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나 사이 이태수 벚꽃들이 피고 지는 사이, 나무에서 나무로 새들이 옮아앉는 사이, 스쳐간 바람이 되돌아오는 사이, 그런 사이의 그와 나 사이 어깨 겯고 있는 풀잎과 풀잎들 사이, 그 사이에 글썽이다가 흘러내리는 이슬방울들과 햇살 사이, 그런 사이가 나와 그 사이 꿈속에서도 그 바깥에서도 만나자말자 헤어져야 하는 그런 사이의 그와 나 사이 이태수 시인은 등단 초기부터 서정의 세계를 추구하면서 초월을 꿈꾸어 왔으며 현실을 따뜻하게 껴안아 왔다. 순수한 인간정신의 불멸성을 추구해나가는 시세계를 일관되게 펼쳐온 것이다. 「그와 나 사이」는 이러한 그의 시세계를 잘 보여주는 시편이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사물들은 꽃 피고 지는 벚나무며 나무에서 나무로 옮겨 앉는 새들이며 스쳐간 바람이 되돌아오는 소리다. 그뿐 아니라 어깨 겯고 있는 풀잎들이며 풀잎 위에 맺혔다가 흘러내리는 이슬방울이다. 자연은 그에게 수많은 영감을 준다. 그리고 자연 속의 여러 사물들 사이를 흐르는 짧은 순간에 그의 연민은 시작되거나 소멸한다.‘그와 나 사이’는 꽃이 피고 이우는 사이거나 새들이 나뭇가지를 옮겨 앉는 사이거나 바람이 되돌아오는 사이 처럼 한 순간에 눈빛이 오가는 연인 사이인 것이
묵 언 이승하 말을 할 듯 입 열었으나 그대 다만 미소와 손짓만 건네는구나 잘못했다 사랑한다 보고 싶을 거라는 말 대신 그대 미소로 눈물로 그냥 아무 말 없이 가달라는 떨리는 손짓으로 이승하 시인은 생명예찬의 시인이다. 그는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생명이 태어나 어미의 젖을 빠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리하여 병들고 죽는 과정까지를 노래하는 시인이다. 그러므로 생로병사의 통과의례는 그의 시세계를 이끌어가는 상상력의 근원을 이룬다고 보여진다. 「묵언」은 사랑의 생명성과 그 헤어짐의 안타까움을 노래한 시편이다. 사랑의 시작은 설렘이다. 설렘은 한 영혼이 다른 영혼을 향해 문을 두드리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문이 열리면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 시는 사랑도 생로병사라는 통과의례를 거친다는 가정 아래, 사랑의 종언을 말하는 장면이다. 시제를‘묵언’이라 한 것으로 보아 할 말을 참고, 몸짓으로 말을 대신하는, 아니 몸짓으로 말보다 더 아프게 말하는‘그대’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읽힌다. 헤어지며‘그대는 다만 미소와 손짓만 건네는’데 이때의 미소는 울음을 머금은 미소인 것을 화자는 알고 있는 것이다. ‘잘못했다/사랑한다/보고 싶을 거라는 말 대신’미소로,
내 안의 저녁 풍경 노향림 배밭 너머 멀리 저녁 구름이 걸렸다 필라멘트 불빛처럼 역광이 구름 틈새로 새나오고 당신은 아직도 바다를 행해 앉아 있다 등 돌려 텅 빈 독처럼 앉아 있는 당신에게 시간은 저녁을 가득하게 퍼 담고 있어 하얗게 지는 배꽃들이 당신의 발등과 무릎 어깨 머리 위로 마구 떨어진다 바다 위에서는 새들이 한쪽 발을 들고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들이 이따금 모래톱을 물고 나는 사이 떠돌던 당신 마음은 어떤 빛일까 밤은 저만치 젖은 날개 터는 소리로 파도 위로 걸어오고 그렇게 당신은 오래도록 생각에 묻힌다 노향림의 저녁 풍경은 당신과 바다와 배꽃 지는 일몰의 쓸쓸하고 아득한 풍경이다. 당신은 등 돌려 텅 빈 독처럼 아직도 바다를 행해 앉아 있다.‘아직도’라는 표현으로 보아 당신은 아까부터 아니면, 더 오래 전부터 바다를 향해 미동도 없이 앉아 어떤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모습이 그녀의 마음의 풍경이라는데 있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그녀를 등 뒤에 두고 먼 바다를 보고 있는 당신이 있고, 정처없이 떠돌던 당신 마음은 어떤 빛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바다를 행해 앉아 있는 당신의 발등과 무릎과 어깨와 머리 위로 마구 떨어지는 배꽃, 그
[용인신문] 용인시민청원은 용인시 홈페이지 ‘시민청원 두드림’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중 용인신문 편집국 자체 검토를 통해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또 시민들이 직접 용인신문사에 보내준 민원성 글도 게재 가능합니다. 시민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서로 다른 시에서 살다가 결혼하면서 용인에 자리잡은 2년차 부부입니다. 결혼 후 1년은 아이를 가질 여유가 없었고, 2년차가 되며 아이를 가져야할 것 같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보건소에 무료 산전검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기흥구 보건소에 산전검사를 문의하였더니, 결혼 후 1년까지만 무료로 되고, 그 이후로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 황당했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다른 시 보건소에 문의를 해봤더니, 이곳은 결혼 연수와 관계없이 무료라고 합니다. 수지구 보건소에 문의를 했더니 “출산장려 목적으로 결혼 후 1년만 가능한 것으로 3개구 보건소에서 정했다"고 합니다. 출산장려 기간은 누가 정하는 건지요? 돈이 비싸고 싸고의 문제가 아니라 1년과 2년의 기준을 정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갑니다. 시정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용인신문]무오사화 때 김종직의 문도(門徒)라는 이유로 44세 나이에 곤장을 맞는 장형 80대에 처해진 뒤 평안도 희천(熙川)땅에 유배(실록연산4년 1498년 7월19일)되었다가 갑자사화로 유배지에서 참수당한 후 죽은 몸, 즉 시체인 상태로 순천의 저자거리인 철물시(鐵物市)로 이거(移居)된 후 다시 사지가 찢겨 효수된 인물이 한훤당(寒暄堂) 김굉필이다<실록연산10년 1504년 10월 7일>. (김굉필은 아호가 없으며 한원당은 그가 공부하던 처가 옆에 지은 글방의 당호다.) 그야말로 멸문지화 정도가 아니라 집안이 멸절된 것이다. 그런데 106년 후 멸문의 극형을 당하고도 스승 김종직도 성취하지 못한 반전을 했는데 1610년 광해2년 9월 4일에 정여창(鄭汝昌)· 조광조(趙光祖)· 이언적(李彦迪)· 이황(李滉) 등과 함께 이조오현(五賢)으로 수현 되면서 동방18현으로 동배향 제3위문경공(文敬公)으로 문묘에 종사된 것이다. 세조8년 1462년 무과로 등과한 무인 김유는 쌍둥이 김굉필 형제를 포함 13명의 자녀를 뒀으나 모두 어려서 단명(?)하고 김굉필만 독자로 자란 탓에 천지분간 못하는 안하무인격이다. 그를 잡아준 인물이 21세 때 만난 스승 김종직이다
[용인신문] 내가 대학에서 퇴임한 것이 작년 2월 말이었다. 아침 9시쯤 일어나 자료와 연구서를 읽고 글을 쓴다. 어둠이 아파트 단지에 내리면 밖으로 나와 1시간 10분 가량 걷기운동을 한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저녁 9시부터 새벽 2∼3시까지 글을 쓰고 잠자리에 든다. 단순화 한 생활 속에서 동백택지개발지구를 벗어나는 날은 내가 서울에 있는 출판사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가 출판 기획을 봐주는 날과 한 달에 두 번 정도 이동읍에 있는 텃밭에 나가 농작물을 가꾸는 날이다. 내가 이십여 년 전 용인시로 이사와 처음에 이삿짐을 푼 곳은 이동읍의 농촌 마을에 있는 아파트였다. 그곳에 살 때 채소 농사를 주로 짓는 농민이 주선해준 텃밭에서 농작물을 가꾸는 일을 내가 동백택지개발지구로 이사를 온 후에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해 8월 하순 용인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종묘사에서 배추 모종을 100포기 사서 미리 축분과 복합비료를 뿌려 놓은 밭에 심었다. 배추 모종을 심은 뒤 가뭄이 계속되었다. 축 늘어진 호박잎들이 차창으로 쓰러졌다. 버스에서 내려 슈퍼에서 생수를 3병 사들고 텃밭으로 갔다. 배추들이 모두 시들시들하였다. “오래간만이요.” 지나가던 농민이 말했다. “가물
[용인신문] 30여 년 전, 필자는 대한민국의 육군 이었다. 여유로운 8월의 일요일 오후, 오수(午睡) 중인 행정반으로 전화가 왔다. 작전과에서 ○○○이병을 호출했다. 행정병이었던 필자는 “지금 수면 중이다. 급한 용무가 아니면 일어난 후에 올려 보내도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잠시 후 대대 작전과장이 들이닥쳤다. 그는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했다. 구타를 당하면서, “난, 맞을 만큼 잘못한 게 없다”라는 생각으로 버텨냈다. 스물다섯 살 청년의 머리에서 피가 터지고서야 그의 매질은 멈췄다. 일 년 후 연대본부 인사과에 전역 신고를 하러 갔다. 누군가 오병장을 불렀다. ○○○소령이었다. 진급심사를 앞둔 그는 내 손을 잡으며 부탁했다. “처 자식이 있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작년 일은 너무 미안하다”라는 그에게 “괜찮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진급을 위한 그의 눈빛은 간절했지만 몸은 구차해 보였다. 공포는 반응이지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공포는 겁을 먹은 자에게만 효과가 있다’라고 하지만 공포는 그 자체만으로도 겁을 먹게 할 수도 있다. 공포를 통해 가장 강력한 권력을 유지해 온 사람들에게 공포는 ‘행위 동기’ 였을 것이다. 공포를 조성해서 이익을 얻어온 사
산자락 옆 새 둥지처럼 우묵한 곳에 자리 잡은 2층짜리 전원주택 1층에 차고지와 갤러리 남편 경기대 초빙교수·아내는 관장 찰떡궁합 소박한 작업실 꿈 움터 지금의 집으로 결실 [용인신문]용인시 면적은 591.32㎢로 서울특별시와 비슷하다. 반면, 인구는 106만 명으로 1/10수준이다. 약 40만 세대의 시민들이 대부분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지난 20년간 용인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주거 문화다. 아파트가 ‘베드타운’이란 오명을 자초하기도 했다. 그런데 탈 아파트를 감행, 새로운 삶의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는 전원주택에 산다’에서는 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추천, 또는 자발적 지원도 환영한다. <편집자 주>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고기동의 ‘아트스페이스 류’.큰 길에서 바로 보이지 않아 숨어있는 듯한 집. 카페인지 갤러리인지 몰라서 무조건 들어가 봤던 곳인데, 화가이면서 집주인인 유영미 관장의 유쾌한 안내에 이끌렸다. 첫날은 둘러만 봤고, 두 번째 방문 때 비로소 화가 부부인 유영미(53)·유중희(54) 작가를 만났다. 산자락 옆에 새 둥지처럼 우묵한 곳에 자리 잡은 2층짜리전원주택이 예사롭지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49 한밤중, 도깨비와 통쾌한 씨름 한 판! 청기와주유소 씨름 기담 ◎ 저자 : 정세랑 / 출판사 : 창비/ 정가 : 8,800원 “2019년 책 한권도 안 읽은 여러분, 반갑습니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가 독서 포기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새로운 소설 읽기 프로젝트”로 기획된 시리즈 중 첫 번째 선보인 작품은 정세랑 작가의 경쾌하고 기묘한 이야기. 문학성이 뛰어난, 그러면서도 “요즘 감성”이 담겨있다. 짧고 임팩트가 있는 스토리에 만화책을 연상시키는 생동감 넘치는 일러스트가 곁들여져 책 읽는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이야기에 푹 빠질 수 있게 하기에 충분하다. “열 살이 되기 전에 이미 60킬로를 넘어”버린, 그리하여 할 거라곤 씨름밖에 없었으나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끝나버린 전직 씨름 선수의 인생 역전을 위한 씨름 한 판! 올해 책 한권도 안 읽은 사람뿐만 아니라 책 꽤나 읽는다는 사람도 이 신나는 이야기 한 판에 여름밤의 열기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이다. 주유소 알바로 희망 없는 삶을 무력하게 이어가는, 실패한 씨름 선수인 주인공은 주유소 점장으로부터 이상한 제안을 받게 된다. 도깨비와 씨름 대
[용인신문] 입추가 지났지만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저마다 피서법 한 두가지는 있겠지만 냥이들의 피서법이 최고인 듯 하다. 그늘 아래 친구들이랑 지나가는 사람구경하기… <본지 객원사진기자/ 황윤미>
[용인신문]지난 호 용인신문 1면에 <용인 사법서비스 사각지대 언제까지?>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수원지방법원 용인지원 신설 여론이 확산중이라는 내용으로 본안 사건이나 인구 비율로만 보면 정말 무색한 ‘역 차별’임을 강조한 기사였다. 보도 직후 19대부터 20대 국회까지 이 법안을 제안했던 더불어민주당 김민기(용인을) 국회의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김 의원은 “엄밀히 말하면 19대 국회 때는 소위까지 거의 통과됐었다”면서 “20대에는 수원고등법원이 생긴 후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로 오히려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보도내용처럼 지방법원이 들어오면 검찰청까지 들어와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용인시 차원에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보도내용처럼 용인시와 면적이 비슷한 서울시에는 지방법원이 몇 개나 된다. 따라서 수원지방법원이나 수원고등법원과의 거리를 이유로 규모가 작은 ‘용인지원’설치마저 반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앞서 보도처럼 현재 용인시 인구는 약 106만명으로 총 40개 지원의 평균 관할 인구인 50만 명의 2배가 넘는다. 또한 수원지법 본원의 사건 수와 인구비율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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