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곡小曲ㅣ김종문

  • 등록 2022.02.07 09: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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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곡小曲

                   김종문

 

 

땅 위를 겹겹이 감싸온 베일을

헤치며

버리는 묵은 율동,

별들이 담기는 냇가에

멍든 상처를 씻고

의상을 갈아입으며 맞는 보리밭에

두발을 딛고 서서 바라다보는

구름은

고원의 기슭을

이리로

저리로

움직이는 양떼,

피리소리에 맞추어

냇물소리를

눈으로 듣는 세계가 있다.

 

김종문(1919~1981)은 평안남도 평양에서 출생했으며 1952년『문예』지에 시「신천지」를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1957년 육군 소장으로 예편했다. 그는 6.25의 참상을 투명한 이미지로 조명했고 폐허를 딛고 일어서려는 인간의 의지를 형상화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곡」 역시 그의 긍정적인 세계관이 투영된 작품이다. 땅 위의 베일을 걷어내고 묵은 율동을 버리고 냇가에 나가 상처를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보리밭에 서자는 것이다. 서서 구름을 보노라면 고원의 기슭을 뛰어다니는 양떼라는 것이다. 피리소리에 맞추어 듣는 냇물소리는 눈으로 듣는 새로운 세계라는 것이다. 『한국전후문제시집』 중에서. 김윤배/시인

김윤배 기자 poet01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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