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새해 1월에 소원을 빌며 해를 맞이할 장소를 물색하다가 뇌문비 이야기가 떠올랐다. 뇌문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 말이다. 비는 용인시 역북동에 있는데 경기도유형문화제 76호로 지정되었다. 여기에는 조선시대 바른말을 하기로 유명했던 채제공이 죽자 정조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글이 각인되어 있다. 공식 이름은 채제공선생뇌문비(蔡濟恭先生誄文碑). 채제공은 사도세자 폐위가 논의될 때 죽기를 각오하고 이를 막았던 인물로 영조와 정조 모두에게 신임을 얻었을 뿐 아니라 탕평정치를 적극 돕기도 했다. 채제공의 행적에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 백성들의 고단함을 더하는 조정의 결정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맞섰으며 평안함을 위한 일에는 당색을 가리지 않고 추진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를 추모하는 묘비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뇌문비는 정조의 글이다. 채제공과 정조는 죽어서도 이 땅에 남아 21세기를 수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묘소는 과거가 현재에 살아있는 공간이다. 묘소에 가면 무덤 주인의 과거를 추억하고, 그의 행적을 찾아보며 현실의 분주함으로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무덤을 지키는 석물들에 핀 이끼자국은 노인의 검버섯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57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판타지 바람의 열두 방향 ◎ 저자 : 어슐러 K. 르귄 / 출판사 : 시공사/ 정가 : 14,000원 “내 판타지 작품 중에 슈퍼히어로를 다룬 것은 한편도 없다. 마법사가 등장하더라도 그들 역시 보통 사람처럼 실수를 하고 고난을 겪는 존재로 그려진다. 나는 내 판타지 작품이 가능한 한 현실적이길 바란다. 현실 그 자체가 이미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 르귄의 말이다. 현실을 비판하는 생생한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들. 특히 최근 세계가 열광하는 방탄소년단의 <봄날> 뮤직비디오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그의 작품에 왜 많은 사람들이 빠져드는지 단 한 편의 작품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실력뿐 아니라 의식있는 젊은이들이라는 칭송을 받는 방탄소년단이 이 단편집의 <오멜라스를 떠나며>를 모티브로 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그의 문학이 보여주는 세계관은 어떤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다채로우면서도 사회적 함의를 지녔다. 고독을 낭만적으로 풀어낸 ‘파리의 4월’에서부터 총 17개의 단편들에는 인간복제, 태양이 없는 삶, 현실의 권력 앞에 고뇌하는 과학자, 낙원같은 도시 오멜리아의 희
맛있고 푸짐한 ‘오리능이백숙’ [용인신문] 육류 중에서 몸에 좋기로 으뜸이라는 오리고기. 소고기는 먹지 말고, 돼지고기는 있으면 먹고, 오리고기는 찾아서 먹으라는 이야기도 들어보셨죠? 피로회복, 해독작용 및 갱년기,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 등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지만 오리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아예 못드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크림도 오리고기 먹은 지 몇 해 안되었는데 냄새에 민감해 잡내가 조금이라도 나면 잘 먹지 못하는데요, 갈 때마다 맛있고 푸짐하게 먹고 오는 오리백숙집이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상호는 ‘한터시골농장’, 위치는 처인구 양지면 비교적 한적한 도로에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주차장도 넓고, 본관, 별관까지 있는 큰 규모의 식당입니다. 분위기 좋은 원두막 느낌의 개별 룸은 황토방으로 좌식과 테이블 취향대로 선택 가능해서 더 좋았습니다. 고기 메뉴는 오리와 닭 그 외에도 삼겹살 등이 주문 가능하고 함께 곁들이면 좋은 전과 전병 도토리묵이 있어요. 시그니처 메뉴인 능이 오리백숙을 주로 주문하는데요,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는 오리와 궁합이 잘 맞는 수북한 부추 위에 몸에 좋은 귀한 능이버섯이 자리잡고 있어 보기에도 건강
[용인신문] 사람에게 이름을 붙이는 것과 같이 땅에도 이름을 붙인다. 사람들이 이름으로 서로를 구분하듯이 땅에도 이름을 붙여 편리하게 찾아보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명 속에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이 녹아있다. 얼마 전까지 김량장동 남구의 골목길을 ‘석농길’이라 불렀다. 이 명칭이 붙은 것은 김량장동 남쪽 노고봉 산록에 독립운동가 석농 유근 선생의 묘소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사거리 부근 도로 이정표에는 ‘석농길’이라는 표지판도 있었다. 석농(石儂) 유근(柳瑾, 1861~1921) 선생은 언론인이며 독립운동가로 용인시 처인구 마평동에서 태어났다. 독립협회에서 활동하였으며 만민공동회를 주도하다 체포되기도 했다. 1898년 4월에 황성신문을 창간하고 주필이 되었다. 1905년 11월에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이 신문에 을사 오적을 꾸짖는 논설 ‘시일야방성대곡’을 실었다. 이 일로 언론계를 떠나 잠시 교육활동과 민족의 역사서 편찬에 전념하였다. 1907년 황성신문 사장으로 추대되었지만 경술국치로 신문은 폐간되고 만다. 한편으로 선생은 대종교의 국내 책임자로 남도본사를 이끌며 해외 독립운동을 지원하였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한성 정부
[용인신문] 구독경제는 정해진 물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 컨텐츠 기반 구독서비스(유튜브·넷플릭스)와 렌탈이나 리스방식으로 소비되었던 대형 소비재(자동차 등)들도 구독경제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LED식물재배기로 40여종의 채소를 2개월에 한번 구독하는 재미난 세상이 왔다. 또 어떤 서비스들이 구독에 추가될지 기대 된다. <본지객원사진기자>
[용인신문] 용인시민청원은 용인시 홈페이지 ‘시민청원 두드림’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중 용인신문 편집국 자체 검토를 통해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또 시민들이 직접 용인신문사에 보내준 민원성 글도 게재 가능합니다. 시민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상현동 만현로 133번길(만현마을 9단지 자이앞 도로)과 보정동간의 연결 도로를 시급히 완공해 주시기 바랍니다. 향후 플랫폼시티 및 용인gtx역의 빈번한 이용 수요를 감안해 최소 왕복 6차선 도로 건립이 필요합니다. 현재 광교로의 출입 연결 도로인 중 1-113 도로가 공사 중인데, 이 도로와 연계된 도로 개설시 소실봉 터널 공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상현동 주민들의 교통 편의뿐만 아니라 이웃한 신봉동, 성복동, 광교 주민들의 플랫폼시티 및 용인gtx역 이용에 따른 엄청난 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시급한 상황입니다. 상현동은 난개발의 병폐로 보정동과의 연결 도로 루트가 너무도 제한돼 있습니다. 현재의 이현초 부근 왕복 2차선 연결도로는 아파트 사이에 위치해 더이상 확장이 어렵고, 상현초 쪽 터널 공사도 중단된 상태입니다. 상현동은 인구 8만 5000명으로 수지구에서 인구가
[용인신문] 섭 땅의 백성들이 먹고 살길이 막막하여 이웃나라로 일자리를 구해 떠나는 일이 잦아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백성이 줄어드는 탓에 세수가 적게 걷히자 섭 땅의 군주 섭공葉公은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공자가 지나간다고 하여 한달음에 공자를 찾아가 저간의 사정을 말하며 “백성을 어떻게 다스려야 합니까?”라고 물었다. 이 물음이 꼭 백성만을 위한 물음이 아님을 모르지 않는 공자는 한 자락 깔고 답한다. “나라 안에 있는 백성들에게는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즐겁게 살게 해 줄 수만 있다면 먹고 살기 위해서 나라밖으로 멀리 떠나지도 않을 뿐더러 떠난 백성들도 저절로 돌아올 것이다.” 섭공은 탁견이라며 공자일행을 후히 대접한다. 관자 목민 편에 정치가 흥하는 것은 백성의 마음을 따르는 데에 달려 있고, 정치가 망하는 것은 백성의 마음을 거스르는 데에 달려 있나니 백성들은 가난을 두려워하고 천하게 사는 것을 싫어한다. 군주 된 자는 이를 살펴서 그들을 부유하고 귀하게 해줘야 하며, 나아가 근심 없이 먹고 살 수 있도록 일을 마련해 주어야한다. 이것이 군주의 일이다. 그러면서 사족을 단다. 백성들을 먹고 살게 해줄 수만 있다면 그들은 군주를 위해 죽을
피 최정례 내 피의 반은 할머니 피다 허리가 기억자로 꺾였던 할머니 뼈는 내 굽은 등뼈가 되었다 나를 안아준 나를 팽개친 내 뺨을 갈긴 아들이 내 속에 함께 산다 내 속에서 국을 끓이는 이 못을 박는 이 불을 피우는 이 할머니다 창 아래 오종종 피어난 채송화 내 눈에 이쁜 것도 촛대를 닦아 꽃불을 피우던 할머니 피 때문이다 할머니 죽던 날 할아버지 마당만 쓱쓱 쓸었다 한다 억울하게 능멸당하면 벌레가 되어 울다가 독버섯으로 피었다가 뱀처럼 늘어지고 싶은 거 할머니 때문이다 (하략) 최정례는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의 시는 전통적인 서정시와는 거리가 멀다. 난해하고 다층적이고 산문적인 요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단 20년 후에 낸 『붉은 밭』은 삶의 현장을 깊이 있게 응시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지극한 껴안음이 미덕인 시집이다. 「피」는 할머니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신에 대한 노래다. ‘여자의 일생’을 들여다보게 하는 시편의 곳곳에는 그녀와 할머니가 얼마나 닮았는지, 사는 모습이 어떻게 빼다 박았는지를 용기 있게 고백해 읽은 즐거움과 삶의 환희와 상황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할머니 뼈가 그녀의 굽은 등이 되었다고 하지만
[용인신문]
[용인신문] 오산시는 지난 8월 경기도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중앙정부로부터 5년간 국비지원을 받게 될 ‘문화도시’에 오산시가 지정되도록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10월엔 부천시와 경기도가 같은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두 도시는 경기도의 행정지원을 받으며 ‘문화도시’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문화도시 지정은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해 추진되는 국책사업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창조적,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장려하는 사업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문화예술을 더 많이 향유하고,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목적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경기도의 오산·부천시가 ‘문화도시’란 타이틀을 얻기 위해 공을 들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최대 100억 원이 지원될 국비가 탐나서일 테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시민·군민·구민들과 공동으로 기획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얻을 게 많아서일 것이다. 문화도시에 지정되려면 자치단체가 자체적인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그 계획이 문화체육관광부 심의위원회 승인을 받게 되면 해당 자치단체는 ‘예비도시’가 된다. 예비도시는 1년 간 예비사업을 벌여 중앙정부의 평가를 받는다. 이 관문을 통
[용인신문] 고등학생시절 4-H 클럽에 가입해서 봉사한다고 일요일이면 마을길 청소하고 꽃도 심고 방학 때면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퇴비를 했다. 또 겨울에 눈이 오면 마을길 눈 쓸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그냥 친구들과 다니며 봉사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깔깔 웃으며 어울려 다녔던 것인데, 어른이 되어서도 나도 모르게 봉사가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초반 4-H 봉사 활동한 것이 내 생애의 큰 보탬이 되었다. 봉사활동은 물론 영농활동, 인간관계 모든 면에서 생활의 지표였다. 그때 함께 활동했던 지인들과의 관계가 지금도 유지되어 용인시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의견을 나누며 활동하고 있다. 결혼해서 처음에 시어머니와 손아래 시누이와 함께 살았다. 처음 시골에서 축산을 하며 농사를 지을 때는 일이 힘들어서 밤에 울기도 많이 했다. 영농이 좋기도 하거니와 열심히 종사하다보니 농업인 후계자에 선정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것이 계기가 되어 농업에 종사하며 농촌의 지도자로 살고 있는 것이다. 시어머니께서 4년 넘게 병중에 계셨는데 지금 같으면 요양원으로 보낼 수도 있지만 그 시절에는 그냥 집에서 모든 수발을 들었다. 돌아가신 시어머니께는 아쉬운
[용인신문] 기해년 한해를 되돌아보면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이라는 정치본색의 삼류 영화를 본 듯하다. 21세기 현 대한민국은 영락없는 구한말 정국 이상이다. 크고 작은 희망의 끈마저 모두 끊어진 채 벼랑 끝에 매달린 형국이랄까. 남북한, 북미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한반도에 드리웠던 평화의 기운은 또 다시 냉기류에 휩쓸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두말할 것도 없고, 동맹을 부르짖던 미국마저 터무니없는 방위비 인상안을 들이대며 깡패처럼 군림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한미 동맹은 미국의 양심 없는 장사꾼 논리로 깨어진지 오래지만 아직도 미국이 구세주인양 성조기를 들고 국회까지 진입하는 무리들이 있다. 북한도 미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트럼프의 사탕전술을 믿을수 없다며 또 다시 핵무장 모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냉기류는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공수처법이나 선거법은 모두 여야의 정치 셈법 상 논란은 있을 수 있다. 이슈가 있으면 머리가 깨지도록 토론하고 싸울 수 있다. 하지만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민의의 전당에서 결론을 도출시켜야 한다. 여야는 정쟁을 떠나 최소한 미중일 문제에 대해서는 머리를 맞대야 한다. 오로지 제 밥그릇 챙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