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대학교 입학식을 마치고 세자매와 조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좌로부터 서근순 서태숙 서명숙 허영란)
세자매가 둘째 서명숙씨 자택에서 점심시간에 만났다(좌로부터 서명숙 서태숙 서근순). 허영란 조카는 근무중이라 참석 못함
큰언니 서근순씨가 고등학교 과정을 수료한 모습
서근순씨의 중학교 과정 수료 모습
초교만 나온 셋째 서근순 만학열정
중·고교 과정 마치고 극동대 진학
동생·조카도 사회복지학과 새내기
함께하니 용기백배 ‘진짜 우먼파워’
용인신문 | △ “언니 소원 들어주기”로 시작된 감동의 학업 여정
2025년, 극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특별한 학생들이 입학했다. 백암면, 마평동, 원삼면, 양지면 등 용인시 처인구 지역에서 거주 중인 네 명의 여성들. 이들은 모두 한 가족의 자매이자 조카 사이다. 일곱 남매 중 셋째 언니의 오랜 소원을 이루기 위해 동생들과 먼저 세상을 떠난 큰언니의 딸까지 뜻을 모아 대학에 진학했다.
△ 유일한 초등학교 졸업생에서 대학생으로
일곱 남매 중 유일하게 초등학교까지 졸업했던 오늘의 주인공, 셋째 서근순은 기사식당을 운영하다가 65세에 일을 그만두고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이 배움의 불씨가 됐다. 영어 강사의 권유로 용인시평생교육원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진학을 생각했으나 용인시에는 아직 고등학교 과정이 없었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 졸업자들인 동생들과 조카까지 논의 끝에 극동대학교 사회복지학과로 이어진 여정은 그녀의 열정과 도전을 잘 보여준다.
△ “같이 대학 가자!” 자매와 조카의 합류
대학 진학을 결심한 그녀는 동생들과 조카에게도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모두가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그렇게 ‘내자매 아닌 매(자매처럼 가까운 조카 포함)’가 한 학교, 한 학과에 나란히 입학하게 됐다. 대학이라는 공간은 이들에게 새로운 배움의 장일 뿐만 아니라 자주 만날 수 있는 가족 모임의 장이 됐다. 2주에 한 번씩 주말반으로 수업에 출석하려면 조카 허영란이 7인승 차량으로 이들을 픽업해 함께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며 나이에 맞서는 학구열을 이어가고 있다.
△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한 이유
세 자매는 이미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다. 코로나19 시기에 함께 공부하며 자격증을 땄고 자연스레 연계된 사회복지를 전공으로 삼게 됐다. 실생활에서 요양과 봉사 경험이 많아 학문적 이해도 함께 심화시키고 있다.
△ 네 명 대학생들의 ‘해피 라이프’
서근순(73세)은 늦깎이 대학생들을 있게 한 주인공으로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노인정 대표다. 산악회 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봉사활동에 적극적이다.
서명숙(66세)은 원삼면 원일농장에서 남편의 농사일을 도우며 짬짬이 취미생활을 한다. 원삼농협에서 여성산악회원이며 장구·오카리나·라인댄스 등 활발한 취미 활동을 하고 있다.
서태숙(63세)은 과거엔 백암에서 기사식당을 운영했으며 현재는 양지면에서 남편과 함께 고깃집을 운영한다. 같은 60대지만 그래도 이해가 빨라 대학 수업 때 언니들을 보필한다.
허영란(50세)은 첫째 언니의 딸로 아이들을 키우며 인력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마라톤, 골프 등을 즐기며 매우 활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수업에 모르는 말도 많고 숙제도 많아 쉽지만은 않지만 함께하니 덜 외롭고 재밌다.”, “칭찬을 들었다. 그것도 며느리에게, 이제 며느리 실망하는 모습이 두려워서라도 끝까지 공부해 성취감을 맛볼 차례다.”, “2주에 한 번씩 만나는 날엔 얼굴 보며 웃고 떠들 수 있어서 참 좋다.”, “처음엔 언니 소원 들어주기였는데 지금은 우리의 꿈이 됐다.” 등 소감을 전했다.
용인시에도 고등학교 과정이 있으면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원거리 등교하는 것을 불편해하며 중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서근순씨는 “학교는 공부 잘하든 못하든 제때 다녔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라도 절실하게 느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몰랐던 나의 소질도 발견하고 또 다른 나를 만들고 키워가는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