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30여 년 전, 필자는 대한민국의 육군 이었다. 여유로운 8월의 일요일 오후, 오수(午睡) 중인 행정반으로 전화가 왔다. 작전과에서 ○○○이병을 호출했다. 행정병이었던 필자는 “지금 수면 중이다. 급한 용무가 아니면 일어난 후에 올려 보내도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잠시 후 대대 작전과장이 들이닥쳤다. 그는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했다. 구타를 당하면서, “난, 맞을 만큼 잘못한 게 없다”라는 생각으로 버텨냈다. 스물다섯 살 청년의 머리에서 피가 터지고서야 그의 매질은 멈췄다. 일 년 후 연대본부 인사과에 전역 신고를 하러 갔다. 누군가 오병장을 불렀다. ○○○소령이었다. 진급심사를 앞둔 그는 내 손을 잡으며 부탁했다. “처 자식이 있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작년 일은 너무 미안하다”라는 그에게 “괜찮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진급을 위한 그의 눈빛은 간절했지만 몸은 구차해 보였다. 공포는 반응이지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 ‘공포는 겁을 먹은 자에게만 효과가 있다’라고 하지만 공포는 그 자체만으로도 겁을 먹게 할 수도 있다. 공포를 통해 가장 강력한 권력을 유지해 온 사람들에게 공포는 ‘행위 동기’ 였을 것이다. 공포를 조성해서 이익을 얻어온 사
[용인신문] 아베정권은 한국에 대한 무역규제를 시작으로 갈등의 판을 키워가고 있다. 일본은 수출규제 품목에 우리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 생산에 중대한 차질을 주는 분야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 에칭가스의 한국수출을 금지했다.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에칭가스를 전량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온 삼성 SK하이닉스 등 관련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아베정권은 상황에 따라 수출규제품목의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고, 후속조치를 시행중이다. 정부는 WTO에 제소하고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는 등 문제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일본은 막무가내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7월 23일 발생한 러시아 항공기의 독도상공 비행에 일본은 자국의 영공을 침범했다고 한국과 러시아에 항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 반일감정은 비등점을 향해 치달리고 있고 일본의 반한감정도 확산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일관계가 좋았던 적은 별로 없다. 언론은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태라고 말하지만 상투적인 진단이다. 좋았던 적이 없으니 최악이라고 말할 것도 없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위안부 문제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은 핑계이고 속셈은 다른데 있다. 지난 2년간 북핵문제를 둘러싼 남북-북미의
[용인신문] 행정은 행위의 과정과 결과로 평가를 받는다. 행정 책임자의 능력도 그걸로 검증된다. 용인 공세동에 제2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며 2년 간 공을 들인 네이버가 지난달 계획을 백지화한 것은 시 행정의 무기력, 시장의 역량 부족에 기인한다. 네이버가 염두에 둔 부지 주변의 주민들이 불안감을 나타낸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전력과 냉각수를 대량 소모하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인근 주민들과 주변 학교 학생들이 유해 전자파나 환경오염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은 그 동네에 사는 주민들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주민들이 모여서 반대의 깃발을 든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행정은 어떠해야 하는가. 주민 불안에 근거가 있는지, 괴담은 없는지, 걱정은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시설의 공익성을 살려 주민 삶과 조화시킬 수 있는지 등을 점검하고 관련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또 주민·사업자와 소통하며 접점을 찾고 ‘윈-윈’할 수 있도록 중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용인시는 이런 행정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시의 무능과 방관에 실망한 네이버는 다른 곳에서 사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 네이버에 손을 내민 지방
[용인신문] 얼마 전 용인 처인구 원삼면 사암리에 있는 스승 댁을 오랜만에 찾았다. 서울 유명 사립대 총장까지 지내다 내려와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는 곳이다. 단지 앞에는 용인농촌테마파크가 넓게 펼쳐져 철마다 꽃을 거저 완상할 수 있는 곳. 이른 뙤약볕 자운영 꽃 둔덕 아래 우산만한 연잎이 짙푸른 그늘을 드리우며 금방이라도 꽃을 피울 것 같았다. 그래 요즘 사는 재미 어떠시냐 물으니 처음엔 낯설고 새로워 좋았는데 이젠 낯익고 친밀감 있어 좋으시단다. 한 10년 살다보니 이웃도 생기고 동호회며 마을모임에도 나가 즐겁게 보내신단다. 그런데 요즘 땅값, 집값이 두 배, 세 배 너무 올라가며 혹 이 좋은 공동체가 사라질까 염려스러우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원삼면에 들어서기로 확정되며 땅값이 오르리라는 건 알았지만 너무도 급히 뛴다는 것. 특히 외지인들이 돈 싸들고 훑고 다니며 공동체 인심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판교 벤처밸리를 문자 그대로 조그만 골짜기 촌으로 만들 세계 최첨단 반도체산업 집합단지를 필두로 지금 용인은 개발호재로 한창 부풀어 오르고 있다. 마북·보정 플랫폼시티 정부 수도권3기 신도시포함이며 용인경전
[용인신문] 학생들이 묻는다. 선생님은 방탄소년단 좋아하세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은 경쾌하다. 가끔은 지인들에게 정치적 의견을 강요(?) 받기도 한다. 부담스런 질문을 받으면 슬퍼진다. 보편자의 시선으로 정의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5000만개의 당파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선호하는 정당이 없다.”라는 말은 당파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당파성을 드러낸 후의 뒷감당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다. 즉, 자기 입장이 분명하다는 것은 용기와 책임감 뿐만 아니라 실천하는 삶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의무(?)에 대한 부담감이 뒤 따른다. 대한민국은 입장이 분명한,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사람을 이유없이 싫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로인해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층이 생겨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지지하는 정파가 없어서 투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투표하지 않은, 무관심의 결과는 무엇인가? 이탈리아에서 무솔리니가 집권하자 ‘기차는 정시에 도착했다’는 프로파간다가 등장했다. 변절한 사회주의 언론인 무솔리니는 무질서를 비판하고, 혼란을 잠재우는, 파시즘의 우월성과 능력을 상징하는 인물로 성장했다. 스타카토로
[용인신문] 1964년 8월7일 미합중국 연방의회는 린든 B 존슨 대통령에게 베트남에서 전쟁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중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 전대(戰隊)는 결의안이 통과되기 전인 8월 2일, 사건발생 30분후 북베트남에 대한 대규모 융단폭격을 개시했다. 미국이 베트남을 대대적으로 침공하게 된 배경은 이른바 통킹만 사건이 발단이다. 8월2일 남중국해 베트남 연안 공해 상에서 정찰중인 미 해군 구축함 매덕스(Mddox)가 북베트남의 어뢰정으로부터 공격당했다고 존슨 행정부는 발표했다. 미 언론은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북 베트남을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미 의회는 전쟁의 권한을 대통령에게 일임했고, 존슨은 즉각 대규모 전투병력 투입을 명령했다. 한국도 미국의 파병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참전했다. 베트남과 미국의 본격적인 전쟁은 이후 10년간 벌어졌다. 미국은 통킹만 사건 이전 10년 전부터 사실상 베트남 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베트남-미국의 전쟁은 무려 20년간이나 진행된 것이다. 전쟁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묵살되었다. 뉴욕타임스는 통킹만 사건의 전모를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논조로 의혹을 제
[용인신문] 호국보훈의 달인 6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언행이 논란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칭송했다. 광복 후 월북해 김일성의 남침을 돕고 장관직(국가검열상·노동상)을 누린 인물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찬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원봉 덕분에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이 커졌고, 국군의 뿌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대통령이 6·25로 북한 훈장까지 받은 사람을 치켜세워 논란을 키우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앞서 4일 청와대는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행사에서 나온 참석자의 핵심 발언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한국전쟁 때 전사한 김재권 일병의 아들(유복자) 김성택씨는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6·25, 천암함, 서해교전, 연평해전 등은 북한의 공격이자 테러였다. 그런데도 북한은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사과도 없이 화해나 평화를 말한다면 그것은 위선이고 거짓 평화다.” 문 대통령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김씨 발언 중 “정부의 유해발굴 사업으로 아버지의 유해를 찾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