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병, 셰에라자드 김승일 모두가 눈을 감은 복도 끝까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선서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소리 내어 울지 않겠습니다 슬픔은 진화해요 슬픔을 받아서 내 정수리에 부어 주기 시작했어요 웃어야 해요 밤마다 나는 셰에라자드 여자가 되기도 했어요 나는 아이가 되기도 했어요 나는 동물이 돼 버린 것을 감사했어요 밟아 죽여도 되는 벌레가 돼 버렸어요 * 최승자. ⚛ 약력 김승일 2007년 계간 《서정시학》 등단. 시집 『프로메테우스』, 『나는 미로와 미로의 키스』. 멘토링 시집 『자꾸자꾸 사람이 예뻐져』. 2023년 노작홍사용문학관 상주작가. 각 지역의 학교와 도서관 그리고 동네책방에서 시 낭독회와 시 창작회를 통해 학교폭력 예방·근절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용인신문 | 총선이 끝난 지 10여 일이 지났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했으나 후임 인선을 두고 설왕설래만 무성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아직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여당의 총선 패배에 대해 언급했다. 사과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애매하여 굳이 언급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 가슴이 답답하다. 대통령은 ‘국정 기조는 옳으나 세부 시행 과정이 국민의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적어도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국민은 줄잡아 60%가 넘는다. 지난 15일~17일 4개의 여론조사기관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27%, ‘잘못하고 있다‘는 64%였다. 이를 단순하게 계산하면 64%의 국민(18세 이상)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는 지표다. 국민은 대통령이 변화하기를 바란다. 일방적인 국정 운영을 끝내고 야당과 협치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국민에게 사과하려면 국무회의가 아니라 기자회견 방식으로 화끈하게 하기를 바란다.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는 윤석열 정부
좌로부터 김지웅 관리운영부장, 강태위 전무, 이의도 대표이사, 최승주 재무경영부장 서부간선지하로 운영… 만성 교통정체 해소 ‘반도체 메카 용인’ 걸맞는 고속도로망 필수 외국인 바이어•물류 이동 위해 반드시 필요 ‘용인~성남 민자고속도로’ 경제성이 최우선 용인신문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25일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허브 용인특례시’라는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반도체고속도로’ 건설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될 반도체 고속도로는 이동‧남사 첨단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원삼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를 횡으로 연결하게 된다. 이상일 용인시장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핵심 공약사항으로 ‘용인~화성~안성’을 잇는 ‘반도체벨트’구축에 꼭 필요한 도로다. ‘용인-서울고속도로’, ‘수도권 제2외곽순환도로’와 함께 수도권 교통난 해소에도 크게 이바질 할 전망이다. 본지는 교통혼잡 1순위인 서울지역에서 민간투자사업으로 성공한 ‘서부간선지하도로’의 성공 사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5일 이의도 서서울도시고속도로(주) 대표이사를 만났다. 이 대표는 용인 출신으로 농협중앙회 용인시지부장을 역임한 바 있는 용인시민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Q 서서울
허가된 절명, 동부동 홀로코스트※ 주영헌 날카로운 전기톱의 음계가 칡넝쿨처럼 휘어 감습니다 음계에 휩쓸린 몸들은 반 박자만에 쓰러집니다 입이 없으므로 외마디 비명이나 장송곡을 부를 수 없습니다 어정쩡한 음계로 가온음자리표를 채울 뿐입니다 허가된 절명, 죄책감을 떨쳐버립시다 죄책감은 사치입니다 교묘한 선동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처럼 교묘하게 수긍합시다 필요는 필요를 요구합니다 저들은 우리의 필요에 없으며, 정복의 땅에서 순례자의 합창에 발맞춰 소거해야할 불필요의 대상입니다 인간은 언행일치해야 한다고 도덕책에 윤리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자연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일 뿐입니다 신벌처럼 마지막 몸까지 단호하게 저들을 절단합시다 허가된 절명, 동부동 홀로코스트 ※ 용인시 동부동 모 번지. 차를 타고 지나갔는데 산 전체가 잘려나간 것을 보았다. 저 자리에 있었던 많은 생명은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주영헌 2009년 계간 <시인시각> 시부문 신인상 시집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
수박향, 은어 이은규 한낮의 여름 수박향이 나는 물고기에 대해 알고 있니 은어라는 이름의 물고기래 때로 어떤 문장은 화석처럼 박힌다 언젠가 우리 물 맑은 곳으로 떠나자, 약속 뾰족했던 마음이 한결 둥글어질 거야 나는 생각했다 한 사람의 눈동자보다 깊은 수심은 없어, 어디에도 흐리고 비, 흐리고 가끔 비 물고기에게서 어떻게 수박향이 날까 은어는 초록 이끼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난대 허공에 떠다니는 우울을 알뜰하게 모아 바라봤다 나는 우리 사이, 이끼와 수박향의 거리만큼 가깝게 먼 흥얼거리는 콧노래도 없이, 투명한 여름 약속처럼 언젠가는 오지 않았고 몇 번의 여름을 서툴게 배웅하는 동안 나는 잃어버린 적 없는 시간을 그리워했다, 때때로 저기 밤의 웅덩이에서 피어오르는 목소리 은어가 돌아올 때까지 뭘 하며 지낼 거야 여름이 오지 않기를 믿으며 바라며 뭘 하며 지낼 거야 한 사람이 사라지면 원이 닫히지 않기를 바라며 믿으며 종이 위 빗방울이 마르는 동안만 뭉클할 것, 내내 이제 수박 예쁘게 자르는 방법 따위를 지우며 수심을 다스리자 안녕 초록 이끼로 번지는 우울들아 먼 데 화석으로 반짝, 밤을 건너는 물고기자리 약력: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
용인신문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집권 여당 참패로 막을 내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아름다운 꽃이자 즐거운 축제다. 하지만 이번 선거도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선거운동 기간에 발표된 정책 중 기억 속에 남은 것은 없다. 오직 특정 정치인들의 막말과 혐오감을 부추기는 극한 대립의 말장난뿐이었다. 불과 2~3년 후면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다. 여야 정치권은 곧바로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 선거를 준비할 것이다. 선거는 끝났어도 종전 대신 휴전일 뿐이다. 선거 직후 거리엔 당선자와 낙선자들의 플래카드가 동시에 내걸렸다. 용인갑 선거구의 어느 낙선자가 민주당 당선인 감사 플래카드 바로 밑에서 “보내주신 사랑 잊지 않겠다”는 푯말을 세워놓고, 출근길 낙선 인사를 하는 걸 보았다. 승자와 패자의 상반된 모습에서 선거는 아직도 끝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용인 4개 선거구 역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예상대로 용인병 선거구(수지구)만 박빙 경합을 벌였다. 기자가 오랫동안 선거를 취재하면서 생긴 직감일 수도 있겠으나 여론조사 결과와 바닥 민심을 종합 분석한 예측이다. 기자는 평소 ‘선거는 과학’이라는 말을 쓰는데
계단은 계단을 배우식 두리번거린다 충동이 발을 꺼내들고 도발한다 산을 열고 소리 없는 소리가 자라나는 것을 본다 사슴의 그림자가 닫힌 창 너머로 발견된다 호숫가에 앉은 말에서 달빛이 돋아난다 활보하는 문장들이 공중을 통과하고 있다 이름 모를 계단은 계단을 밟지 않는다 실종된 이동을 꺼내는 계단은 앙상한 가지들의 계단도 있지 온통 질주하는 목소리가 감정을 두드린다 처음 본 감정이 사람을 장식한다 멀리서 찾아온 나무는 귀를 막고 가구로 서 있다 새로운 책상에서는 풀이 자란다 서랍에서 나온 사람들이 지나간다 새가 날갯짓 소리를 벽에 걸어두고 떠나간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발은 발을 잊어버리고 구름 위를 산책한다 적막이 팽창함으로 적막이 가득하다 뜯어보지도 않은 동굴은 가만히 해체되고 [약력]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외 다수. 시 「북어」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 수록.
박소현 “심판은 국민이 한다… 물가부터 심판해야 세금으로 나라 일을 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길” 손대선 “여소야대 정국은 윤정부 짊어져야 할 숙명 기본 무시한 정치인들에 가차없는 비판 세례 필요” 김연식 “세계서 사과 값 가장 비싼 국가… 정책 불신 처인구 기회의 땅… 경제·사회·환경 균형발전 희망” 용인신문 | 본지 편집 마감일인 지난 5일은 사전투표 첫날이자 ‘용인오일장’이었다. 사전투표구가 설치된 처인구 미르스타디움 안 삼가동주민센터에는 새벽 6시 전부터 투표를 하기 위해 찾아온 유권자도 있었다. 벚꽃이 만개한 봄날, 용인오일장에는 오전 일찍부터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이들의 표심을 겨냥한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몰려와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이미 유권자들의 표심은 정해졌을 터. 그럼에도 막판 부동층 확보를 위한 후보들의 몸부림이 치열하게 느껴졌다. 이에 본지는 이번 선거 과정과 막판 판세를 지켜본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22대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Q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이재명·조국’ 심판론과 ‘윤석열 정부 심판론’으로 맞붙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물가와 경제, 의료대란 등 다양한 문제를 선택
용인신문 |
용인신문 | 역대급이다. 정치와 선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생각은 극명하다. 언제부턴가 가장 친한 친구와 주변인, 심지어 가족조차 정치 이야기를 금기시한다.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취향과 호불호 때문에 토론은 실종됐고, 강한 주장과 거센 비판만 남았다. 아군 아니면 적군이라는 절대적 색깔론이 판을 친다.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조차 헷갈린다. 이 또한 혐오의 정치가 만들어 낸 이 시대의 비극적 산물일 것이다. ‘4·10 총선’ 특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내건 ‘정권심판론’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내세운 ‘정권안정론’(이재명·조국 심판론)이 맞붙은 형국이다. 민주당이 친명계 위주로 공천했을 때만 해도 수도권 민심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러나 의료대란 현실화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와의 타협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시민의 불편이 극대화되자 여론은 정부 여당에 불리하게 조성되고 있다. 특히 고물가 고금리의 장기화에도 정부는 해결 능력은커녕 미국과 일본에 편중된 편향 외교로 민생을 도탄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거셌다. 이런 가운데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검찰개혁을 필두로 내세우며 윤석열 정권 심판을 선명하게 주
우주에 창을 내고 이정훈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것들이 모두 시가 되어 날아간다면 바람에 날리는 씨앗은 굳은 언약이 되어 구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별이 되건만 침묵하던 겨울이 내리는 눈은 축복이었을까 이별의 유예였을까 박은 대롱대롱 늘어서 차갑고 하얀 눈을 맞는데 아름답던 그이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 입술에 달빛은 닿아 있을까 속삭이던 강물은 바다의 노정(路程)에 머리를 풀어헤쳤다 우리의 사랑은 불안스러이 자라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것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훨훨 시가 되어 날아간다면 푸른 하늘의 끝에 거울같이 웃고 있는 내가 있다면 껍질을 벗어던지고 나는 우주에 창을 내어 달빛이 환하도록 입맞춤하고 싶다. 약력 2012 서정문학 신인상 2018 수원문학인상 2023 첫시집 <다정했던 들판에 빈집이 묻혀있네> look4one@hanmail.net
용인신문 | 지난 3월 25일 용인시청에서 23번째 윤석열 대통령 민생토론회가 열렸다.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 3일 전에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500조 원을 투자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민생토론회를 빙자한 여당 후보 지원이라고 비판했고, 대통령실은 정상적인 대통령의 민생경제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향후 20년간에 걸쳐 500조 원을 투자하여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플랜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벌써 국토부에서 확정되어 발표된 기존의 계획이다. 야당은 대통령이 지역을 돌며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문제는 민생토론회가 여당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냐다. 대한민국 헌법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최고위직 공무원인 만큼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다. 특히 선거운동 기간의 정치적 중립은 중요하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50%를 넘어가면 여당에게 유리하다. 여당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통령을 선거운동에 이용한다. 그런데 22대 총선에서 여당 후보가 대통령을 홍보에 이용하는 광경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