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 도시 브랜딩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숙제와도 같다. 인구 110만 명을 넘어선 용인특례시 역시 이러한 고민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아마 시민들의 ‘애향심 제고’ 아닐까 싶다. 용인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용인시민들이 과연 용인을 ‘하나의 용인’으로 체감하고 이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가기에 인프라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현재 용인시 3개 구를 보면 각기 생활권이 다르다. 처인구는 이천과, 기흥구는 수원과, 수지구는 성남과 인접해 있어 용인끼리의 교류보다 인근 지역과의 교류가 더욱 활발하다. 용인이라는 이름으로 각 구가 교류하기엔 교통이 너무 열악하다. 예컨대 처인구와 수지구를 직행하는 690번 버스의 경우 배차 간격이 최소 60분이다. 이러한 교류의 단절은 서로 다른 생활환경과 문화적 배경 탓에 각 구의 주민들이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고, 때로는 그 차이를 넘어서지 못하는 편견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용인시의 생활권 분리는 단순한 지역 개발의 문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활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하나의 공동체로서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을 때, 용인시가 단일한 공동체로서 지속가
용인신문 | 최근 숏타임(Short-form content) 즉, 짧은 시간 안에 간결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 형식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인은 바쁘게 돌아가고 빠르게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 간편하고 즉각적인 만족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게 되었다. 틱톡으로부터 시작된 짧은 동영상 트렌드는 이제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지배하며,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문화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짧은 시간 안에 시선을 사로잡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숏타임 콘텐츠는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며 현대인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숏타임 콘텐츠의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하다.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는 콘텐츠는 정보 전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사람들이 짧은 시간 안에 유익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준다. 교육 콘텐츠가 짧은 클립으로 제공되면서 어려운 개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학습의 장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러닝은 직장인들이 바쁜 일상 중에도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짧고 재미있는 영상은 사람들에게 단시간 내에 즐거움과 여유
용인신문 |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로 중학생들에게 논술 수업을 한 적이 있었다. 소설 속 ‘소년’과 같은 나이의 학생들에게 잔인한 권력이 삼켜버린 ‘소년’의 죽음과 5·18 민주 항쟁을 어떤 역사로 기억해야 하는지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년이 온다’는 그 수업이 마지막 수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학부모들이 소설의 내용이 끔찍하고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며 ‘소년이 온다’라는 책으로 논술 수업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절대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희생된 광주의 5월은 역사로 기억되어야 하지만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그 잔인한 역사를 가르치고 싶지 않은 모순된 역사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이들은 역사의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오히려 어른들은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그렇게 21세기를 살고 있는 소년들과 ‘소년이 온다’를 통해 5·18 민주 항쟁의 의미를 나누고 싶었던 내 의지도 꺾이고 말았다.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나는 2005년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을 만났다. 그녀의 글은 편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끌림이 있었고, 작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그녀의 1
용인신문 | 조광조는 1482년(성종 13)에 태어나 1519년(중종 14)에 사망했다. 선생은 교리, 부제학, 대사헌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무오사화로 평안도 희천에 유배 중이던 김굉필에게 수학하고 김종직의 학통을 이어받아 사림파의 영수가 되었다. 연산군의 패도정치가 만들어 낸 16세기 초반, 조선 사회의 부패와 비리를 개혁하기 위해 과감한 개혁 정책을 추진한 분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량과’의 시행이다. 이를 통해 부패한 관료들을 척결하고,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고자 한 것이다. 또한 학문적 능력뿐만 아니라 도덕적 품성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인재를 선발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인재 등용에도 참고할 만한 개혁적 요소가 있는 부분이다. 조광조는 ‘소격서 폐지’를 추진했다. 소격서는 국가 제사를 담당하는 기관이었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이권을 가진 일부 세력들에게 부정부패의 온상이었다. 특히 향약의 실시는 큰 의미가 있다. 향약은 마을이 주체가 되어 유교의 이상을 실천하고, 어려울 때 함께 돕는 향촌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왕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고,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치기 위해 노력했던 조광조 그는 민생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제안했고, 사
용인신문 |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일 년에 한 번쯤은 한마음으로 불러 보는 8‧15 광복절 노래이다. 2024년, 제79주년 광복절을 기념하는 마음은 두 마음이었다. 1965년 광복회 창설 이래 광복절 행사를 정부와 독립운동단체가 따로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립기념관에서 하던 경축 행사를 취소한 것도 1987년 8월 15일 개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야당을 비롯한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 단체가 포함된 독립운동 단체연합은 백범김구 기념관에서, 정부가 주관한 기념식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 광복절 기념행사가 파행으로 치달은 이유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발언 때문이다. 지난해 한 보수단체 강연에서 “대한민국이 광복이 언제 됐는가 하면 1945년 8월 15일 광복됐다. 그게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 그게 역사를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김 관장은 “뉴라이트가 아니며 공정한 입장에서 역사를 보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행보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가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친일 인명사전 내용이 오류가 있더라”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
용인신문 | 우리가 가장 억울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뀔 때 아닌가. 가진 자의 분노는 제도적으로 보장되지만, 약자의 분노는 폭력 취급당하기 일쑤다. 약자는 우아하고 세련된 시스템을 만끽할 수 없다. 그러므로 ‘흥분하지 말라’는 소리가 ‘절대적 참’은 아니다. 모든 인간의 행동이 평등한 조건에서 행해질 수는 없다. 빈부나 선악은 행동이 목적이 아니라 행위 자체일 뿐이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분노를 경험한다. 여기서 본질이 중요하다. 분노의 본질이 아니라 분노가 위치하는 지점이다. 그러므로 ‘참나, 어이없다’라는 내 몸의 반응은 ‘흥분했다’라고 봐야 한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 광복이 1945년 8월 15일이 아니다. 이는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엄혹한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평가 절하한 사람이 2024년 8월에 대한민국 독립기념관장에 임명됐다. 김낙년 신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한 발짝 더 나갔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낙성대경제연구소에서 이사장을 맡아온 김낙년 씨는 일제가 식량을 강제로 가져간 것을 수출로 표현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의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