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이 그렇다 오봉옥 1 내가 구름을 걷고 싶은 건 순전히 고 기집애 때문이었다 온종일 졸래졸래 따라다니던 열 세 살 고 기집애 우린 구름 속에 집을 지어놓고 꿈꾸듯 흘러 다녔다 난 서울로 가자했고, 고 기집애는 무인도로 가자했다 (.......) 3 새우처럼 구부리고 자는 늙은 아내의 맨발이 섧다 무슨 가슴 앓이를 하고 살았기에 밭고랑처럼 발바닥이 쩌억 쩍 갈라진 것이냐 구멍 난 팬티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다니는 여자 늘어지 뱃살을 애써 감추며 배시시 웃는 여자 살갖 좀 늘어진들 어떠랴 엄니 가슴팍처럼 쪼그라들고 늘어진 거기에 꽃무늬 벽지 같은 문신 하나 새기고 싶다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더 높이 날아올랐을 텐데 들판을 통통 튀어 오르는 가젤의 발거름 처럼 가볍고 신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을 텐데 가여운 그 여자 팔베개를 해주려 하니 고단한 숨을 몰아쉬면서도 내 팔 저릴까 가만히 밀어내고 있다 오복옥에게 여자는 구름을 걷게 하고 꽃무늬벽지같은 문신 하나 늘어진 젖가슴에 새기고 싶게 만든다. 열세 살의 고 기집애가, 생략되었지만 스물아홉 숨어지낼 때 그와 몰래 만나던 처녀였고 지금의 맨발이 섧은 늙은 아내다. 한 사내의
가난한 사람이 예를 잃으면 상스러워지고(貧者失禮及卑), 부자가 예를 잃으면 천박해 지고(富者失禮及賤), 남편이 예를 잃으면 어리석어지고(夫者失禮及愚), 아내가 예를 잃으면 화가 집에 미친다(妻者失禮家及禍). 송문습여록(宋門習與錄)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서 습여는 습여지장(習與智長 버릇은 지혜와 더불어 자라나고), 화여심성(化與心成 변화는 마음과 더불어 이룩된다)에서 출전으로 소학 초두 주자의 말이다. 군자는 남의 아름다운 점은 도와 이루게 하며, 남의 나쁜 점은 이룩되지 못하게 하지만 소인은 이와 반대다. <자왈子曰 군자君子 성인지미成人之美 불성인지악不成人之惡 소인반시小人反是.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 세상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라는 게 있다. 우리 사회는 이를 모르지 않지만 애써 지키려 들지는 않는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이러 일을 누구보다도 뼈아프게 겪은 중종 때 박세무는 손자 만큼은 이런 식으로 성장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손수 손자를 가르치기 위해서 수진본으로 성현의 명구를 엮는데 동몽선습(童蒙先習)이다.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 된다. 천지지간(天地之間) 만물지중(萬物之衆) 유인최귀(唯人最貴)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 중에서 오직
맛에 반하고. . . 별채 분위기에 반하고. . . 외관부터 멋진 ‘메이홍’은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용인시청에서도 제법 먼 거리에 위치한 곳입니다. 가는 길이 생각보다 한적해 접근성 좋지 않아 영업하기 힘드실 것 같았는데 북적거리는 손님들을 보고 놀랐습니다. 실내에 들어서면 중식당에서 보기 드문 통유리의 오픈 주방이 눈에 띄는데. 자신 있게 보여주시는 느낌이라 믿음이 가더라구요. 실내는 보통 중식당 분위기에 단체석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여기까지야 다른 중식당과 비슷한 모습인데 ‘메이홍’의 히든카드는 뒤뜰의 별채! 그냥 개별 룸이 아니라 단독 별채로 만들어져 있어 야외 펜션에 와있는 느낌이었어요. 서울, 지방 두루두루 유명한 중식당들 제법 다녀봤지만 단독 별채로 만들어진 개별 공간은 처음이었습니다. 아늑한 공간에서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가격은 보통 중식당과 비슷했는데 사이즈별로 가격이 명시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예전에 서울의 모 중식당에서 식사했을 때 작은 사이즈 표기없이 한 가지 가격만 나와 있었고, 직원분이 인원수 보고 임의대로 큰 사이즈로 주문 넣어서 식사 후 계산할 때 불쾌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메이홍’은 정확하게 나와 있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언제나 다가서는 질문 같이 김명수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습니다 나무와 풀잎과 이슬과 바람 황무지 흙먼지 별빛의 언어 대지와 지평선 새들의 말 물결은 뭍으로만 차지 않지만 바다에 출렁이는 물결같이 기슭에 휩쓸리는 파도같이 세계는 그대 앞에 펼쳐졌건만 부서진 파도는 되밀려가네 허공에 입맞춘 타는 그 입술 메마른 입술이 입 맞춘 허공 병사들, 병사들 모든 병사들 언제나 무거운 물음같이 원망(遠方)의 어두운 그림자처럼 언제나 다가서는 질문같이 어제도 오늘도 모든 병사들 @김명수는 자연의 모든 소리들을 듣고 있다. 아니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시인은 그걸 의심한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는 무엇이며 타는 입술이 입 맞춘 허공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앞에 펼쳐진 세계는 광활하여 기슭에 휩쓸리는 파도처럼 격렬한 투쟁이 있을 것이고 바다에 출렁이는 물결같이 쉬 잠들지 못하는 역사의 출렁임이 있을 것이어서 심상치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소통했다고 믿는 민족 간의, 국가 간의, 계층 간의, 자연과 인간 간의 불화는 무엇이란 말인가? 시인의 고민은 그러므로, 세계적인 크기를 갖는다. 이와 같은 불화의 뒤에 병사들이 있다. 불화가 깊을수
국회의 교육부 국정 감사에서 비리 유치원 명단과 행태가 공개되어 파장이 일파만파다. 5년간 무려 1800여개 유치원에서 5900여 건의 크고 작은 비리가 적발됐다. 부적절하게 사용된 돈만 269억 원. 이번 사태가 사회적 공분을 불러온 이유는 단 한 가지, 국민 혈세를 쌈짓돈처럼 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리 유치원도 문제지만, 세금을 제멋대로 유용토록 방치해온 정부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사립 유치원에 매년 2조원 이상 세금 지원을 하면서도, 부적절한 집행이 적발되어도 형사처벌은커녕 환수조차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반면, 어린이집은 지원금이 보조금 명목이라 위법시 형사처벌 대상이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이해불가의 영역이 아닐 수 없다. 논란의 배경엔 불편하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오래된 먹이사슬 경쟁구조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입법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에 대한 두 집단의 다양한 정치로비 또한 치열했던 게 사실이다. 초저출산시대에 접어들면서 ‘교육’과 ‘보육’이라는 경계위에서 자칫 ‘어린이 장사’라는 상업적 이해관계를 고착화시켜왔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현행법상 유치원은
최은진의 BOOK소리 130 식(食)과 생(生)의 숭고함에 관하여 먹는 인간 ◎ 저자 : 헨미 요 / 출판사 : 메멘토 / 정가 : 16,000원 지금은 그야말로 탐식을 넘어 폭식의 시대다. 필사적일만큼 치열하게 먹어대면서도 건강식이나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우리들. 단 한 번도 한 끼 식사에 대한 인문학적인 사색 따위는 하지 않고 그저 먹어왔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어줄, 미식 예찬의 반대쪽에 있는 책. 전쟁, 기아, 재해 같은 분쟁 속에서 하루하루 끼니를 잇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날마다 넘쳐나는 음식을 마주하는 우리에게 강펀치를 날린다.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시인, 소설가인 헨미 요는 대인기피증에 걸린 자신을 위해 여행을 하게 된다. 생(生)의 음식을 찾아 세상을 떠돌며, 그 나라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거기에 얽힌 사연들을 담았다. 여행 전 그는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어떤 얼굴로 먹고 있을까, 또는 얼마나 못 먹고 있을까? 배고픔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하루하루 음식을 먹는 당연한 행위를 어떻게 의식하고 있을까, 또는 의식도 못하고 있을까?’같은 문제를 인식한다. 무엇보다 포식에 익숙해진 자신의 혀와 위가 못마땅해졌고, 호강에 겨워 흐트러지
경기도지사에 압도적으로 당선된 이재명 지사가 왕년의 여배우 김부선의 늪에 빠졌다. 사실여부에관계없이소문은 확대 재생산되어 지사직 수행에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종편방송에서는 거의 매일 이재명 김부선으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언론이 이정도로 난리법석을 떨어야 할 만큼 여배우 스캔들이 중대한 범죄행위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버지니아 주에서 가장 부유한 연상의 미망인과 결혼하여 단숨에 식민지 주류사회의 명사가 되었고 후일 독립혁명이 발발하자 대륙군(식민지)최고사령관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었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기초하고 제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은 사랑하던 흑인노예와 수십년간 내연의 관계를 유지하고 둘 사이에8명의 자녀를 두었다.엄연한 사실이다.미국의29대 대통령 워런 하딩은 임기 중 사망한 여섯 번째 대통령이다.하딩의 사인은 폐렴으로 발표되었는데 그의 무질서한 여성편력으로 복상사했다는 소문이 사후 수십 년간 정설로 굳어졌고 지금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34대 대통령은 운전기사 겸 비서역할을 하던 여군대위와 내연의 관계를 맺어 왔는데 제2차 세계대전 유럽방면 연합군 최고사령관,초대NATO사령관을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한 사회적 약자의 건강과 행복 지킴이 실천 국민건강보험공단 용인서부지사(지사장 박춘식)는 지난 4일 평소 눈이 어두워 생활의 불편을 호소해 온 기흥구 영덕동 자매결연세대 독거 어르신의 백내장 수술에 필요한 수술비 전액을 지원했다. 평소 별다른 수입 없이 주로 노령연금에만 의존해 온 어르신은 관리비와 불편한 양쪽 무릎 약값에 수입 대부분을 지출 하다 보니 수술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절망의 생활을 해왔다. 공단은 자매결연세대와의 아름다운 동행의 일환으로 어르신 댁을 방문해 이 사실을 인지한 후 즉시 백내장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수술비 전액 지원과 함께 가족을 대신해 수술일정 조율, 요양보호(동행) 서비스 알선 등 수술에 필요한 모든 행정을 지원했다. 수술을 받고 두 눈의 붕대를 모두 푼 어르신은 “평소 어둡고 침침했던 눈이 확실히 밝아진 걸 체감한다”며 “포기하고 있던 삶에 희망마저 생겨 너무 행복하다”고 크고 밝아진 목소리로 기뻐했다. 박춘식 지사장은 “인권이 존중 되는 사회 실현을 위해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건강보험과 같은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용인신문 - 박기현 기자&g
시베리아열차를 타고 가는 러시아 기행 5 울란우데 잊힌 유산, 부활하는 유산 글 사진 이상엽/작가 부랴티아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의 중심인 소비에트 광장에 서면 거대한 레닌의 두상(頭像)이 보인다. 광장 주변의 소비에트식 건축물들은 마치 사회주의는 아직도 건재하다는 듯 위용을 자랑한다. 주변사람들은 모두 우리를 닮았으니 마치 작은 평양이라고 할까? 레닌 두상 옆에서 샌드위치로 아침을 때우는 프랑스 청년들은 “야! 여긴 별세계 같아요!”라고 한다. 그 때 바로 옆에 사람들이 모여들더니 플래카드를 꺼내들더니 데모를 시작했다. 재빨리 카메라를 들고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데모 사진은 내 전공 아닌가? 데모 사진의 생명은 이슈를 재빨리 파악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있다. 하지만 요즘은 ‘텍스트’만 전달해서는 재미없다. 인상적인 인물들의 표정과 이슈를 보충 설명할 적절한 배경이 필요하다. 이것을 순식간에 파악해 찍어내는 것이 데모사진의 묘미이다. 데모의 중심에는 칠순이 넘은 노인들이 있었다. 가슴에는 훈장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무슨 데모인가를 물었다. 빅토르 노인이 “우리는 2차 대전 참전용사요. 그 보상으로 작은 아파트를 받았지. 그걸 상속할 수 없다는 거
잘못을 했으면 고치는데 주저하지 말라는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현문에 조금은 아둔한 듯 한 제자가 “무엇이 잘못입니까?”라는 우문으로 되묻는다. 이에 스승은 꽤나 완곡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말한다. “잘못을 했음에도 고치지 않는 것이 잘 못이다<과이불개시위과의過而不改是謂過矣 논어 위령공29문장>. 이 말은 저자거리의 장삼이사를 대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치자(治者)를 두고 이른 말이다. 백성이 원하는 곳으로 하늘도 이끌린다<민심지욕民心之欲 천필종지天必從之>는 서경(書經)의 말에 대한 공자(孔子)의 주석인 셈이다. 옛말에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꼭 맹자의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군주의 자리라는 것은 하늘이 정한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정한 기준이라는 것은 반드시 민심을 우선한다는 말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왕 노릇 제대로 못하면 도중에 갈아치운 경우가 더러 있었다. 연산군이 그중 하나요, 광해군이 그중 또 하나다. 근자에 와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갈아치워 버렸고, 그렇게 쫓겨난 한때의 대통령 박근혜는 측근들이 감방에 들어가서 형기를 마치고 나오는 만기 출소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아직 재판중이다.
국경을 넘는 일 임경섭 살아 있는 한 넘지 못할 국경 한군데쯤 누구나 가지고 있지 그러나 넘으려 하지 않는 국경은 누구에게도 없네 세 살 난 쿠르디는 가족과 함게 난선이 된 조각배를 타고 에게해의 광활한 국경을 넘고 있었다 우리 단지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시끄럽게 교문을 들어서고 있을 즈음이었다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가족들은 배를 타고 전쟁이 없는 세상, 그리스로 가기 위해 에게해를 건너고 있었다. 배의 난파는 아마도 정원을 초과한 난민들의 승선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 살 난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이 터키의 해변에 밀려와 잠자듯 누워 있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린지 3년이 되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한 게 없다. 여전히 참혹한 내전은 계속되고 있고 난민들은 목숨을 걸고 배에 오른다. 수 천 만명에 이른 난민을 받아준다는 국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일란 쿠르디가 에게해에서 죽음을 맞고 터키 해안으로 밀려오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가방을 메고 시끌벅적하게 교문을 들어서고 있었다. 난민은 남의 나라의 먼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제 난민이 남의 나라의 먼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도에 와 있는 500여명의 예멘 난민은 우리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