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의 BOOK소리 138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살아남은 자들이 지켜야 할, 죽고 싶은 사람들 ◎ 저자 : 임세원 / 출판사 : 알키 / 정가 : 13,800원 자기 앞에 놓인 뜻밖의 불운을 두고 ‘순순히 어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삶의 의지를 다지던 정신건강전문 의학자 임세원.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과 미래를 꿈꾸게 했던 선한 의지는 한순간의 칼부림에 꺼져버렸다. 세상에 누구도 진심으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살아남은 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그의 에세이집. 그는 말한다. 어떤 사람도 정말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이제는 고인인 되어버린 그의 사람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어떻게 확장되어 왔는지가 고스란히 담긴 책을 보며 그의 죽음이 다시 한 번 가슴을 찌른다. ‘통증은 피할 수 없지만 절망은 선택할 수 있다’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던 그의 진심이, 이 책을 통해 더 먹먹해진다. 고통이라는 것은 정말 주관적이기 때문에 타인이 그 고통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종이에 베인 손가락 하나의 통증을 이야기하는 것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배워왔던 지식에 의존해 ‘선생님은 이 병을 몰라요’라는 환자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잘못 읽었다. 아니면, 트럼프 스스로 만든 국내용 출구 전략이다. 정상회담 중 미국에서 벌어진 트럼프의 비서출신 마이클 코언 청문회가 결렬의 주된 원인이란 분석이다.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 옆에서 12년 동안 온갖 뒤치다꺼리를 다 해준 ‘설겆이 전문가’라고 한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트럼프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미 언론들도 트럼프 탄핵 운운하며, 북미정상회담을 실컷 조롱했으니 잘될 리가 만무였던 것이리라. 그런데 트럼프가 기자회견장에서 한말을 둘러싸고 북측이 거짓이라며 반박했고, 또 이를 재반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양측 모두 회담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렬에 대한 변명이 궁색해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이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모두 회담의 무산 배경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내심 양측 모두 절실함을 의미한다. 다만 결별에 대한 책임 공방에서 양측 모두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일말의 자존심이라도 세우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리용호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 아니고 일부 해제, 그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용인신문>
영양 만점, 잡내없이 고소한 ‘설화양꼬치’ 양고기가 몸에 좋은 건 모두 잘 아시죠? 스태미나 음식이면서 다이어트에도 좋고, 또 육류 중에 콜레스테롤 함량이 가장 낮다고 하니 고기 중에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이렇게 몸에 좋은 양고기도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심한데 잡내 없이 맛있게 하는 양고기집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이름은 ‘설화양꼬치’,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골목 안에 위치해 있어요. 주차는 매장 앞에 서너 대 정도만 가능해서 조금 불편하네요. 실내는 보통의 양꼬치집 분위기구요. 테이블은 다섯 개에 8인 정도 가능한 개별 룸이 하나있는데, 저녁에는 거의 만석이라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을 듯 하네요. 양고기 메뉴는 다른 집과 비슷한데 세트메뉴들이 있어 착한 가격에 골고루 맛볼 수 있었습니다. 굽는 재미가 더 좋은 양꼬치부터 맛을 봤어요. 수동으로 구워 먹은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거의 자동기계로 바뀌어서 편해졌어요. ‘설화양꼬치’도 물론 자동~ 꼬치 톱니랑 잘 맞춰 올려놓으면 저절로 돌아가면서 맛있게 구워집니다. 양꼬치가 노릇하게 구워지는 시간은 얼마 안 걸리는데 앞에 앉아 기다릴 때는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다 구
<용인신문>
체 류 휘민 병상에 누운 그녀가 갓 부화한 아기 새처럼 나를 쳐다본다 달력 뒷장에 적힌 전화번호를 더듬거리듯 내 몸 여기저기를 꾹꾹 누른다 나를 삼키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 기울어지는 저녁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눈길을 돌리고 마는 나 그녀의 정강이를 손아귀로 잡아 본다 신이 아직 파괴하지 못한 단단한 어둠 한 줌 창밖으로 소낙비가 지나간다 엇박자로 덜컹거리는 심장 속으로 또 한 차례 밀려드는 어둠 저 비가 긋고 밤이 오면 저녁은 누구의 무릎을 짚으며 돌아갈까 사선으로 떨어지는 젖은 불꽃들 우두커니 형형이다 병상을 지키고 있는 시인의 몸을 꾹꾹 누를 수 있는 시선이라면 육친이 맞다. 혈육이어서 병상의 그녀는 시인을 삼키듯 애절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그 장면이 눈물겨워 시인은 슬그머니 눈길을 돌리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장면이다. 생로병사의 통과의례를 누가 비켜갈 수 있을까. 시인의 진정한 문장은 그 다음 부터다. 혈육의 정강이를 잡아보는 시인에게 정강이는 ‘신이 아직 파괴하지 못한/단단한 어둠 한 줌’이어서 혈육의 생애에 대한 간절함이 느껴진다. 혈육은 어떻든 더 오래 더 강건하게 살아 있어 시인을 삼키듯 바라보고 몸의 여기저기를 꾹꾹 누르기
7세에 진복창전陳復昌傳을 짓고, 8세에 화석정化石亭 시를 지었으며 10세에 경포대에 올라 경포대부鏡浦臺賦를 지은 율곡. 그는 22세 때 방황의 끝에서 58세의 퇴계를 찾아가 만난 12년 후 34세부터 46세까지 장장 12년에 걸쳐 율곡사과栗谷四科라는 불후의 명저를 짓는다. 34세에 정치하문政治何問, 동호문답東湖問答을 40세에 철학절문哲學切問, 성학집요聖學輯要를 42세에 몽학강효蒙學綱效, 격몽요결擊蒙要訣을, 46세에 역사현감歷史縣監, 경연일기經筵日記를 기록한다. 그중 동호문답東湖問答 논군도論君道편에서 말한다. 동호의 객이 주인에게 “고금에 치란이 없는 때가 없는데 어떻게 하면 다스려지고, 어떻게 해서어지러워지는가?”라고 묻자 주인일 말하길 “다스려 지는 데에 두 가지가 있고, 어지러워지는데도 두 가지가 있다…(중략)…”. 다시 손님이 묻자 “그것이 무엇을 말함인가”, 주인이 대답하길 “임금이 똑똑하여 난놈을 잘 부리면 된다. 또 임금이 다소 못났더라도사람만 잘 쓰면 된다.” 이것이다스리는 두 가지다. 정치란 국민들이 균형 잡힌 삶을 살도록 해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정치가는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자신이 없다면 그만둬야 한다는 말이다
고통의 증명 이 병 국 나는 다른 곳에 있다 다른 곳의 다른 곳 네가 앉아 있는 곳에서 갈라진 최초의 명제가 참이라고 가정된 한 뼘의 세계 불가능한 정리를 가장자리에서 잃어버린 거짓의 논리처럼 무너진 토대를 걷는 칼날처럼 (.....) 삶을 노출당한 이는 별을 삼키려는 듯 입을 벌리고 있다 몸을 견디고 있다 증명할 수 없는 확률로 위로가 멀어진다 내가 앉아 있는 곳에서 고스란히 오려진 한 뼘 나는 익숙하게 흐려진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구부정한 오류의 세계 건널목 맞은편에서 다정하게 손을 흔드는 뒷모습이 전부인 다른 곳의 다른 곳 이병국의 첫시집『이곳의 안녕』은 낯선 시적질서로, 혹은 익숙하지 않은 이미지들의 개진으로 신선하다. 따뜻한 시어들과 섬세한 문장과 젊은 날의 아름다운 방황이 시편의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친근하게 읽힌다. 「고통의 증명」은 연시로 읽어야 맛이 난다. 그의 고통은 사랑하는 사람과 다른 곳에 놓여진 고통이다. 그런데 그 고통은 익숙한 고통이다, 구부정한 오류의 세계에 놓여진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어서 익숙하지만, 익숙하다고 고통이 작아지지 않아 다정하게 손 흔드는 뒷모습도 아픈 것이다. 사랑은 고통이 맞다. 김윤배/시인<용인
망향의 언덕에서 글 사진 이상엽/작가 사할린섬 남부의 코르사코프시 ‘망향의 언덕’ 앞이다. 오랜 기차 여행 끝에, 비록 바다 건너 섬이지만 이곳은 우리에게 특별한 곳이기에 애써 찾아 왔다. 지금 내가 서있는 곳은 쓸쓸하게 잡초만 무성한 언덕일 뿐 그 어떤 표식도 왜 이곳이 ‘망향’이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언덕 아래로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 홋카이도를 왕래하는 여객선과 화물선이 정박하는 항구가 보인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이듬해 일본인은 정전협정에 따라 본국으로 송환됐다. 하지만 식민지 조선의 유민으로 남은 카레예츠(고려인)들은 코르사코프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이 언덕에서 귀국선을 기다렸으나 끝내 오지 않았다. 1940년대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된 조선의 젊은이들에게 귀국은 절박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들은 돌아가지 못했다. 일제가 끝까지 마무리 지었어야 했다는 당사자 책임론과 신생 대한민국정부의 민족적 책임이라는 두 논리가 충돌했다.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그들은 사할린에 남겨졌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시에도 고국으로 돌아갈 의사가 없었던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19세기 말부터 연해주 일대에서 사할린으로 이주한 조선의 유민들과 일제
<용인신문>
정치政治란 글자를 파자해보면 바를정正 아비부父 삼수변氵 태풍이台 마늘모 혹은 휘둘릴사厶 입구口로 구성된다. 이를 풀어보면 ‘정치인은 바른 도리를 가진 아버지처럼 백성들이 물과 태풍에 휘둘려 삶이 곤고해도 먹을 것은 꼭 챙겨줘야 한다’ 쯤 된다. 공자가 위나라로 갈 때 염유가 수레를 몰았는데 공자는 “백성이 많구나”라고 하니 “염유가 백성이 이미 많은데 무엇을 더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들을 부유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유가 “이미 부유하게 되었다면 무엇을 더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그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의 목적은 백성을 부유하게 또 바른 길로 가도록 모범을 보이는 행위다. 논어 계씨季氏편에서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인에 대해 말하길 백성이 적은 것을 걱정하지 말고, 저들의 삶이 서로 균등하지 않을까를 걱정하라(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고 했다. 대학大學에서 정치인의 자격요건을 에둘러 표현하기를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다.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국가를 다스리면 천하는 기울어짐이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인간사의 비극은 수신이나 제가가 덜된 것들이 누군가를 다스리겠다고 나서는데 그 심각성
정치권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마다 요즘 ‘협치(協治)’라는 말이 유행이다. 과거 정치권의 ‘연정(聯政)’은 둘 이상의 정당이나 단체 연합을 뜻했지만, 협치는 지역사회에서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더 세밀하고 광범위한 협의와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의지의 언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경영의 의미를 지닌 ‘거버넌스(governance)’와 더 유사한 말이기도 하다. 최근 경기도의회와 경기도는 협치와 상생 정치 구현을 위한 ‘제1회 경기도-도의회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인근 수원시는 시민의 시정 참여를 제도화한 ‘수원시 협치 조례’를 제정해 공포했다. 협치 조례는 다양한 지역사회문제를 중앙과 지방정부, 기업, 시민, 전문가 등이 소통과 합의 과정을 거쳐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권위주의적 구태 행정을 청산하겠다는 선포임에도 헛된 구호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칫 선언적 의미로 전락한다면 행정력의 족쇄를 이유로또 다시 용두사미가 될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의 소심한기우이길 바란다. 하지만 이미 지자체마다민관,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협치(각종 위원회)기구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도시계획심의위원회 등은 애당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