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리 푸드ㅣ임지은

  • 등록 2019.07.01 07: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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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리 푸드

     임지은

 

식초에 절인 고추

한 입 크기로 뱉어낸 사과

그림자를 매단 나뭇가지

외투에 묻은 사소함

 

고개를 돌리면

한낮의 외로움이 순서를 기다리며 서 있다

 

나는 이미 배가 부르니까

천천히 먹기로 한다

 

밤이 되면 내가 먹은 것들이 쏟아져

이상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식초 안에 벗어놓은 얼굴

입가에 묻은 흰 날개 자국

 

부스러기로 돌아다니는

무구함과 소보로

.......(중략).....

나는 식탁에 앉아 혼자라는 습관을 겪는다

의자를 옮기며 제자리를 잃는다

 

여기가 어디인지 대답할 수 없다

나는 가끔 미래에 있다

 

놀라지 않기 위해

할 말을 꼭꼭 씹어 먹기로 한다

 

무구함과 소보로는 임지은의 첫 시집이다. 그녀는 이 시집에서 명사형의 시어들을 많이 차용하고 있다.‘무구함무구하다라는 형용사의 명사형이다. 명사형무구함소보로와 병치되면서무구함은 사물처럼 울림을 갖는다. 임지은 시의 이 비의를 알기까지 적지 않은 시편을 읽어내야 할 것이다.론리 푸드혼밥으로 의역하면 좋을 듯 하다. 한낮의 외로움은 밝은 연두빛으로 오지만 밤의 외로움은 어두운 회색빛으로 온다. 외로움의 색깔이 달라지는 낮과 밤이다. 식탁에 부스러기로 돌아다니는무구함과 소보로는 밤낮 외로운 그녀의 메타포인 것이 확실하다. 그런 그녀가 가끔 미래에 가 있다. 미래를 생각하면 외로움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윤배/시인


김종경 기자 iyongin@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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