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콜센터 민원상담 인공지능 보이스봇
용인시청사전경
용인신문 | 용인시가 심야 시간대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보이스봇'을 활용한 24시간 민원 상담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러나 행정 혁신에 대한 기대와 함께, AI가 복잡다단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시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콜센터 업무가 종료되는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도 시민들은 AI 보이스봇을 통해 행정, 복지, 문화관광 등 15개 분야의 안내를 받거나, 포트홀·가로등 고장 등 15개 유형의 생활 불편 사항을 즉시 신고할 수 있다.
당장 야간에 도로가 파이거나 쓰레기 무단 투기를 발견한 시민은 다음 날 업무 시작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민원을 접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시민 편의를 한 단계 높이고 행정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시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과연 AI 보이스봇이 기존의 행정 시스템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행정 민원은 규격화된 유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거나, 규정상 명확히 분류하기 어려운 사안, 혹은 담당 부서에 강력한 조치를 촉구해야 하는 민원 등은 사람 상담사의 공감 능력과 유연한 판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단순한 포트홀 신고는 AI로 가능하겠지만 ‘매년 같은 장소의 포트홀이 반복적으로 생기는데 근본적인 도로 재포장 계획은 없는지’를 묻는 시민에게 AI가 얼마나 만족스러운 답변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담당 부서에 전달하겠다.” 등 기계적인 답변에 그치는 경우 상담을 시도한 시민 입장은 기존의 온라인 민원 접수와 다를 바 없는 ‘일방통행식 소통’으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익숙지 않은 노년층 등 정보 소외계층에게 AI 보이스봇은 편리한 창구가 아닌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AI 보이스봇 도입의 성공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운영’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가 야심 차게 내놓은 이번 서비스가 시민들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단순 접수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실질적인 소통 창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범운영을 통해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갈지 시민 사회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시 관계자는 “AI 보이스봇은 아직은 시범단계이기 때문에 시나리오 기반이 풍부하지 않아 기본적인 답변만 가능하고 긴급처리가 필요한 경우 당직실로 연결되면 당직자가 처리를 돕고 있다”며 “앞으로 민원 내용을 토대로 편리한 창구가 될 수 있도록 장벽을 하나씩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