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의 트럭들 나희덕 돼지들은 이미 삶을 반납했다 움직일 공간이 없으면 움직일 생각도 사라지는 분홍빛 살이 푸대자루처럼 포개져 있다 트럭에 실려가는 돼지들은 당신에게 어떤 기억을 불러일으키는가 짝짓기 직전 개들의 표정과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들의 눈망울에서 당신은 어떤 비애를 읽어내는가 아니, 그 표정들은 당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이 도시의 트럭들은 너무 많이 싣고 너무 멀리 간다 엿가락처럼 휜 철근들과 케이지를 가득 채운 닭들과 위태롭게 쌓여 있는 양배추들과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은 원목들을 싣고 트럭들은 무엇을 실었는지도 잊은 채 달린다 커브를 돌 때마다 휘청, 죽음쪽으로 쏟아지려는 것들이 있다 나희덕의 시가 달라지고 있다. 이미 달라져 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녀는 생에 대한 성찰을 서정적인 문장으로 담아내는 시인이었다. 그랬던 그녀가 이제 이 시대의 고통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도시의 트럭들」은 탐욕으로 얼룩진 인간들의 집단 거주지인 도시를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트럭들의 난폭한 욕망과 죽음의 그림자를 노래한다. 트럭들은 ‘분홍빛 살들이 자루처럼 포개’진 돼지를 싣고 도시의 도로를 달려가고 있다. 돼지들의 모
<긴급진단> “용인시를 수도권 제일의 명품도시, 세계 최대의 반도체 특별시로 만들겠습니다.” 정부와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들여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조성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계획안이 수도권정비위원회를 통과한 후 백군기 시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하지만 최근 용인시가 마련한 처인구 지역에 방점을 둔 난개발 방지 계획안부터 주민들의 잇단 반발에 부딪치면서 백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가 녹지 훼손과 무분별한 개발 방지를 위해 개발행위 경사도 기준을 강화하고, 표고 기준을 신설한다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불어 닥친 역풍 때문이다. 12일 시에 따르면 개발행위허가 경사도 기준을 수지·기흥구 17.5도, 처인구 20도 이하로 변경한다는 것. 아울러 보존가치가 있는 임야훼손 방지를 위해 표고 기준을 수지구 170m, 기흥구 140m, 포곡읍 170m, 모현읍 180m, 양지면 205m, 처인구 4개동 185m, 이동읍 160m, 남사면 85m, 원삼면 180m, 백암면 160m로 적용키로 했다. 대신 성장관리방안을 수립한 지역은 표고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2015년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최은진의 BOOK소리 141 우리 미술이 발견한 58개의 표정 얼굴이 말하다 ◎ 저자 : 박영택 / 출판사 : 마음산책 / 정가 : 22,000원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얼굴들, 그 중에는 한 번 보고도 잊을 수 없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기억조차 할 수 없는 무의미한 얼굴들도 있었을 것이다. '산다는 건 얼굴을 만나는 일’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얼굴이 담고 있는 표정과 의미를 미술작품을 통해 들여다보는 시도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살면서 자기 얼굴을 한번이라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거울을 통해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얼굴에 대해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나도 몰랐던 나의 얼굴과 그 얼굴이 만들어내는 표정들로부터 사람들은 나를 읽는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이 들려주는 '얼굴' 이야기. 총 10개의 주제, 58명의 예술가와 그 대표작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 문화를 말한다. "얼굴은 사회적인 텍스트이자 비명"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얼굴을 제재로 한 작품들에는 개인 삶의 궤적은 물론 사회· 역사· 문화의 코드가 담겨 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중요한 것은 말 이
사마천司馬遷은 48세에 생식기를 뿌리째 뽑아 토막 내 짐승의 먹이로 던져지는 치욕적인 형벌 궁형을 당하고도 기어이 살아남아 사기史記라는 걸작을 남긴 인물이다. 그가 자신 만큼이나 불행했던 벗 임안任安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사람이라면 최소한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독백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지만(인개유사人固有一死)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혹중어태산或重於泰山),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나니(혹경어홍모或輕於鴻毛) 이는 죽음을 사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용지소추이야用之所趨異也).”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벗 임안에게 보내는 답장> 이글에 대한 부안설을 찾으라면 아마도 누가복음 12장20절이 그중 가장 적절할 것이다. 한 부자가 그 밭에 소출이 풍성하매 마음에 생각하여 이르되 내가 곡식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찌할까 하고 또 이르되 내가 이렇게 하리라. 내 곳간을 헐고, 더 크게 짓고, 내 모든 곡식과 물건을 거기 쌓아 두리라. 또 내가 내 영혼에게 이르되 영혼아, 여러 해 쓸 물건을 많이 쌓아 두었으니 평안히 쉬고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자 하리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어리석은 자여. 오늘 밤에 네 영혼을 도로 찾으리니 그러면 네
국민건강보험공단 용인서부지사(지사장 곽지훈)는 제47회 보건의 날을 맞아 용인시청 광장에서 건강체험관을 운영했다. 이날 시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스트레스 검사와 체 성분 분석결과를 통한 건강상담을 실시하는 등 시민 참가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이날 기존 건강검진대상에서 제외됐던 20~30대 건강보험가입자(피부양자, 세대원)와 의료급여자(세대원)까지 올해부터 대상자를 확대 시행한 것과 비뇨기 하복부 및 콩팥, 항문, 방광까지도 초음파 검사 시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되는 등 보장성 확대 내용, 대사증후군 및 만성질환관리에 대한 정보 제공과 금연치료 건강보험 지원사업 등을 적극 홍보하였다. 아울러 용인시민 등 참여자들과 함께 금연, 장애인식개선과 윤리인권경영 및 반부패・청렴 캠페인을 실시했다. 곽지훈 지사장은 “앞으로도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행사에 적극 동참해 공공기관으로써 공단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힘쓰는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용인신문 - 박기현 기자>
잡내 없이 쫄깃쫄깃 맛있는 ‘갈매기 사랑’ 갈매기살 많이들 좋아하시죠? 돼지 한 마리에서 300~350g 정도만 나오는 아주 귀한 특수부위 고기입니다. 갈매기살은 갈비뼈 쪽에서 분리되는데, 운동량이 많은 곳이라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아주 일품이에요. 정말 식감도 좋고 맛있는 갈매기살인데 예전에 먹었을 때 약간의 역한 냄새 때문에 잘 먹지 못했어요. 그 뒤로는 한참을 양념 갈매기살만 먹었는데 알고 보니 부위 특성상 오염도가 높을 수 있어 취급 보관에 신경을 더 써야 한다고 하네요. 양념도 맛있지만 생갈매기살이 그리웠는데, 용인에 잡내 없이 맛있는 갈매기살 전문점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위치는 처인구 역북동, 상호는 ‘갈매기 사랑’입니다. 단독 건물로 주차는 바로 앞 가능하구요, 매장은 아주 넓어 단체 회식도 문제 없겠더라구요. 기본 찬은 먼저 준비해주시고 두 번째부터는 셀프 바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데 셀프 바에 각종 야채는 물론 명이나물까지 인심 좋게 자리 잡고 있어요. 기본 찬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콩나물 김칫국! 많이들 좋아하는용인의 유명한 장어집 국보다 훨씬 깊은 맛이 났습니다. 먼저 갈매기살부터 구워봤는데 다른 돼지고기 부위보다 짙
백색 공간 안 희 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고 쓰면 눈앞에서 바지에 묻은 흙을 털며 일어나는 사람이 있다 한참을 서 있다 사라지는 그를 보며 그리다 만 얼굴이 더 많은 표정을 지녔음을 알게 된다 그는 불쑥불쑥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 절벽이라는 말 속엔 얼마나 많은 손톱자국이 있는지 물에 잠긴 계단은 얼마나 더 어두워져야 한다는 뜻인지 내가 궁금한 것은 가시권 밖의 안부 그는 나를 대신해 극지로 떠나고 나는 원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그 다음 장면을 상상한다 단 한권의 책이 갖고 싶어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밤 나는 눈 뜨면 끊어질 것 같은 그네를 타고 일초에 하나씩 새로운 옆을 만든다 안희연의 시는 소멸과 몰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어두운 세계의 삶 속에서 쓰여진다. 소멸하는 것은 그녀의 세계며 몰락하는 것은 그녀를 그녀이게 하는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소멸과 몰락의 세계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어두운 세계에는 폭력과 불의 혹은 지배논리와 구조적 모순이라는 근원적인 부정성에 편입되어버린 세계를 의미하는 바 그녀가 살아가는 현실의 삶 자체다. 그녀의 시가 실종된 삶과 삶 자체의 불가능성을 드러내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무감각하고 무기력한
<용인신문>
호박 넝쿨 김 길 나 호박 넝쿨을 넝쿨 채 끌어당긴다 얽힌 시간이 호명되어 나올 때 얼기설기 엉킨 기억의 줄기 끝에서 호박불빛이 흐르는 기차역이 딸려 나온다 가방을 들고 여러 번 역사를 드나들었다 달리는 선로 밖으로 달아난 풍경들이 순간 순간 두서없이 꿈속으로 들어왔지만 바람 몇 장이 덧 발려 생시 기억의 벽화 속에서는 형체 없는 점묘로 넌출거렸다 점은 이미 형체가 삭아버린 무덤이지만 점은 새로 몸의 곡선을 세워놓는 자궁이기도 해서 네가 사라져 버린 점은 네가 어디선가 살아나는 발육의 자리인 것 얽힘으로 경계를 지운 호박 넝쿨에는 그러므로 어제와 오늘이 병행하는 시계가 달려 있다 추억과 현실이 뒤섞인 추상화가 나붙어 있다 어제의 넝쿨에 열린 마지막 호박 한 덩이 오늘 넝쿨 채 끌려온다 김길나는 늦은 나이에 『문학과사회』에 시집 한 권 분량을 투고해서 시단에 나온 시인이다. 1997년, 문지에서 발간된 『빠지지 않는 반지』가 그것이다. 그녀의 시세계는 단아하고 서정적이며 삶의 현장에서 길어올린 따뜻함이 있다. 「호박 넝쿨」은 그녀의 시세계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호박 넝쿨을 넝쿨 째 끌어당기면 얽힌 시간과 함께 호박불빛 따스하게 빛나는 기차역이 딸려 나온다
젊은 날 글방 훈도였던 탓에 미염공 한수정후 운장 관우는 평생을 공자孔子가 쓴 춘추春秋 책을 좌우서左右書로 수불석권手不釋卷하며 살았다. 이문열 평역 소설 삼국지 4권 소제목에서조차 ‘드높구나. 춘추春秋의 향내여’라며 관우가 춘추 책을 어떤 심정으로 대하는가를 명징하니 기록한다. 관우의 모든 초상화에는 언제나 한 손에 춘추대도春秋大刀라 불리는 청룡언월도가 있고, 다른 한 손엔 춘추 책을 들고 있으며 초상화 화제 또한 ‘뜻은 춘추에 있다’는 지재춘추志在春秋로 간담이 서늘하다. 쉽게 말해 춘추의 정신으로 산다는 말인데, 산동의 공자가 지은 춘추를 산서의 관우가 읽었다는 말이다. 관우가 조조의 포로가 되어 생사를 모른 채 헤어진 의형제 유비를 만날 때까지 머물던 조조진영의 관우 숙소 이름 또한 춘추 책을 읽는 집이라는 뜻의 춘추각이다. 우리나라 청와대에도 춘추책의 이름을 딴 제하의 각이 있는데 춘추관이 그것이다. 춘추란 서릿발 같은 엄정함으로 정의를 잃지 않겠다는 말임에는 분명할 터. 일찍이 유향劉向은 춘추의 가르침을 설원說苑권삼卷三건본편일建本篇一본도本道 말미에 칠언대구七言對句으로 정리 왈曰, 바른 봄이 있다면 어지러운 가을은 없으며<유정춘자무란추有正春者無亂秋
최은진의 BOOK소리 140 뇌과학으로 밝혀낸 반려견의 생각 반려견은 인간을 정말 사랑할까? ◎ 저자 : 그레고리 번즈 / 출판사 : 진성북스 / 정가 : 15,000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반드시 확인하고 싶어진다. 그 사람이 내 마음을 알고 있는지, 무엇보다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는지. 애견인구 600만 시대! 자식처럼 애정을 쏟고 그들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찾는 사람들에게 반려견은 삶의 동반자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과 달리 말을 할 수 없는 그들의 마음, 정말 궁금할 때가 많다. 그레고리 번즈 박사의 개 프로젝트는 그 궁금증에서 비롯했다. ‘반려견은 인간을 정말 사랑할까?’ 인간의 뇌를 연구하기 위해 MRI 기술을 수십 년 동안 연구해온 에모리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이 질문의 답을 찾고 싶어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실험에 따뜻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어우러져 매력을 더하는 이야기들. 반려견의 심리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해준다. 15년을 함께 지냈던 반려견, 뉴턴의 죽음. 그 후 찾아온 슬픔과 허전함과 그리움은 뉴턴도 자신를 이렇게 사랑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그리하여 그의 또다른 반려견 칼리를 통해 개의 심리에 대한 본격적인
<용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