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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주관한 도내 각 지자체 공무원의 6박 7일 파리-런던 도시경관-옥외광고물 연수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용인시청 윤연옥 씨의 연수기 게재가 도시 경관에 대한 시민적 관심과 인식이 확대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경기도는 몇 년 전부터 디자인총괄추진단을 두고 경기도의 공공디자인 정책과 디자인 개발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연수도 지자체별로 도시 경관을 아름답고 쾌적하게 만들기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공무원들의 의식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연수에는 각 시군 건축, 도시계획, 도시미관 등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실무 공무원들이 참여했다.
파리에서 도시경관과 옥외광고물, 공공시설, 광고물 실태를 살피고 신도시인 세르지 퐁뜨와즈시의 도시계획부와 라데팡스 개발공사의 홍보실을 방문해 도심지 공공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전문통역인을 통해 도시의 개발과정을 상세히 들을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이 글에는 파리에서 살펴본 내용을 소개한다. 파리는 에펠탑을 중심으로 전형적인 방사형태의 도시 구조를 갖고 있다. 도심은 300년 전부터 신축을 못하게 해 옛 건물들이 잘 보존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도심 바깥에서만 고층건물을 볼 수 있어서 파리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는 스카이라인부터 다르다.
연수 기간 중 파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라데팡스였다. 라데팡스는 파리 도심에서 서쪽으로 8km 떨어진 세느강변에 조성된 파리의 부도심으로 150만㎡의 면적에 첨단업무, 상업, 판매, 주거시설이 고층 고밀도로 들어서 있다. 1958년부터 2007년까지 50년에 걸 쳐 개발이 진행된 곳으로 인공지반을 만들어 거대한 복층도시구조를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도로, 지하철, 철도, 주차장 등 모든 교통관련 시설은 지하에 설치하고 전선, 케이블 등도 지하로 연결돼있다. 관광버스를 제외한 모든 차량은 지하로 다니고 지하통행을 금지해 지상공간은 보행자만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해 지상에는 건축물과 여유 공간으로 소음과 공해가 적다.
이를 통해 지상에서 도시 개발시 문제가 되는 도로확장, 신규도로개설 등에 대한 보상비 부담과 공기 장기화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고 공간 이용을 극대화했다.
도시개발과 관련한 부분만 놀라운 것이 아니다. 파리의 전통성과 예술성을 강조하며 구도심과의 연계도 자연스럽게 이뤄져 있다.
루브르 박물관, 콩코드 광장, 상제리제 거리, 개선문 등 파리의 전통적이고 역사적인 중심축 8km에 걸쳐 일직선으로 라데팡스까지 연결돼 있다. 이 축은 파리에서 라데팡스를 거쳐 북서쪽 25km에 위치한 세르지 퐁트와즈 신도시 전망대까지 연장된다.
라데팡스 외에도 신도시인 세르지 퐁뜨와즈시의 도시계획부에서 들은 개발과정도 놀라웠다. 세르지 퐁뜨와즈시는 프랑스의 5대 신도시 가운데 최초로 시행된 도시로 1969년부터 2000년까지 30여 년간 개발한 도시다. 3500여 개의 다국적 기업이 진출한 국제 업무도시로 기존 파리인구를 성공적으로 분산한 사례로 꼽힌다. 전체 지구 상세계획을 한꺼번에 수립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계획하는 방식으로 녹지와 하천을 중심으로 한 환상형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이곳은 개발과정에서 기업 유치를 위해 국가에서 땅을 매입한 뒤 싸게 기업들에게 되파는 방식으로 기업을 유치했고 거주·일·여가 등 3가지 모두를 갖춘 도시를 만들기 위해 예전의 개발된 건물들을 부수어 녹지를 조성했다고 했다.
도시디자인이 국가 주도형으로 도시개발 과정에서부터 진행되는데다 역사성과 전통성을 강조한 장기적인 정책 접근이 도시를 아름답고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곳의 공식 방문 일정 외에 공공시설물이나 광고물에서도 배울 점들이 많았다.
파리에서 예상치 못하게 발견한 것은 바로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시설들이다. 파리 도심 곳곳에는 같은 형태의 자전거가 배치돼 있다. 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로 신분증 같은 카드를 사용해 이동구간의 자전거 사용료를 결재한다고 한다. 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곳이면 빌린 곳이 아니어도 결재가 가능하다. 도보나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녹지와 자전거전용도로를 위해 현 시장의 도시계획 사업으로 4차로인 차도를 2차로로 줄이고 과감하게 추진했다고 한다. 자전거도로를 자세히 살펴보면 도로변과 인도에 턱이 없어 자전거 이용자와 장애인들이 편리하다.
차로를 줄인다니!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유가상승과 환경문제로 자전거타기를 권장하지만 차로를 줄이는 파격적인 시도는 어려울 것 같다. 어쨌거나 도심에서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자전거를 위한 배려가 우리도 곧 마련됐으면 한다.
이밖에도 보도블럭은 대부분 저채도의 천연석을 이용했고 하수관이나 배수구 등은 가급적 같은 마감재를 사용해 눈에 거스르지 않게 했다. 사실 단순 시공보다 기능과 주변 환경을 신경 쓰는 것은 몇 배의 정성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주변과 잘 어우러지도록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었다. 공공디자인 전반적으로 색채가 단조로와 육교나 교량에 도색이 들어가지 않은 마감재 그대로의 색상을 활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빠른 것, 편리한 것만 취하고자 역사성을 살리려는 의식이나 장기적으로 구상하는 정책은 뒤로하고 표면적인 결과물에만 집착해왔던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파리 시민들이 그들의 여유를 즐길 수 있던 것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고민과 협력에 중장기적인 정책이 기반이 됐을 것이다. 그 이전에 화려한 역사를 지키며 새로운 것과 조화시키려는 시민의식이 오늘날의 파리를 만드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윤연옥 | 용인시청 공보관실 브랜드기획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