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우리 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우이시)’의 시작은 우연에 가까웠다. 2019년 가을, 김승일 시인과 나는 양지의 한 물회 집에서 시 낭독회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다소 즉흥적인 발상이었지만, 서로의 마음속에 시 낭독회를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는 식사 이후 원삼면에서 시인이 운영하는 동네 책방을 겸한 북카페 ‘생각을 담는 집’을 방문했고, 시 낭독회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첫 낭독회는 서울 은평구 소재 ‘니은 서점’이었다. 우이시의 의미에 대해서 먼저 니은서점 마스터 북텐더인 노명우 교수님을 찾아가 설명해 드렸고, 흔쾌히 승낙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우이시 시 낭독회가 1월 30일 시작되었으며, 그해 코로나임에도 불구하고 11월 말 용산 CGV까지 15회 내외의 시 낭독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우이시 낭독회를 하기 이전까지 낭독회에는 부정적이었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뿐만 아니라 모객과 같은 현실적인 부담도 있었다. 시 낭독회는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소수의 시인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첫 낭독회를 시작할 때 우려가 컸는데, 단 한 명의 독자도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
꽃 강은교 지상의 모든 피는 꽃들과 지상의 모든 지는 꽃들과 지상의 모든 보이는 길과 지상의 모든 보이지 않는 길들에게 말해다오 나, 아직 별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강은교는 1945년 함경남도 홍원에서 내어나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그녀의 시는, 등단 이래 40년 가까운 동안 끊임없는 자기 심화와 정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장해왔다. 그리하여 그녀는 현대시의 권역에서 하나의 뚜렷한 고전적 지위를 가지게 되었다. 강은교는 한국 현대시를 운위할 때 시사적 자산으로 치부하게 되었으며 한국 현대시사에 우뚝 섰다 할 것이다. 「꽃」은 화자의 가이없는 기다림을 노래한 시다. 지상에 피는 모든 꽃들과 지상에서 지고 있는 모든 꽃들에게 화자가 아직 별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달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상의 모든 보이는 길들과 지상의 모든 보이지 않는 길들에게도 화자가 아직 별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해달라는 것이다. 꽃이 무엇을 은유인가를 알아내는 것이 이 시의 비의다. 꽃은 무엇의 객관적 상관물로는 그 수용 폭이 너무나 넓다. 사랑이거나 사람이거나 역사이거나 무엇을 치환해도 치환 가능하다. 지구라는 별에서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용인신문] 초나라 사신 괴철蒯徹이 말한다. 항우와 유방의 양자대결 속에 누구도 한신 대장군의 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때에 한신 대장군께서는 지금 나라를 창업하시어 중원을 유방의 나라, 항우의 나라, 그리고 한신의 나라, 곧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를 내놓는다. “만약에 지금 나라를 세우지 않는다면 한신 대장군께서는 누가 통일하든 천하통일 뒤에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괴철이 돌아가자 한왕의 사신으로 와있던 유방의 참모 육가陸賈가 나서서 말한다. “한신 대장군께서는 바닥부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한 사실은 천하가 다 아는 일입니다. 이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하늘의 뜻이 맞았다는 증거입니다. 앞으로 한신 대장군께는 두 번 다시 이런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이쯤에서 만족하시고 괴철의 말을 듣지말고 유방과 인신의 절개를 져버리지 마소서. 유방이 승리하면 전쟁도 끝날 것이고 한신대장군께서 할 일이라곤 평생 호위호식만 남았는데 뭘 더 바라시렵니까?” 이때 한신은 고민한다. 천하의 주인이 되느냐, 이쯤에서 만족하고 사느냐. 여기서 한신은 안분지족의 삶을 택한다. 그 결과는 목이 잘리고 사지가 찢겨 죽는다.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생을 종친 사내.
[용인신문] 이번에도 악이다. 작가의 전작 『종의 기원』이나 『7년의 밤』에서 봤던 종류의 악과 또 다른 모습이다. 『종의 기원』은 유전자에 새겨진 악의 본성에 관한 것이라면 『7년의 밤』은 사람이 어떻게 극악의 순간을 향해 가는가를 묻는다. 『완전한 행복』은 제목처럼 ‘행복’을 위한 뺄셈의 과정, 다시 말해 행복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이다. ‘핑게없는 무덤 없다’는 속담처럼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지만 어떤 죽음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이야기는 탐정의 조사처럼 조각조각 혼재하던 죽음들이 하나의 이유로 얽혀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건은 주인공을 둘러싼 주변인의 시선과 생각으로 독자에게 전달되어 점점 실체를 드러낸다. 중요한 것은 ‘왜?’의 문제이다. 소설은 극강의 악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사람 냄새를 풍기는 주변인에 의해 더욱 악해진다. 가족을 지키려는 가난한 아버지, 증오하는 동생의 조카이지만 그 아이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는 이모, 문제 많은 자식이지만 끌어안고 싶은 엄마. 비록 친자식은 아니지만 돕고 싶었던 어떤 아빠. 그리고 낯선이가 겪는 곤란함을 지켜주고 싶었던 어떤 마음. 악은 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이용한다. 그리고
[용인신문] 도시 브랜드는 한 도시의 '가치value'를 알수 있다. 아울러 그 도시만의 고유한 역사 ‧ 사회적 자산과 정체성을 많은 사람에게 인식 시킬 수 있어야 한다. 글로컬 시대를 맞아 전국의 도시들이 전 세계에 긍정적 이미지를 지속해서 심어주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 도시 브랜드 제정이다. 그렇다면 110만 용인시는 어떻게 도시 브랜딩을 해 왔을까? 용인시가 현재 새롭게 제정 중인 ‘도시 브랜드’의 방향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역시 시장들 욕심이 도시 브랜드 ‘왜곡’ 용인시가 내년도 특례시 지정을 앞두고 새로운 ‘도시 브랜드’ 제정을 추진 중이다. 시는 민선 3기 이정문 시장 임기 중인 2004년 처음 도시 브랜드 ‘에이스(ACE) 용인’을 제정했다. 그러나 민선 4기 서정석(세계최고 선진용인), 민선 5기 김학규(함께하는 행복한 용인), 민선 6기 정찬민(사람들의 용인), 민선 7기 백군기(사람중심 새로운 용인) 시장에 이르기까지 도시 브랜드는 제껴 두고, 자신들만의 시정 이념(캐치프레이즈)을 홍보하기 바빴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시민들은 시대착오적인 구호라며 비난했지만, 이 같은 악습은 끝내 변하지 않았다. 역대 시장들이 ‘도시 브랜드’에 대
[용인신문]
[용인신문] 용인시 도시 브랜드가 ‘에이스(ACE) 용인’임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도시 브랜드가 있기는 하냐고 반문하는 시민들도 많다. 왜, 도시 브랜드가 수시로 바뀌냐고 묻기도 한다. 이는 도시 정체성을 기본부터 망각하고 무너뜨린 역대 시장들의 무지와 정치적 욕심이 자초한 현상이다. 2004년 민선 3기 이정문 시장 시절 만든 용인시 첫 도시 브랜드가 ‘에이스 용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민들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상 ‘에이스 용인’은 용도 폐기된 상태다. 시 공식 홈페이지 어딜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시는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도시 브랜드를 만들 때 ‘에이스 용인’을 탄생시켰다. 처음엔 가구 브랜드를 연상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도시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화 시대의 도시경쟁력을 위해 ‘에이스 용인’을 도시 브랜드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에이스(Ace)는 ‘최고’ 외 ‘최우수’, ‘숙달한’, ‘일류’, ‘멋진’ 등의 의미를 포함해 용인시 미래 비전과 일치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시는 시민 공모로 도시 브랜드 1148건을 접수했지만, 선정위원회 검토에서 선정 작품을 결정하지 못해 외부기관에 의뢰해 ‘에이스 용인’을
도현우 대표원장 오십견 비교 [용인신문] 팔을 들어 올리기 힘들고 어깨에 통증을 느낄 때 언뜻 떠올리는 병명 중 하나가 ‘오십견’일 것이다. 어깨관절의 만성적인 통증으로 팔 어깨를 움직이기 힘들게 하는 질환으로 50세 이후 특별한 원인 없이 나타난다고 해서 오십견이란 병명이 붙여졌다. 심한 통증과 함께 팔과 어깨의 움직임이 제한되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오십견이란 병명 때문에 대부분 오해와 선입견을 갖기 쉽다. 오십견은 동결견(frozen shoulder)이나 유착성 관절낭염이라고도 불리며 반드시 50대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고 젊은 연령대나 오십대 이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어깨통증은 오십견, 회전근개파열, 석회화건염, 관절염, 목디스크 등 다양한 질환으로부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어깨통증의 원인은 하나일 수도 그 이상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유발될 수도 있다. 통증은 있지만 어깨를 움직일 수 있다면 오십견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내원 환자들에게 ‘두 팔을 들어 만세를 해보라’고 말한다. 회전근개파열은 통증이 있어도 힘을 주면 팔을 들어 올릴 수 있지만 오십견은 어깨 자체가 굳어 팔을 들어 올리는 동작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불안의 시대가 우리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 ‘읽기’는 마음 속에 징검다리를 놓아 줍니다. 사람을 읽고, 세계를 읽는 이유는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좀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책을 읽는다면 다음 행보를 훨씬 안전하고 따뜻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헌서재(怡軒書齋)는 행복한 ‘우리’를 생각하며 만든 이름입니다. 이곳에서 함께 행복한 독서를 이어가길 기대합니다. 용인신문에서 저의 책 소개를 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헌서재에서 백현주> [용인신문] ‘10만 양병설’을 주장해 조선의 위험을 미리 막고자 했던 율곡 이이, 10년이 걸려야 할 작업을 고작 3년이 안되는 시간에 마치게 지휘를 했던 정약용, 왕까지 꾸짖는 용기있는 사람 이황, 그리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모티브로 등장했던 이덕무까지. 이들은 모두 읽기를 즐겨하여 이를 현실에 실현하려고 했던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과거로부터 ‘읽기’는 어떻게 변해 왔을까? 『읽는다는 것의 역사』는 말 그대로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읽기’에 대한 시대별 특징을 소개한다. 고대 그리스의 읽기는 소리 내어 읽기였다. 그래서 읽는 이가 연출하는 분위기가 청자에게 전
1975년부터 도심지 주둔 육군항공대 이전 촉구만 20년 넘어 4성 장군 출신 백군기 시장 ‘임기내 이전’ 공약 사실상 무산 시, “국방부에 이전승인 요청…행정절차상 1년 안 착공 불가” [용인신문] 46년째 처인구 포곡읍 전대리 일대 30만㎡(10만 여평) 부지에 주둔 중인 용인 육군항공대. 부대 반경 4㎞내의 전대·둔전·삼계·영문·유운·신원리 등 6개 마을은 군사시설보호법 적용 구역이다. 인구 3만3000여 명의 포곡읍은 2005년도에 도농복합시에서는 처음 읍(邑)승격이 될 만큼 도시화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항공대 헬기 이착륙시 발생하는 소음‧ 진동 피해와 군사시설보호법 규제를 받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촉구해왔던 항공대 이전 문제, 무엇이 문제인지 심층취재했다. -편집자 주- # 2001년부터 항공대 이전 촉구 국내 최대 위락시설인 에버랜드를 찾는 사람들에게 용인시의 첫 이미지는 작은 시골 마을로 밖에 안보인다. 용인경전철 에버랜드역에 인접한 육군항공대 인근이 군사시설보호구역임을 알수 없기 때문이다. 인근 지역민들도 국내 1위 기업이 운영 중인 삼성에버랜드 옆에 수십 년째 살면서도 경제적 특수가 없다. 오히려 교통체증 등 불편이 가중될 뿐이다. 읍
[용인신문] 경강선과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염원하는 플래카드가 이제 다 떨어졌다. 잠시나마 용인시민 중에서도 처인구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을 국가철도 유치, 삼성그룹 고 이건희 회장 컬렉션은 대중집회와 서명운동으로까지 이어져 용인공동체 의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자를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들은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안타깝지만 염원의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그래서 씁쓸하다는 것이 아니라 뻔히 실패를 예측하면서도 억지춘향의 모습을 보인 쇼맨십 때문이다. 모든 행위가 지극히 정치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봄에 씨를 뿌려야 가을에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게 세상과 자연의 이치다. 봄부터 땀 흘려 일하지 않고,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기대한다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경강선 문제야말로 경전철 때문에 손해 보는 용인시 입장에선 치밀한 계획과 유치전을 펼쳤어야 한다. 처인구에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국가철도망을 견인 했어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정치인들이 초당적으로 힘을 합치길 기대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야 애초부터 실패할 걸 알면서도 남들도 하니까 했던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쇼맨십은 하지 말길 바
[용인신문] 유학자 집안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경서 공부보다 앞서는 것이 성품 교육이다. 글공부가 사람의 도리를 앞서면 위험하다는 것이 당시 부모들의 생각이다. 자식을 기르면서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지 않으면 그것은 부모의 잘못이고, 스승의 가르침이 약하여 사람의 도리를 행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스승의 잘못이다. 부모와 스승이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았음에도 사람의 도리가 몸에 익혀지지 않았다면 이때는 초달해서라도 가르쳐야 한다. 잘못 가르치면 그 욕은 마땅히 아비에게로 향한다. 대통령의 아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정부지원금을 수령한 사실로 갑론을박이 분분하다. 그는 해당 기관이 정한 규정에 맞게 신청서를 제출했고, 다수 심사위원들의 심사 결과에 따라 소정의 정부지원금을 수령했을 것이다. 그가 지원금 수령 과정에서 위법이라든가 내 아버지가 대통령이라는 아빠 찬스라든가, 그에 상응하는 어떤 뒷배도 활용했다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롯이 제힘만으로 투명하고 정당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모든 절차를 진행했을 것이다. 다만 아버지가 그 시점에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다는 억울한 굴레가 덧씌워졌을 수도 있다. 후한서 원소열전 주석에 원소는 어려서부터 외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