는 가운데 평양 개최가 마지막 변수로 남아있다. 평양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비핵화의 큰 틀에 완전 합의했음을 뜻한다. 판문점에서 열린다 해도 성공적인 정상회담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남은 문제는 종전선언에 이은 평화협정 체결과 핵 폐기에 따른 투명한 검증, 북한에 대한 제제조치 해제와 지원에 관한 것이다. 정상회담이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자 일부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은 허를 찔린 듯 허둥대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 될지도 모른다. 판문점 선언은 김정은이 불러 준대로 받아쓴 것이다. 김정은과 청와대 주사파의 합작이다”…등등…온갖 악담을 퍼붓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인지 의심스러운 수준 이하의 막말을
기초연금 제도는 국가발전에 이바지한 어르신들의 노후소득과 생활안정 지원을 위해 지난 2014년 7월 도입됐다. 지난해 12월 현재 약487만명 어르신이 기초연금 수급자며 그 수는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초연금 수급률은 66% 수준으로 법정 수급률 70%에 못 미치지만 수급실익이 없는 기초생활 수급자, 소재를 찾기 힘든 거주불명등록자 등을 감안하면 실질 수급률은 더 높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상당수 어르신들이 수급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기초연금 수급기준 등에 대해 개별안내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공단은 지난해 맞춤형 신청안내를 했고 그 결과 제도 도입 후 최대 인원인 53만명 어르신들이 기초연금 수급자가 됐다. 특히 유선·출장을 통한 1:1 개별안내를 대폭 강화했다. 65세 도래 어르신 52만 명에게 신청을 안내하고 16만6000명에게 1:1 개별 안내한 결과 65세 신규 수급자 26만명이 혜택을 받았다. 또 기존에 탈락했으나 소득·재산 등 변동으로 수급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어르신과 취약계층 어르신을 발굴해 집중 안내함으로써 11만5000명이 신규수급자가 됐다. 이외 신청안내 홍보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공단은 수급 사각지
국민건강보험 용인 동·서부지사(지사장 오성근·박은주)는 지난달 8일 용인시 석성산 일대에서 흡연 폐해를 알리는 금연캠페인 및 부정부패 없는 건강하고 투명한 세상 만들기 청렴캠페인을 전개했다. 캠페인은 공단과 용인시 의·약단체협의회원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석성산을 등산하던 일반 시민들도 캠페인에 동참해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은주 서부지사장은 “국민보건 향상 및 지속가능한 선진형 의료보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의료공급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골자인 문제인 케어의 성공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줄 것”을 당부했다.
믿음이 적은 자여! 왜 의심 하느뇨? 정치인에게 있어서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이 백성의 마음이라는 것이 맹자의 일관된 견해다. 맹자는 말한다. 걸왕과 주왕이 천하를 잃은 것은(걸주지실천하야桀紂之失天下也) 백성들의 지지를 못 얻었기 때문이며(실기민야失其民也), 백성을 잃었다는 것은(실기민자失其民者) 그 백성의 마음을 잃었다는 것이다(실기심야失其心也) 『孟子離婁章句上9-1문장』 사마광(司馬光)은 자치통감절록(資治通鑒節錄)에서 백성이 얼마나 위대한 평민인가를 밝힌다. 나라는 백성에 의해 유지되고(국보어민國保於民) 백성은 믿음에 의해 유지되나니(민보어신民保於信) 믿음 없이는 백성을 부리지 못하고(비신무이사민非信無以使民), 백성 없이는 나라를 유지하지 못한다(비민무이수국非民無以守國). 공자는 국가 존립에 세 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밥이 있어야 하고, 군대가 있어야 하고, 믿음이 있어야한다. 그중 두개를 버리라면 밥과 군대라고 했다. 믿음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논어論語안연顔淵무신불립無信不立>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에서 왈, 믿음은 모든 일의 근본이다(신위만사본信爲萬事本). 여기서 한술 더 떠서 로마의 사형수 예수는 믿음은 태산도
최은진의 BOOK소리 120 밤이 ‘견뎌내야’ 할 시간인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 밤에 우리 영혼은 ◎ 저자 : 켄트 하루프 / 출판사 : 뮤진트리 / 정가 : 13,000원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주인공 애디 무어의 말. 그렇다. 외로움과 우울, 공포는 밤이 되면 극대화 된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공포영화 속 괴물은 상상이 잘 안 된다. 혼자된 지 오래되어 밤이 ‘견뎌내야’ 하는 시간인 사람에게 필요한 건 주인공 에디의 말처럼 바로 이런 것.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것”. 힘든 어둠과 밤새 싸워야 하는 시간이 끝없이 이어질 때 외로움은 외로움 그 이상의 것인 공포가 되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런 밤이 힘든 영혼에게 나직히 속삭여주는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는 소설. 청춘의 밤은 늘 아쉬움을 남길 정도로 짧지만, 홀로 버텨야 하는 노년의 밤은 너무도 길다. 사별 후 오랜 시간 혼자 밤을 견뎌왔던 에디. 같은 처지에 있는 이웃 루이스에게 과감한 제안을 한다. “자러 오지 않을래요?”. 삶이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눈치 안보고 마음 가는 데로 행동할 수 있을까? 수군대는 이웃들과 비난의 말을
순간순간 간절한 목숨들의 이 꽃 천지에서 나는… 이경철(시인·전 중앙일보문화부장) 남북정상회담과 지방선거 정국, 황사바람과 미세먼지 혼탁한 계절 속에서도 꽃 천지가 이어지고 있다. 모든 꽃들이 벙그러지기 시작한 4월 들어서부터 내내 꽃과 함께하고 있다. 봄, 꽃 천지 속으로 들어가 함께하지 못하고 흘려만 보내고 아쉬워했던 게 봄날 아니었던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순간순간의 절정이 꽃일 텐데도 말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 생겨나서 자라고 서로 맺어지며 살아가다 마침내는 스러져가는 모든 생명들의 순간의 가장 간절한 몸짓이 꽃인데도 말이다. 하여 우리 사는 천지간도 간절한 목숨들의 꽃밭이요 그런 목숨, 의미들이 어우러지는 교향악일 것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말로 표현 못할 기쁨이든 슬픔이든 우리 삶의 매 순간이 어디 꽃 아닌 적이 있었겠는가. 해서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삶의 마디마디의 기쁨과 슬픔에 우리가 꽃을 바쳐 간절한 마음을 전하고 있지 않은가. 부처님이 말로 표현 못할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지경을 전하기 위해 꽃을 들어 보여준 염화시중(拈花示衆)의 미소처럼. 올 봄에는 그런 의미를 떠나 꽃 자체를 즐기고 싶었다. 그대로 꽃과 한 몸이 되고 싶었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는 부여, 부여는 백제다 부소산엔진하고굵은초록비가내렸다 풍경은 바람처럼 흩어졌다. 오래된 백제의 시간은 서울을 찍고 공주를 거쳐 부여에서 부서졌다. 산산히 깨진 백제의 왕궁을 복원하며 6좌평의 관청길을 걸어야 할 몫은 온전히 답사객의 몫이다. 얌전하고 고즈넉한 부여의 답사 안내판에 그려진 볼거리는 지나치게 친절하다. 부여가 주는 쓸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싱그러운 봄볕의 화창한 기운을 받으며 떠나는 것이 좋다. 사비성을감싸안은허물어진나성은붉은 속살을공개했다. 백제의 멸망을 지켜 보며 무너진 능산리의 절터에, 천진스런 7기의 고분군 위로 속삭이듯 봄비가 내렸다. 서쪽 산등성이는 8km로 추정되는 나성의 잔편이 완연히 남아있다. 그 아래 에 흔적만 남은 왕실의 원찰(願刹)에서 1400여 년 간 잠들어 있었던 금동대향로는, 나당연합군에게 도성이 함락된 시간을 뚫고 황홀한 자태로 남아있다. 목숨을 보전할 수 없었을 긴박했던 승려들이 다급하게 숨겨놓은 향로는 낙토(樂土)의 세상을 기원한 백제인들의 정성을 받아 연꽃처럼 피어난 것이리라. 이른 봄날,비뿌리는백마강은달빛이없어도 청승맞았다. “···그때에 포위를 당하여 너무 급하게 되자 임금과 신
대한민국엔 존경받는 부자가 없다. 사람의 의리라는 것이 모두 가난함에서 끊어지고(인의人義 진종빈처단盡從貧處斷) 세상의 인정이라는 것은 돈이 있는 집을 향해 기울어지는 것이(세정世情 편향유전가便向有錢家) 인지상정이거늘 이를 두고 세상의 인심이 야박하다고 할 수만은 없는 일. 가난하면 서럽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가난하면 시장 바닥에 뒹굴어도 아는 체 하는 사람이 없고(빈거시무상식貧居市無相識) 부유하면 첩첩 산중에 살아도 먼 친척까지 찾아온다(부주심산유원친富住深山有遠親). 그래서 돈이면 염라대왕도 불러다가 연자 맷돌을 돌리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아직도 유효한가 보다. 춘추전국시대 경공의 재상 안자(晏子)가 말했다. 윗사람이 예가 없으면 아랫사람을 부릴 수 없고(상무례上無禮 무이사하無以使下), 아랫사람이 예가 없으면 윗사람을 모실 수 없다(하무례下無禮 무이시상無以侍上). 이 말이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요즘 세상은 누군가를 예로 부리거나 예로 모시거나 하지를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예가 있다. 그 예에 가고 싶다. 중국문호 루신의 말이다. 지금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돈만 있을 뿐이다. 사람을 평가하는 모든 기준 또한 그 중심엔 돈이 있다. 돈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