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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담가 숙성시킨 김치와 놋쇠 화로에 담긴 참숯, 거기에 갖가지 과일과 수년 간 노력으로 만들어진 소스로 숙성시킨 돼지갈비의 진정한 맛 ‘청학골’
청학골이 커다란 간판을 걸고 영업을 시작한지 2개월이 채 안됐지만 벌써부터 맛을 아는 이들에게 입소문이 퍼지면서 북적이기 시작했다. 과일 향을 그대로 담은 부드러운 돼지고기의 맛은 짧은 시간 대중을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다.
# 입안에서 살살~돼지고기 맞아?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용인으로 들어서는 이곳에는 지난해부터 커다란 음식점이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 대지만도 2000여평에 다다르는 청학골이 바로 그곳인데 식당 내부만도 300여평이 넘는다.
지난해 12월 22일 문을 열어 아직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동네 아주머니들부터 노인정 어르신들까지 맛있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그 맛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널찍한 규모에 입이 딱 벌어진다.
안내원을 따라 자리를 잡고 돼지갈비(1인 9000원)를 주문하니 둥근 놋쇠화로에 담긴 길다란 참숯이 들어온다. 그 옛날 어르신들의 방에 있던 화로가 맞다. 그런데 참 숯이 좀 길다. 나중에 들은 말로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진짜 참 숯은 이처럼 생김새가 길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이 집에서 개발한 과일 소스가 얹어진 샐러드와 매콤한 양념의 게장, 거기에 아삭하고 시원한 동치미가 널찍한 옹기그릇에 담겨져 나온다.
이 밖에도 계란찜과 연두부 샐러드, 겉절이가 먹음직스럽게 차려진다. 주 메뉴인 돼지갈비를 화로 위 쇠망에 얹자 그 향이 진동 한다.
동그랗게 말려 나온 돼지갈비를 풀어 올리자 그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과연 맛은 어떨까?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에 침이 꿀꺽 넘어간다. 커다란 고기를 한 입에 넣을 만큼 자르고 과일소스와 곁들여진 양파에 싸 넣으니 순식간에 녹아버리 듯 혀를 행복하게 한다.
돼지갈비인지 소갈비인지 구분이 잘 안갈 정도. 여기에 동치미 국물 한 숟가락 떠 넣으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특히 이집에서는 갖가지 과일로 숙성시킨 돼지 갈비의 부드러운 맛도 맛이지만 동치미의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찾는 이를 중독 시킬 만큼 일품이다. 전 날 숙취쯤은 청학골의 동치미 한사발에 날아갈 듯 하다.
돼지갈비와 개운한 동치미에 푹 빠져 있을 때 쯤 이곳의 또 하나의 자랑인 시골김치전골이 얼큼한 향을 풍기며 나온다. 김치의 숙성 정도가 입맛에 딱 맞는다. 그리 시지도 않고 텁텁한 쓴 맛도 없다.
이런 맛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만들 수가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 맛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지켜야 하는 것
청학골의 이태호(45)사장은 이 궁금증에 이렇게 답한다. “맛을 찾기도 힘들었지만 지키기는 것이 두 배 이상 힘든 일”이라고. 그는 청학골의 맛을 찾기 위해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 후로 맛있다 하는 집은 전국 어디든 찾아가 노하우를 익혔다. 특히 소문난 집의 주방장을 못살게 굴기가 일쑤, 시간당 큰 돈을 주고 배운 적도 있고 몰래 엿보기도 했다.
또 연습하고 긴 시간을 연구했다. 그래서 인지 동치미 국물하나도 섣불리 손님상에 내어 놓지 않는다.
그는 “청학골의 동치미는 백김치를 따로 담고 동치미를 따로 담아 비율을 정확히 맞춰 섞고 1달여간을 숙성시킨 후 손님상에 나간다”며 “계절 따라 배추 맛도 다르고 숙성 정도에 따라서도 맛이 틀려지기 때문에 동일 한 맛을 내는 것이 가장 큰 일”이라고 말한다.
청학골에는 이 사장의 세심함이 곳곳에 묻어 있다. 나오는 그릇들을 살펴봐도 금세 알 수 있다. 동치미는 옹기그릇에 담아내고 김치와 갖가지 밑반찬은 흰 사기그릇에 정성껏 담아낸다.
그리고 돼지고기의 뒷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줄 냉면은 투박하지만 음식 맛을 잘 살리는 놋그릇에 담겨져 나온다.
큰 규모에 놀라고 음식맛에 반하는 ‘청학골’ 역시 황금돼지 해에 주목할 만한 음식점이다. 예약 문의 031-321-8592
사진/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