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세탁소ㅣ이은규

  • 등록 2019.09.02 08: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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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이은규

 

이토록 눈부신 날

나의 세탁소에 놀러 오세요

무엇이든 표백 가능합니다

너무 투명하여, 그림자조차 없는 문장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라는 당신의 문장에 기대어 한 절기

환절기를 잘 견디었습니다

(........)

오늘부터 겨울

어떤 문장에 기대어 동절기

한 절기를 견뎌야 할지

막막하기만 먹먹하기만 합니다

 

문장 때문입니다,

아무렴요 아무렴요

 

아무래도 고된 날에는

일하기가 싫어요, 라는 팻말을 걸고 문을 닫아요

 

먼 구원과 가까운 망각 사이, 당신

모든 기억이 표백되는 겨울은 두 번째 생입니다

(..........)

무엇이든 표백 가능합니다

그림자조차 없는 문장, 너무 투명하여

 

이은규 시인은 첫 시집 다정한 호칭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했다. 이번 시집은 그후 8년만이니 그녀의 시집을 기다리던 독자들을 꽤나 애태웠다. 그녀의 아름다운 세탁소는 무엇이든 하얗게 표백해주는 공간이다. 여기서 표백은 무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무엇이나 무화 시키는 아름다운 세탁소는 정말 아름다운가를 생각하게 한다. ‘모든 잎이 꽃이 되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라는 문장에 기대어 환절기를 잘 견딘 그녀는 오는 겨울을 어떤 문장에 기대어 견디게 될지 막막하고 먹먹하기만 하다. ‘먼 구원과 망각 사이의 당신에게 모든 기억이 표백되는 겨울은 두 번째 생이라고 선언한다. 사랑은 그렇게 무화의 길을 가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시집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에서. 김윤배/시인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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