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신문 | 제8회 약천 남구만 신인문학상 공모전 당선자로 김태영 시인이 선정됐다.
남구만신인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지난 1일, 올해 선정작으로 김태영의 ‘계단은 스스로의 각도를 의심한다’ 외 6편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당선자 김 씨는 1982년 대전에서 출생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공모전에는 전국에서 총 90여 명이 800여 편의 작품을 응모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심사는 용인문학편집위원회의 예심과 본심 모두 이름과 신원을 가리는 블라인드 심사로 진행되어 공정성을 더했다.
본심 심사위원단(김윤배 시인, 이경철 시인·평론가, 이은규 시인)은 심사평을 통해 “김태영의 시는 삶에 대한 심도 높은 사유의 깊이, 사물의 본질을 보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었다”면서 “기성 시단의 흐름으로부터 거리를 두면서도 믿음직한 태도로 이제 막 시적 모험을 떠날 준비를 마친 듯했다. 이 모험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는 없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태영 당선자는 당선소감을 통해 “수백 년의 시간을 격(隔)한 ‘약천(藥泉)’이라는 묵직한 이름이, 모니터 위에 뜬 제 미숙(未熟)한 글자들 위로 겹쳐지는 순간, 기쁨보다 먼저 숙연함이 밀려왔다”며 “약천 선생의 숭고한 '애민(愛民) 정신'이 깃든 상이기에, 이 영광은 칭찬이기보다 제가 평생 짊어져야 할 문학적 책무로 다가온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남구만신인문학상’은 조선시대 문신으로 ‘동창이 밝았느냐’ 등 900여 수의 시조를 남긴 약천 남구만(1629~1711) 선생의 문학 세계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본 문학상은 용인문학회와 용인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용인시와 의령남씨 문충공파 종중이 후원한다.
당선자에게는 상금 500만 원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오는 11월 15일 열리는 ‘2025 약천 남구만문학제’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당선작]
계단은 스스로의 각도를 의심한다
- 김태영
정지한 폭포라는 낡은 은유로는 부족하다
저것은, 추락을 참고 있는 수직의 침묵
닳아버린 모서리에 위태롭게 발을 얹자
뼈마디에서 오르지 못한 생애가 아, 소리를 낸다
두 칸씩 건너뛰던 젊음의 보폭은 어디로 갔나
마흔의 계단참은 길을 잃기 좋은 중간이다
무릎에 쌓이는 시간의 퇴적층보다 무거운 것은
이 오름이 실은 가파른 내리막이었다는 늦은 깨달음
창틈으로 들어온 빛이 단면에 칼날처럼 금을 긋고
나는 허공을 딛고 선 죄인처럼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한 채
내 삶이 그어온 치명적인 각도를 가늠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