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신문] 학생들이 묻는다. 선생님은 방탄소년단 좋아하세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은 경쾌하다. 가끔은 지인들에게 정치적 의견을 강요(?) 받기도 한다. 부담스런 질문을 받으면 슬퍼진다. 보편자의 시선으로 정의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5000만개의 당파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선호하는 정당이 없다.”라는 말은 당파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당파성을 드러낸 후의 뒷감당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다. 즉, 자기 입장이 분명하다는 것은 용기와 책임감 뿐만 아니라 실천하는 삶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의무(?)에 대한 부담감이 뒤 따른다. 대한민국은 입장이 분명한,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하는 사람을 이유없이 싫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로인해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층이 생겨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지지하는 정파가 없어서 투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투표하지 않은, 무관심의 결과는 무엇인가? 이탈리아에서 무솔리니가 집권하자 ‘기차는 정시에 도착했다’는 프로파간다가 등장했다. 변절한 사회주의 언론인 무솔리니는 무질서를 비판하고, 혼란을 잠재우는, 파시즘의 우월성과 능력을 상징하는 인물로 성장했다. 스타카토로
[용인신문] 1964년 8월7일 미합중국 연방의회는 린든 B 존슨 대통령에게 베트남에서 전쟁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중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 전대(戰隊)는 결의안이 통과되기 전인 8월 2일, 사건발생 30분후 북베트남에 대한 대규모 융단폭격을 개시했다. 미국이 베트남을 대대적으로 침공하게 된 배경은 이른바 통킹만 사건이 발단이다. 8월2일 남중국해 베트남 연안 공해 상에서 정찰중인 미 해군 구축함 매덕스(Mddox)가 북베트남의 어뢰정으로부터 공격당했다고 존슨 행정부는 발표했다. 미 언론은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북 베트남을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미 의회는 전쟁의 권한을 대통령에게 일임했고, 존슨은 즉각 대규모 전투병력 투입을 명령했다. 한국도 미국의 파병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참전했다. 베트남과 미국의 본격적인 전쟁은 이후 10년간 벌어졌다. 미국은 통킹만 사건 이전 10년 전부터 사실상 베트남 내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베트남-미국의 전쟁은 무려 20년간이나 진행된 것이다. 전쟁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묵살되었다. 뉴욕타임스는 통킹만 사건의 전모를 조사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논조로 의혹을 제
[용인신문] 호국보훈의 달인 6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언행이 논란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칭송했다. 광복 후 월북해 김일성의 남침을 돕고 장관직(국가검열상·노동상)을 누린 인물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찬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원봉 덕분에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이 커졌고, 국군의 뿌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선 “대통령이 6·25로 북한 훈장까지 받은 사람을 치켜세워 논란을 키우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는 등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앞서 4일 청와대는 국가유공자·보훈가족 초청 행사에서 나온 참석자의 핵심 발언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 한국전쟁 때 전사한 김재권 일병의 아들(유복자) 김성택씨는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6·25, 천암함, 서해교전, 연평해전 등은 북한의 공격이자 테러였다. 그런데도 북한은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았다. 사과도 없이 화해나 평화를 말한다면 그것은 위선이고 거짓 평화다.” 문 대통령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는 김씨 발언 중 “정부의 유해발굴 사업으로 아버지의 유해를 찾게 됐다
나무와 까치 이상호 높은 나뭇가지에 세 들어 사는 새 세도 안 내고 집짓고 새끼 기르며 살기가 영 민망한지 나갔다 들어올 때마다 까치발로 조심조심 걸어드는 새 그 마음을 아는지 나뭇가지도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그걸 쭉 지켜보는 하느님도 말없이 따뜻한 어둠을 펴서 함께 덮어준다 -------------------------------------------------------------------------- 한국 시사의 도저한 흐름 속에서, 이상호 시인은 서정의 문법을 내면화하고 이를 창조적으로 변용시킨 우리 시대 뛰어난 서정 시인입니다. 그의 여덟 번째 시집 『마른 장마』(시로여는세상, 2016)에 담긴 시인의 말에서도 우리는 이러한 지향점을 만나볼 수 있지요. “시가 마음에 차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진다. 마음이 더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시심의 물줄기가 점점 가늘어지는 탓이리라. 두렵다. 발길 드문 산속 조그만 옹달샘 같은 이마저 고갈될까 문득문득 하늘을 바라본다.” 무엇보다 우리의 눈길이 머무는 지점은 ‘시가 마음에 차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김정남 평론가는 시집 해설「오래 삭힌 슬픔으로 빚은 금빛 노래」
이은규의 시로 쓰는 편지 하우스 오브 카드 / 신혜정 손 안 대고 코를 풀 방법을 찾느라 코가 흐르는 것도 까맣게 모르고 이사 가서 쓸 세탁기를 고르느라 빨래가 쌓인 것도 잊어버려 이제는 더 이상 시를 못 쓸 것 같다고 말하다가 어느새 시가 오는 것도 잊은 채 그만 아아, 가습기를 선물한 남자애를 좋아했네 비 오는 줄도 모르고 창문을 꼭꼭 닫아둔 채 신혜정 시인의 전언에 귀 기울여봅니다. 시 속의 우연적인 상황은 일련의 사건의 반영이 아닌데, 이는 이 상황들이 일종의 내적 규칙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언뜻 시적 주체의 선택적 태도는 비본래적. “세탁기를 고르느라/빨래가 쌓인 것도 잊어버려” 정작 입을 옷이 없는 생활. “이제는 더이상 시를 못 쓸 것 같다고 말하다가/어느새 시가 오는 것도 잊은 채 그만//아아”. 망각의 망각, 상실의 상실은 일상이라는 몽타주를 통해 결국 삶으로 환원되는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는 일 혹은 이어가는 일, 실재의 윤리는 여기서 구축되겠지요. 자신의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완전히 몰입할 준비가 된 누군가에게 일체의 윤리적 존엄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쓰는 행위 속에서
밤은 누군가의 역 / 김학중 밤은 누군가의 역 순진하게 내려와 앉으며 정차하고는 지나간 이름들이 자라 나와 내리는 모든 바닥들 바닥에 시간이 뿌려두고 간 낱알들이 살이 올라 바람 부는 쪽으로 아무렇게나 서걱거려도 좋은 시간 바닥에 앉아야 기다림이 익지 아무 곳이고 역이 되지 나지막이 다들 내려주고 남는 바닥이야 잠드는 역을 떠나는 막차들은 불을 끄고 천천히 떠나가고 이제 남은 바닥은 흐릿하게 순진한 깊이 마감이 임박한 오늘에게 시간만이 데려다줄 수 있는 안식을 주는 깊이 아직 그날인 누군가 그대 그대로 붙잡아도 어둡기만 한 대답들이 충만해지는 가만히 내려앉아 등 뒤가 되어주는 누군가의 역 등으로 다가가는 일이 밤이라니 그대가 그대로 이날이었다니. -------------------------------------------------------- 이 겨울, 어느새 우리는 누군가의 역으로, 밤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김학중 시인의 「밤은 누군가의 역」에 잠시 머물러 볼까요. 그는 “삶이 스스로의 삶을 두드리던 그 힘을 위하여 산다는 것이 창세인 시대를 위하여 아무런 선언 없이 선언을 완성하는 언어를 위하여 이것들이 다만 시작으로 무너질지라도. 괜찮다”라는 문
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사막등대 / 김종경 별밤에도 불을 지펴 실크로드 순례자들에게 어둠 속 길을 안내하던 사막의 오아시스 가끔은 사형을 집행하던 절체절명의 전탑이었던 구원과 죽음의 등불이 동시에 타올랐던 사막에도 등대가 있다 --------------------------------------------------- 김종경 시인의첫 시집『기우뚱, 날다』(실천문학, 2017)를 기다린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의 시편들을 읽으며 체 게바라의 선언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불가능한 꿈을 갖자!”라는 문장은 문학의 길에 대해 시사점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시를 통해 살펴보면 “별밤에도 불을 지펴/실크로드 순례자들에게/어둠 속 길을 안내”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 도저한 진정성이 ‘사막 등대’로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과 혁명의 공통점은 불가능한 것을 꿈꾼다는 것, 그를 통해 점진적으로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리얼리스트 김종경 시인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바로 오고 있는 문학과 혁명의 시간일 것이다. 마치 저기서 “사막에도 등대가 있다”는 시적 전언처럼. 이은규 시인 yud
더 작은 입자보다 조그만 진수미 턴테이블을 느리게 회전하는 오보에 선율은 연주자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여주지 않네. 허나 소리를 삼키는 소리를 볼 때, 개미소리로라도 울어야 한다네. 목소리는 무엇입니까. 더 큰 것이 큰 것을, 큰 것이 작은 것을, 작은 것이 그보다 작은 입술을 감춰버릴 때, 자신의 진열대에서 말없이 천칭을 꺼내보는 자여. 저울은, 평등은 무엇입니까. 차라리 비대칭의 지워진 얼굴을 들고 뛸까요. 마구 편향된 날개처럼 돌아가는 세계, 프로펠러여 -------------------------------------------------------- 가을, 시 속에 등장하는 일그러진 얼굴을 그려봅니다. 나아가 들리지 않지만 존재하는 소리들에 귀 기울여 볼까요. 발화하는 존재의 최대 문제는 무언가 우리의 “작은 입술을 감춰버릴 때” 발생합니다. 시인의 존재증명은 시적 발화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말이지요. 그럴 때 우리는 시인과 같이 “차라리 비대칭의 지워진 얼굴을 들고” 뛰고 싶은 상태가 됩니다. 저울도 평등도 사라진 세계, “마구 편향된 날개처럼 돌아가는 세계” 내에서 존재의 현기증은 체화되겠지요. 어느새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존
기쁨과 슬픔을 꾹꾹 담아 최지인 미술관 구석에 쪼그려 앉아 속삭였다 내가 좋아하는 시야 나랑 함께 없어져 볼래?* 고스란히 녹음되었다 그때 창밖 바라보며 그런 적 있었다 눈 뜨면 네가 있었던, 부러 늦잠 자던, 쌓인 짐들을 단칸방 한쪽에 밀어놓던 네 살갗이 내 살갗에 닿았다 길가에 스포츠 양말 한 켤레 버려져 있었어 그런 걸 보면 부질없지 않아? 너에게도 풀리지 않는 일이 있겠지 늦은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더는 더러운 개수대를 방치할 수 없다, 개수대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 박스는 접어서, 페트병은 구겨서 정리하자, 마음만 먹었다 읽지 않은 책은 읽지 않은 마음, 아니야, 그런 건 없다 책꽂이에 꽂을 수 없는 책들이 쌓여 있다 등이 보인다 궁리할 거리가 많은 등 젊음을 다 바친 등 우리는 아직 젊고 앞으로도 젊을 거야 그 때문에 고통받을 거야 버는 돈이 적어서 요절 따위를 두려워해야 할 거야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은 많다 그중 하나가 사라지는 일 거기서 보았던 그림 기억해? 나는 너와 손잡고 그림 앞에 오래 서 있었다 * 하나, 하고 둘, 하면 시작하자. 너 다음 내가, 나 다음 네가 번갈아 가며 또박또박 읽는다. 마치 그것은
이은규 시인의 시로 쓰는 편지 모서리 박성현 저녁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정류장에 앉아 나는 두 가지 이미지를 상상한다 하나는 당신의 젖가슴 아래 붉은 반점이고 다른 하나는 맥도날드가 새로 만든 ‘시그니처 버거’의 기묘한 복고풍이다 유리문 앞에서 풍선을 든 남자아이가 엄마 품을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쓴다 * 모서리 저편에서 물고기들이 파닥거렸다 * 모서리는 희거나 검고 가볍거나 단단하다 혀를 깊숙이 밀어 넣을 때마다 목구멍에서 흰 사각형이 쏟아졌다 271번 버스가 연남동을 지나 홍대로 꺾어지고 합정역에서는 열한 명의 사람들이 내렸다 당신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 우산을 펼치자 숨어 있던 햇볕이 후드득 떨어졌다 대리석 무늬처럼 행간이 깊게 패였다 우리의 비극은 어미를 잃은 새들이 함부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 가끔, 죽은 새들이 무릎을 접어 모서리를 꺼낸다 석면가루가 휘날리는 비탈에는 벚나무가 발가벗고 있다 트럭이 간신히 올라왔을 때 골목은 야구공처럼 구겨졌다 * 움켜쥔 조개는 단단한 껍데기를 벌리고 서둘러 굵은 모래를 토해냈다 오로지 잊어버리기 위해서 빈 악보는 격렬하게 운다 * 당신을 둘러싼 빛의 폭우…… 내가 당신을 처음 본 골
이은규 시인의 시로쓰는 편지 의자 차성환 의자는 나보다 먼저 태어났다 형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나는 무시하고 궁둥이로 깔아뭉갠다 수많은 의자 위에서 사춘기를 보냈고 나는 앉아있기 위해서 태어난 거 같기도 하다 의자는 계속 앉은 자세이고 늦게 태어난 나는 의자에 몸을 맞춘다 의자에 바퀴를 달고 앉은 채로 나는 어딘가로 간다 다시 태어나면 의자가 되어서 너를 앉혀주고 싶다 다 의자에게 배운 말이다 의자는 신나고 즐겁고 지루하고 끔찍하고 슬프게 앉아있다 의자는 책상과 상관없이 앉아있다 의자는 앉아서 잠이 든다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때까지 앉아있다 --------------------------------------------------- 이 여름 의자에 앉아 무슨 생각을 자주 하시나요. 오늘의 시와 함께 김수영 시인의「의자가 많아서 걸린다」를 떠올려 보는 것도 흥미롭겠지요. 오래 전 시인이 “의자가 많아서 걸린다”라고 쓸 때 오늘의 시인은 투명에 가까운 존재의 슬픔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의자는 신나고 즐겁고 지루하고 끔찍하고 슬프게 앉아있다 의자는 책상과 상관없이 앉아있다 의자는 앉아서 잠이 든다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때까지 앉아있”지요. 시인은 그
용인신문 시로쓰는편지 시간이 사각사각 최승자 한 아름다운 결정체로서의 시간이 있습니다 사각사각 아름다운 설탕의 시간들 사각사각 아름다운 눈(雪)의 시간들 한 불안한 결정체로서의 시간들도 있습니다 사각사각 바스러지는 시간들 사각사각 무너지는 시간들 사각사각 시간이 지나갑니다 시간의 마술사는 깃발을 휘두르지 않습니다 사회가 휙, 역사가 휙, 문명이 휙, 시간의 마술사가 사각사각 지나갑니다 DA 300 아하 사실은 (통시성의 하늘 아래서 공시성인 인류의 집단무의식 속에서 시간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입니다) (…) --------------------------------------------------- 최승자 시인의 근간 시집 『빈 배처럼 텅 비어』를 펼쳐 봅니다. 그는 시집 뒤의 짧은 산문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남기고 있지요. “구름의 말만 들으며 갈 길 못 가고 또다시 흐르기만 하였다 어디로 어디로라고 밤바람은 말하지만 고통처럼 행복처럼 기어코 올 그 무엇 그러나 참 더디다 하여간에 여하간에 갔다가 왔다.” 우리는 여기서 오늘의 시, 시간에 대한 사유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모든 존재에게는 역사가 있습니다. 그 전에 “한 아름다운 결정체로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