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 요구르트 집배원아저씨 4인방

  • 등록 2007.0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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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에 사랑 싣은 집배원들
독거노인에 아들도 되고 친구가 되는 집배원 화제

   
 
용인우체국(국장 양태수)에는 ‘요구르트 아저씨’라 불리는 집배원들이 있다.
양지면의 이경직(38)씨와 김량장동의 윤재만(35)씨 그리고 포곡의 한상현(28)씨와 송전의 유인교(42)씨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별명은 우편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한 구석에 요구르트가 늘 실려 있기 때문에 붙여졌다.
우체국 직원들이 조금씩 모은 성금으로 마련한 요구르트를 홀로 사시는 노인 분들에게 전달하고 사람 사는 정도 함께 전달한다.

양지면 독거 노인들의 든든한 아들 이경직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묻자 “겨울철 난방비가 없어 냉방에서 돌아가신 노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아팠다”며 “내 주변에서만이라도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하루에 한번 씩 인사드린다”고 쑥스러움을 감추며 정겹게 웃는다. 그를 보면서 기자는 사람 사는 맛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구르트를 전달하는 집배원 뿐 아니라 우체국 직원 모두의 말과 행동에는 겸손함과 더불어 따뜻함이 묻어 있다.
우체국에 근무하는 집배원들의 생활은 그리 넉넉하지도 한가하지도 않다.

다만 그들이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직업의 특성상 이집 저집을 방문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아침 일찍 우편물을 가지고 9시쯤 오토바이에 행낭을 싣고 우체국을 나선다.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일일이 독거노인들을 찾아 전달해야 하는 요구르트 배달이 귀찮을 법도 하지만 이들의 손에는 어느새 오늘 전달할 요구르트가 들려져 있다.

그들은 좁은 골목길을 돌며 능숙한 솜씨로 각종 고지서와 편지, 소포 등을 우편함에 꽂고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요구르트를 전달한다. 혹 집을 비운 노인들을 위해 요구르트가 얼지 않도록 신문지로 꽁꽁 싸 우편함에 넣어두기도 한다.

이들이 배달하고자 하는 것은 작은 병에 담긴 요구르트 뿐이 아니다. 매일 매일 따뜻한 말 한마디와 자식 같은 반가운 얼굴을 보여 줌으로써 그들에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이경직씨는 “홀로 사시는 노인들을 보면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며 “생활이 바쁘다보니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홀로 사시는 분들을 매일 찾아 뵈면서 달랜다”고 말했다.

우체국 집배원들이 지역 내 독거노인들에게 요구르트를 전달 한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들은 어느새 용인에서 홀로 지내는 어른신들의 아들이자 든든한 후원자로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되었다.
집배실의 막내 한상현씨는 “하루하루 찾아뵙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기다리는 노인분들을 생각하면 하루도 빼먹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들이 전달하는 것은 사람 사는 정과 따뜻한 나눔의 미덕이다. 오늘도 아침 일찍 시작한 우편 배달 일을 마치고 오후 5시가 돼서야 우체국으로 돌아왔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돌아 온 그들은 오늘 만난 노인들의 건강한 얼굴을 떠올리며 일과를 마무리 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일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체국으로 돌아 오자마자 오후에 수거한 우편물 분류 작업을 마치고 10시가 지나서야 퇴근을 한다.

양태수 우체국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아니다. 우편 배달만으로도 바쁜 일과를 소화해 내야 하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며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남는 시간을 쪼개 이웃을 돌아보는 그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된 일인데도 용인우체국 요구르트 아저씨 4인방은 집배원을 천직으로 여긴다. “힘들어도 이만큼 주민들과 함께 사람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어딨어요”라며 환하게 웃는 그들에게서 사는 정이 묻어난다.
김미숙 기자 kiss1204h@yong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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