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대꾸도 없이ㅣ유병록

  • 등록 2020.12.14 09: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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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도 대꾸도 없이

                                                  유병록

 

나의 불행이

세상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라고

이 춥고 어두운 곳은

이미 많은 이가 머물다 간 지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순탄한 삶이

불행을 만나 쉽게 쓰러졌다고

고통에 익숙해지지 않아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는 말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이 잦아들고

잊고

다시 살아가리라는 말

 

고개 끄덕입니다

 

모두

알고 있습니다

 

유병록은 1982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났다.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이번 시집은 고통의 시집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일상의 삶 속에서 상처 받는 고통에 여러 앵글의 시선을 주고 있다. 그런 내출혈을 견디게 하는 것이 그가 시인의 말에서 뱉듯이 한 말 ‘쓰겠습니다. 살아가겠습니다.’일 것이다.

「눈물도 대꾸도 없이」도 고통의 시다. 화자의 불행이 세상에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이미 많은 사람이 머물다간 지옥이라고 위로하는 말에 알고 있다고 속으로 말한다. 네가 순탄한 삶을 살아와서 쉽게 쓰러지고 고통에 익숙하지 않아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는 격려도 알고 있다고 속으로 말 한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은 잦아들고 잊혀지고 다시 살아가게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모두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위로는 위로가 되지 않고 고통은 고통으로 남는다. <창비> 간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중에서. 김윤배/시인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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