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을 주는 시 한 편-33|마음의 준비|정호승

  • 등록 2011.02.28 12: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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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

정호승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이런 말 더 이상 함부로 하지 마라
평생 마음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디 가서 만나 손을 잡고 걸어가나
이젠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할 때가 됐나봐 오빠
이런 말도 다시는 듣고 싶지 않다
마음에 옷을 입히고 새벽이 되어야만
아버지가 길을 떠나고 눈이 내리나
나는 아직 시든 화분을 품에 안고 젖을 먹인다
너도 이제 그만 마음의 준비를 하거라
어머니는 맷돌에 콩을 갈던 저녁처럼 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늙거나 아프고 병들었을 때,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서두른다. 제 자신이든 부모 자식 간이든 돈 빌리듯 ‘최후의 순간’를 미리 앞당겨 쓰고 마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그러나 다짐도 한두 번이요 깊은 병도 하루 이틀이어야 말이지, 마음의 준비도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에 피곤해지는 날이 온다. 살아가면 살아진다. 마음의 준비라는 게 별 건가.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면 그 게 마음의 준비지. ‘시든 화분을 품에 안고 젖을 먹이는’ 정호승 시인, 노부모를 곁에서 모시며 살아가는 그의 애틋함이 절절하다.
<박후기 시인 hoogiwoo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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