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목민심서 권5 이전吏典육조六條 제1장 아전을 단속한다는 속리束吏편에서 말한다. 아전을 단속하는 근본은 목민관이 자기 자신의 행동을 올바르게 다스리는데 있으며 자기 몸가짐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시행될 것이고, 자기 몸가짐이 바르지 못하면 비록 명령하여도 시행되지 못할 것이다<속리지본束吏之本 재어율기在於律己 기신정其身正 불령이행不令而行 기신부정其身不正 수령불행雖令不行>. 속리지본이라는 말은 아랫사람을 잘 다스리라는 범중엄의 말로 대 문장가 구양수가 판관 포청천이 개봉부 판관으로 3년을 마치고 후임으로 가서 전임 판관 포청천의 개작두, 용작두, 호작두가 너무 잔혹 하다하여 철폐하면서 천하에 알려진 말이다. 물론 출전은 훨씬 이전부터 관아의 이언이었다. 그만큼 고을 수령은 백성을 다스리기에 앞서 자신의 몸가짐을 먼저 살펴보라는 경책인 셈이다. 고을 수령이 된다는 것은 백성을 다스린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그 성과 패는 먼저 백성을 관리 감독하는 아전들을 어떻게 잘 다스리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대학자 주자의 명성과 달리 그의 세 아들은 학문에 현달하지 못했다. 아버지 또한 아들이 대학자가 될 기질이 일찍이 없음을 알고는 큰꿈꾸지 말고 그저 지방
커밍아웃 강혜빈 축축한 비밀 잘 데리고 있거든 일찌감치 날짜가 지난 토마토 들키지 않고 물컹한 표정은 냉장고에 두고 나는 현관문을 확인해야 해 아픈 적 없는 내일을 마중 나가며 (.....) 아무도 모르는 놀이터에서 치마를 까고 그네를 탓어 미끄럼틀과 시소의 표정 낮지도 높지도 않은 마음을 가지자 혼자라는 단어가 낯설어지면 (.....) 뉴스는 토마토의 보관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설탕에 푹 절여지고 싶어 사소한 기침이 시작된다 내 컵을 쓰기 전에 혈액형을 알려줄래? 옷장에서 알록달록한 비밀이 흘러나와 자라지 않은 발목 아래로, 말을 잊은 양탄자 사이로 기꺼이 불가능한 토마토에게로 강혜빈은 1993년 성남에서 태어났다.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의 첫 시집 『밤의 팔레트』에는 유난히 무지개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무지개는 성소주자, 혹은 성소수자의 프라이드를 상징한다. 그녀의 시「커밍아웃」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은유를 통해 드러낸 작품이다. 첫 행 ‘축축한 비밀 잘 데리고 있거든’에서 성소수자의 비애가 엿보인다.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가족에게도 친구에게도 직장의 동료에도 발설 할 수 없었던 비밀이었다. 날짜
[용인신문] 박지원. 한국 정치사에서 그 만큼 호불호가 분명한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박지원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건배하던 장면이었다. 김정일은 호기롭게 원 샷을 했는데 김 대통령은 간신히 와인 잔을 비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박지원의 모습은 절절했다. 박지원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여 국정원장이 되었다. 2000.6.15. 남북정상회담의 당시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21대 총선에서 낙선하여 야인이 된 박지원은 탁월한 정치적 식견으로 종편의 스타가 되었다.방송에서 그를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국정원장에 지명하고 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면서 방송에서 특유의 재치를 발휘하던 그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인사 중 가장 파격적인 것을 꼽는다면 윤석열을 중앙지검장에 임명한 것과 박지원을 국정원장에 보한 것일 것이다. 박지원이 국정원장에 지명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안도감이 들었다. 이제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고 진짜 안보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대북 사령탑이 되었다는 생각에서 문 대통령의 탁월한 인사권 행사에 감탄했다. 아직 그가 보여
[용인신문] 오늘이 어제와 같지 않은 것처럼 코로나 이후의 여름 휴가는 해외여행 대신 국내 이동만 가능해졌습니다. 국내 최대 여행사 하나투어가 제시하는 ‘코캉스’는 1.캠핑‧ 차박 2. 즉흥 여행 3. 9월 여름 휴가입니다. 그중에서도 캠핑 수요는 전국평균 73%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위드코로나(with)시대의 휴가는 생활방역을 지키며 조용한 숲에서 ‘숲캉스’하시며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오시면 어떨까요? <본지 객원사진기자>
[용인신문] 용인 향토사의 대부 이인영(78) (사)전승문화연구원 이사장. 그가 있었기에 오늘날 용인의 역사가 체계적으로 정리될 수 있었다. 살아있는 용인문화사, 용인학 박사, 용인문화의 거인, 움직이는 용인백과사전 등 그가 청년의 혈기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 따라다니던 별칭이 그를 설명해준다. 그의 문화재 발굴 기사가 연일 지방지, 중앙지에 특종을 제공했으며 대서특필 됐다. 용인이 다른 어느 시군에 비교할 수 없는 문화재의 보고임이 그에 의해 속속 밝혀졌다. 그는 선사시대부터 시대별, 장르별로 켜켜이 쌓여있는 용인을 최초로 드러내고 알리기 시작한 인물이다. 비단 향토사뿐만 아니라 그는 한중일 동양 3국의 역사를 비롯해 고고학, 도자사, 미술사, 초상화, 민속학에 이르기까지 전문지식이 다방면에 걸쳐있다. 용인시청 공무원시절 그는 ‘채제공 어제뇌문비’ 현장 설명으로 김용래 전 경기도지사에게 발탁돼 야전침대를 놓고 밤을 새워가며 경기도향토사료관을 개관시켰고, 경기도박물관 기본계획 입안 및 용인 유치를 이끌어낸 것은 물론, 용인시향토사료관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최초 발견해 지정한 보물, 문화재가 45점에 이르며, 저서도 내고장용인(용인지역 전란사-
[용인신문] 용인시가 8000억 원 대의 배상금을 물어준 용인경전철. 전국에서도 이 사건을 모르는 이 거의 없을 것이다. 시 입장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건임과 동시에 가장 비싼 지방자치 수업료를 냈던 소송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용인시민 전체가 재정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을 감내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비싼 수업료를 낸 만큼 그 효과를 누리고 있느냐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졌던 사건은 단체장이 바뀌는 순간, 잊혀진다. 용인경전철은 이미 정상화되어 운영 중인데 왜 뒤늦게 자주 거론되는지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용인경전철이야말로 용인지방자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사건이자, 상징물이다. 1990년대 초 용인시가 개발 교두보에 막 오르기 시작할 무렵, 우리나라는 지방분권 시대에 돌입했다. 1995년 4대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른 후 자치단체장이 민선으로 선출되면서 비로소 온전한 지방자치가 시작됐다. 그때부터 용인시도 택지개발 붐의 중심에서 급성장했다. 그런데 심각한 후유증으로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이 교통 동맥경화 현상이었다. 그래서 민선1기 단체장이 기획한 야심작 중 하나가 전국 최초의 민자유치 경전철 사업이었다. 당시만 해도 처인구에서 기흥구나 수지구로 가
사건 본질은 8000억원 대 손실 책임자 규명과 손배소 돼야 현근택 변호사 “시에 손실 책임소재 규명 자료 요구하겠다” [용인신문] 지난 달 29일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용인경전철과 관련, 용인시를 상대로 낸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원고가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 일부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소송은 용인경전철 사업 손실 책임을 묻고자 전직 시장들과 관련자들을 상대로 1조원 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토록 한 내용이다. 2005년 주민소송 제도가 도입된 뒤 지자체가 시행한 민자사업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주민소송을 통해 해당 사업을 진행한 전·현직 자치단체장과 공무원에게 배상 책임이 인정되면 지자체는 추가로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 세금 낭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용인경전철은 시가 1조 32억 원을 투입해 2010년 6월 완공했다. 하지만, 시와 시행사인 캐나다 봄바디어사가 서로 최소수입보장비율(MRG)등을 놓고 다툼을 벌여 2013년 4월에야 개통했다. 이때 시가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 7786억원(이자포함 8500억 여원)을 물어줬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8000억 원 대의 천문학적 혈
[용인신문] 용인시민청원은 용인시 홈페이지 ‘시민청원 두드림’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중 용인신문 편집국 자체 검토를 통해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또 시민들이 직접 용인신문사에 보내준 민원성 글도 게재 가능합니다. 시민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동천동 898부지 냉동창고 신설 강력 반대합니다. 해당 부지는 주거지역과 인접해있으며, 바로 근처에 학교가 있어 어린 아이들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냉동창고 냉장장치 냉매인 암모니아가스는 강한 독성가스로 흡입하게 되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깁니다. 이런 곳에 대형 냉동창고를 신설하게되면 냉동창고에서 발생되는 독성 물질은 물론 밤낮없이 드나드는 경유트럭의 소음과 발암먼지를 아이들을 비롯해 동천 주민들이 고스란히 안고 살아야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 및 주민들의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며 심각한 교통체증을 야기할 것이 분명합니다. 해당 부지에 주민 친화시설 또는 복합시설을 유치하기로 공약을 내세워놓고 건축주의 개인 사유 재산에 의한 불가피함만 들먹이며, 주민동의 없이 밀어붙이는 막무가내식 행정처리에 매우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건강, 생활의 질과 환경을 위해 해당 냉동창고 신설
[용인신문] 최은진의 BOOK소리 167- 마지막회(한편으로 특집면 부탁합니다. 그동안 나갔던 책표지 이미지 다 넣어서) 서구문명의 폭력과 편협한 원시신앙이 빚은 비극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저자 : 치누아 아체베 /출판사 : 민음사/ 정가 : 11,000원 아프리카 문학의 거장, 치누아 아체베가 28살에 발표한 이 작품은 19세기 말 아프리카 우무오피아 마을이 폭력적인 서구 세력의 유입으로 서서히 몰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어 아프리카 탈식민주의의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구의 문화 침략에 나이지리아의 평온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를 아체베는 가능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고자 했다. 이보족의 영웅이었던 오콩고의 세상은 언제, 어떻게, 왜 산산이 부서져 버렸을까? 서구의 강압적인 문화 주입은 얼마나 많은 이들을 궁지로 몰고 참혹하게 하였을까? 우박을 ‘하늘의 물열매’라 하고, 쌍무지개를 ‘하늘의 비단뱀’으로 표현할 줄 아는 감성을 지녔지만, 쌍둥이를 낳으면 대지의 신이 화난다며 숲에 버리고, 동굴의 신이 화난다며 자신의 양아들을 도끼로 죽이는 우무오피아 부족. 원시 부족이 사물과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은 서구 문명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
[용인신문] 양혜왕이 81세 노인의 맹자를 모셔놓고, 자신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했음에도 백성들은 그걸 몰라준다며 이렇게 섭섭함을 토로했다. “과인이 백성 다스리기를, 한쪽 고을이 흉년이 들면 그 지역 백성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켜 먹고 살게 했다. 이렇게 열심히 백성들을 보살폈는데도 백성들은 자꾸만 다른 나라로 도망하는 통에 인구가 늘지 않는다. 세금은 고사하고……” 여기서 맹자는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이야기를 꺼낸다. 쉽게 말해서 그 정도 쯤은 어느 왕이든 다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맹자는 나라가 잘되고 백성이 잘사는 나라가 되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양생상사무감養生喪死無憾 왕도지시야王道之始也가 그것이다. 풀어쓰면 이렇다. 산 자는 먹고 사는데 부족함이 없어야 하고, 망자 장례에는 서운함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왕으로서 도리에 맞는 정치의 시작이다. 양생養生이란 그날 벌어 그날 사는 일이다. 황정견의 주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먹고 사는데 있어서 불안을 느끼게 되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다. 상사喪死는 죽은 자를 보내드리는 일이다. 조선 예학의 태산북두 사계는 말한다. 장례를 흡족하게 치르지 못하면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꺼림칙함이 남는다. 그것이 마음에 두
[용인신문] “오랜 시간 동안 보상 때문에 무언가를 하는 데 익숙해서 우리는 우리 삶의 모든 것에 생산성과 효율성의 잣대를 들이댄다. 아이들이 행복한 것은 잘 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것은 ‘놀이의 결핍’이다. 어른의 놀이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노력을 기울이는 여가활동을 말한다. 사서 고생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이 글은 문요한 의사 ‘잘 쉬면서 삽시다’ 시리즈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이번 휴가에는 “내 영혼에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활동”을 권장해 드립니다. <본지 객원사진기자>
갯 벌 안영선 달은 수음 중이다 달빛 속에서 바다가 출렁거린다 달이 바다의 물기를 빨아드리자 축축하게 감춰둔 갯벌이 열린다 여자 몇 질퍽한 갯벌 위로 다리 하나를 내놓고 휘젓는다 투명한 무게에 눌려 잠잠하던 생이 꿈틀거린다 널배 위 출산의 기억을 잃은 덩치 큰 자궁이 하나씩 놓여 있다 여자의 낡은 자궁이 지나간 자리마다 질퍽한 새 항로가 새겨졌다 자궁을 깨끗이 비워낸 여자의 손 몇이 꿈틀거리는 생식기처럼 갯벌을 더듬는다 한 여자의 섬세한 촉수에 출렁이는 갯벌이 황홀경에 젖는다 갯벌은 생의 비애를 맛보는 것과 깊이 숨어드는 것들로 분주하다 젊은 날 여자는 몸에서 어린 영혼을 분리해 낸 적이 있었다 하나를 덜어내면 다른 하나가 생길 거라는 기대는 무너졌다 여자의 갯벌은 더 이상 축축하지 않았다 여자는 바다 속 갯벌의 빈 자궁을 상상한다 무심코 지나온 길은 다시 돌아가야 할 미궁의 길 회귀의 항로가 혼미하다 수분을 토해낸 달은 바다에 빠져 갯벌과 한창 교미 중이다 안영선은 2013년 『문학의 오늘』 제1회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의 시세계는 진솔하고 허위의식이 없으며 과장하지 않고 묵직하며 예리하다. 「갯벌」은 그의 시세계를 관통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