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시베리아열차를 타고 가는 러시아 기행 6 하바로프스크 연해주의 한인들 글 사진 이상엽/작가 하바로프스크의 풍경은 넓은 도로와 높지 않은 건물들로 횡 하니 비어 보인다. 왠지 모르게 지금까지 지나왔던 도시들과 다른 사회주의 냄새가 풍긴다. 직선적이면서 꾸밈이 없는 회색의 빌딩들. 시내 중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고층 아파트의 고려인의 집. 사실 주거등록이 여전히 존재하는 러시아에서 민박집에 묵는 것은 불법이다. 하지만 요령 것 민박을 하고 주거등록은 호텔에서 돈을 주고 가짜로 만드는 것이 관행이다. 주인집 아주머니의 경상도식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보니 이곳 하바로프스크에는 한국인과 고려인, 북한사람들과 중국의 조선족까지 모여 ‘한민족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우수리스크는 연해주 고려인들이 많이 살던 곳이다. 연해주의 고려인들이 스탈린 시절 강제 이주되고 비어있는 땅에 들어 온 이들은 사할린에서 살던 고려인들이었다. 그래서 이제 전통적으로 연해주 고려인하면 사할린 출신들을 뜻한다. 이들은 한국어를 거의 못할 뿐 더러 문화도 잊었다. 요즘 우수리스크에 한글 간판이 들어서고 한국어가 흘러나오게 된 것은 중국 조선족들 덕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표류하고 있다. 정의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목숨을 걸고 있다. 반면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은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G20회담 참석차 출국하면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간곡히 당부했다고 한다.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으나 국회정개특위에서 거론되고 있는 방식은 권역별비례대표제이다. 문제는 현재 300석인 의원정수를 크게 늘리지 않는 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실시한다 해도 큰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려면 비례대표 의석이 최소한 150석은 되어야 한다. 현행선거법상 지역구 의석은 253석이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의석수를 늘리지 않으려면 지역구 의석을 대폭 줄여야 한다. 비례대표를 53석 늘려 100석으로 한다고 가정할 때 지역구 의석 53개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말이 쉽지 국회의원들에게 밥그릇을 내놓으라 하기는 불가능 하다. 방법은 의원정수를 대폭 늘리는 것뿐이다. 방법을 알면서도 주저하는 이유는 국민여론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국회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정치권이 섣
반백의 노인들이 길에서 짐을 지거나 이고 다니지 아니하며, 비단옷을 입으며, 고기를 먹으며, 백성들이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지 않게 하고서도 왕 노릇을 제대로 못한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맹자가 위나라 군주 양혜왕에게 한 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존엄할 권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최저 임금 만원의 약속이 ‘죄송’이란 말과 함께 8350원으로 그치는 순간 방정맞게도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의식주(衣食住)는 사람의 품격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 단위다. 그중에 ‘밥’보다 더 절실하고 이보다 더 간절한 게 또 있을까. 세상에 춥고 배고픈 설움보다 더한 게 있을까마는 백성이 못 먹고 배고픈 것은 모두 임금 책임이라는 게 맹자의 생각이다. 맹자는 또 말한다. 옛날, 어진 임금은 백성을 위해 생업을 마련할 때(시고명군제민지산是故明君制民之産) 반드시 위로는 부모 섬김에 풍족히 하고(필사앙족이사부모必使仰足以事父母) 아래로는 처자를 먹여 살리기에 풍족하게 한다(부족이축처자俯足以畜妻子). 그렇기 때문에 백성들은 이런 지도자를 따르는 게 수월하다(고민지종지야경故民之從之也輕.孟子梁惠王章句上1-7)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백성’들
이우현더불어민주당 용인병지역위원장 혜경궁 홍씨는 정조대왕의 생모이자 사도세자의 정빈(正嬪)이다. 1735년 태어나 순조 15년인 1816년 죽었다. 1762년 7월4일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아사한 이후 혜빈 홍씨는 세손 정조를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해야 했다. 조선왕조 임금 중에 가장 명이 길었던 영조는 31세에 왕위에 올라 83세에 승하하기 까지 무려 52년간 조선을 통치했다. 사도세자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드라마로도 여러 번 제작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고 정조대왕이 재평가되면서 사도세자는 극적인 미화과정을 거치면서 비운의 주인공으로 재조명되었다. 사실적인 역사의 기록만을 참고한다면 사도세자는 광인에 가까웠고 부왕인 영조를 죽이려 하다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정조의 피 끓는 사부곡을 보면 사도세자의 죽음에 엄청난 음모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짐작과 착각도 든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아도 사도세자는 국본(國本)으로서 부적합했고 영조가 자식을 죽이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패륜을 저질렀던 것으로 보인다. 혜경궁 홍씨는 남편이 죽임을 당할 때 자식을 택했다. 혜경궁 이라는 칭호는 아들인 정조가 왕위를 계승하면서
최은진의 BOOK소리 132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미술 만나기 방구석 미술관 ◎ 저자 : 조원재 / 출판사 : 블랙피쉬 / 정가 : 16,800원 우아하고 고상하기만 한 게 미술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삶이 낳은 미술을 들여다보고 14명의 미술계 거장들이 방구석을 찾아와 수다 떠는 멋진 광경을 상상해 보라. 이름은 들어봤으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화가들의 작품 세계와 그 뒷이야기들이 어찌나 흥미진진한지 웬만한 소설보다 손에서 놓기 어렵다. ‘미술관 앞 남자’ 자칭 ‘미남’이 별명인, 미술에 본능적으로 끌렸다는 저자 조원재. 그는 ‘미술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모토 아래, 미술에 대한 오해와 허례허식을 벗겨 ‘미술, 사실은 별거 아니구나!’를 깨닫고 즐기길 바라는 시도를 한다. 방구석에 앉아 가볍게 유쾌하게 미술이라는 친구와 즐겁게 놀아보자. 알고보니 예술가들도 우리와 별반 다른 게 없다.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에 울고 웃고 죽음을 두려워하고 다가올 미래를 걱정했다. 평생 죽음을 두려워했으나 장수의 아이콘이 된 뭉크, 알고 보니 원조 막장드라마의 주인공 프리다 칼로,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아니라 성범죄 현장을 스케치로 고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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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학서제(小學書題)에는 전엔 좋은 글이었지만, 요즘 시각으로 보면 다소 껄끄러운 글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이렇다. 옛날 소학교에서(고자소학古者小學) 사람을 가르치되(교인이敎人以) 물 뿌리고 쓸며(쇄소灑掃), 응하고 답하며(응대應對), 나아가고 물러나는(진퇴進退) 예절(지절之節)과 어버이를 사랑하고(애친愛親), 어른을 공경하며(경장敬長), 스승을 높이고(융사隆師), 벗을 친히 하는(친우親友) 도로써 하였으니(지도之道) 이 모두는 대학에서 가르치는(개소이위皆所以爲) 몸을 닦고(수신修身),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제가齊家), 나라를 다스리고(치국治國), 천하를 평안히 하는(평천하平天下)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지본之本). 태어 난지 8세가 되면 배우는 글이 소학이다. 소학을 일러 어린이 공부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어려서 반드시 몸으로 습관을 들여야 할 공부가 소학인 셈이다. 소학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더 보탤 것도, 더 뺄 것도 없는 꼭 필요한 글만 모아 기록한 책이다. 습관이 좋은 버릇으로 몸에 익혀 가고자함에 대한 부모의 바램이 오롯이 담겨있는 글인 셈이다. 그래서 이를 흔히 소학(小學)의 삼절 사도라 부르는데 삼절(三節)은 쇄소(灑掃), 응대(應對),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 김중일 아주 작은 새가 있었다. 먼지보다 작은 새였다. 제 그림자로 세상을 고이 덮으려했던 새였다. 깊고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가 있었다. 날 새도록 새는 날고 날았다. 날개가 바람에 다 녹아 버려서 그만 하늘에 스몄다. 낮에는 흰 그림자로 밤에는 검은 그림자로 세상을 덮었다. 우리는 모르는 새 그 새의 그림자를 입고 살았다. 우리도 날개가 다 녹도록 날았다. 새와 함께 파란 하늘이 되었다. 결국 그 새는 세상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다다랐다. 희생자의 무덤 위였다. 김중일은 먼지보다 작은 새가 있었다고 노래한다. 먼지보다 작은 새가 있을까. 그렇게 작은 몸으로 세상을 고이 덮을 수 있을까. 깊고 깊은 높이가 있을까. 그렇게 날아오른 새가 있을까. 날개가 바람에 녹는 새가 있을까. 녹아서 하늘에 스며 하늘이 되는 새가 있을까. 낮에는 흰 그림자로 밤에는 검은 그림자로 세상을 덮는 것은 하늘일까. 새의 영혼일까. 깁중일의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는 질문 가득한 시다.‘아주 작은 새’는 ‘깊고 깊은 높이로 날아오른 새’이다. 이 시의 비의가 숨어 있는 문장이다. 먼지보다 작은 새는 영혼이다, 영혼이 아니면 그렇게 작은 몸으로 세
쌀쌀한 날씨에 후루룩~ 구성의 숨은 맛집 동네마다 한두 개, 아니 여러 개씩 있는 칼국수집! 체인점도 많고, 정말 흔히 있지만 제대로 맛을 내는 집은 드물지요. 국물이 괜찮으면 면이 아쉽기도 하고, 칼국수가 맛있으면 김치가 처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용인 구성에 위치한 ‘유성 손칼국수’는 국물은 물론이고, 면발·김치·만두까지 흠 잡을 곳 없는 곳이라 소개해 드리려합니다. 구성농협 근처에 위치한 ‘유성 손칼국수’는 상호만 봐서는 체인점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별 기대 없이 방문했는데 체인점 아니라고 하시네요. 살짝 안쪽에 모퉁이 단독 건물인 ‘유성 손칼국수’는 주차장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주변에 어렵지 않게 주차가 가능하고자리는 모두 좌식. 메뉴는 계절 메뉴 콩국수를 제외하면해물 손칼국수와 수제 왕만두 두가지.아쉬운 점은칼국수가2인부터 가능해서 혼밥은 불가능한 곳입니다. 주문과 동시에 두 가지 김치, 콩나물과 함께보리밥을 애피타이저로 내어주십니다. 이렇게 나오는 집이 몇 군데 있는데 ‘유성 손칼국수’의 보리밥이 더 특별한 이유는 함께 넣고 비벼 먹는 열무김치!시쳇말로 인생 열무김치더라구요. 근래에 먹어본 열무김치 중에서 단연 일등이었어요. 국물까지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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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김정환 나보다 너 강력한 근육이다. 나보다 더 이유가 분명한 부리다. 나보다 더 목적이 뚜렷한 시선이다. 나보다 더 불길한 운명이다. 나보다 더 엄혹하 중력이다. 그래서 어디에나 있는 새. 나 몸무게 없다. 연민 없이는. 한 천년 전부터. 김정환의 우주의 중심은 시인 자신이다. 시인을 중심으로 모든 연민과 모든 근육과 모든 부리와 모든 목적과 모든 운명과 모든 중력이 배치된다.‘나보다 더’라는 구절의 반복은 시인이 우주의 중심을 이룬다는 언표다. 그의 우주는 새와 부딪쳐 산산조각이 난다. 우주의 중심이 새로 옮겨 가는 것이다. 새의 근육은 날 수 있는 근육이다. 시인의 근육은 항전하는 근육이다. 날 수 있는 근육이 더 강력하다. 새의 부리는 먹이를 쪼는 일이나 먹이를 사냥하는 일에만 쓴다. 사용하는 이유가 시인보다 분명하다. 시인의 부리는 독설과 패설과 온갖 욕망에 동원된다. 사용하지 않아도 될 곳에 사용한다. 설화를 부르는 부리다. 새의 시선은 목적이 뚜렷하다. 어느 가지로 옮겨 갈지, 어는 깃털에 목을 묻을지, 어느 먹이를 낚아챌지가 뚜렷하다. 시인의 시선은 늘 흔들리고 불안하다. 목적이 흐려지고 사물의 본질이 안보이고 문장의 빛이 어디쯤서 흐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